'좋은 삶/새알심'에 해당되는 글 203건

  1. 2007.10.24 어느 멋진 가을날
  2. 2007.10.17 나팔꽃은 언제 피는가
  3. 2007.10.17 가을편지
좋은 삶/새알심2007. 10. 24. 12:52


딸애는 요즘 계속해서 저기압입니다. 내가 외출이 잦아져서 소외감을 느끼나봅니다. 사실 지가 활발하게 친구만나고 다니면, 내가 뒤웅박 처지가 될 신세였는데, 바뀐 셈입니다. ^^

야무지고 현실적인 엄마가 못되는 것이 늘 켕겼는데, 요즘은 내가 줄 수 있는 영역이라도 확실하게 주자~~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군대간 아들은 열애중입니다. 엊그제 두 번 째 휴가를 다녀간 이후, 전화 속 목소리가 촉촉하군요. 여친도 ‘사계절을 전부 탄다고’ 메일이 왔길래, 말해 주었습니다. 요즘은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의외로 사랑다운 사랑 한 번 못 해 본 사람도 많은데, 너희는 제대로 청춘을 관통하고 있는 것맞다, 감사하고, 추워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 먹고 기운내라구요. 스물 두 살 어린 연인들의 사랑이 참 예쁩니다. 아, 아들의 여친은 학점부터 연애까지 전부 A학점을 받을만한, 아주 바람직한 친구입니다. ^^


변경연의 연구원들이 공저를 내는 것이 있는데요. 필자가 7명이나 되니 원고는 A4 16장 정도로 간단한데, 봄부터 아직까지 회의를 하는군요. 모인 사람들이 전부 어찌나 느긋한지, 나만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할까....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혼자 팔그락거리다가 여기저기 찍힌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출판 일 하는 분들을 뵙고나니,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책의 세계’에 접근해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수 14개월차, 쌀독에 쌀도 떨어지고, 일도 좀 하고 싶고 그러네요. ‘서울 북 인스티튜트’를 검색하니, 김영사 박은주 사장의 ‘김영사의 출판브랜드전략’ 강좌가 바로 내일부터 있는거에요.  3회라 간단하기도 하고, 박은주 사장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기획자이고.  자신의 실적을 프로그램화해서 회당 10만원을 받는 여자~~  나의 역할모델이 한 명 추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수강신청을 하고, 마음이 바빠져 잠시 허둥거립니다. 아, 이 놈의 세월이 다 어디로 가 버린건지. ㅠㅠ  하늘 한 번 쳐다봅니다. 참 좋은 가을입니다. 오늘 목표인 리뷰 한 편 쓰고, 산책을 가야겠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동심으로 돌아가 순간을 살고, 사소한 차이는 지양하고 열린 마음으로 모두를 껴안을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행복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일을 놀이처럼, 호모루덴스하소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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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07. 10. 17. 15:37
뜰에 나팔꽃이 맹렬한 기세로 번져가고 있다. 나는 덩굴식물을 좋아한다. 나팔꽃이나 메꽃의 덩굴은 살아있다. 허공을 향해 뻗쳐 오르는 저 절실함. 나는 나팔꽃의 덩굴을 보면서, 옛날 교과서에서 배운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은유를 비로소 이해한다.

나팔꽃이 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낚시줄이라도 매어줄까, 생각만 하고 있는 며칠동안 나팔꽃의 덩굴은 서너 겹으로 꼬아져 스스로 버팀목이 되었다. 지줏대없이도 서로 의지가 되어 나팔꽃 성벽을 이루고 모과나무를 포획하기 시작했다.

아직 나팔꽃의 봉오리는 맺히지 않았다. 나는 아침마다 문안드리며 나팔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신의 손끝으로 접은 그 정교한 별무늬와 청보라의 신비한 색깔이 인도하는 미궁을 보기위해 기다린다. 그처럼 나약한 것이 그처럼 오묘하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오늘도 나팔꽃은 피지 않았다. 봉오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키다리 모과나무의 허리까지 감아 올라갔다. 이제 나는 나팔꽃 덩굴이 어디까지 올라갈까 그것도 궁금해졌다.
고사목에 올린 능소화가 장관이듯이, 모과나무에 나팔꽃을 달아준다면 그것역시 신비로운 아침풍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나팔꽃이 피기를 기다리면서 알게 되었다.

나팔꽃은 필 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게으름이나 몰이해에 지쳐 후줄근해진 하루를 접어도 다시 아침이면 개벽할 수 있을 때, 그 때 나팔꽃은 필 것이다. 아득하게 커버린 모과나무도 때로 외롭고 고단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 아기 손바닥같은 이파리로 휘감아 위로하고 꽃 한 송이 달아줄 수 있을 때, 그 때 나팔꽃은 필 것이다. 고귀하고 신비로운 청보라의 미궁으로 빨려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 때 나팔꽃은 필 것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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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07. 10. 17. 02:41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가을햇살 속에, 전철을 탔습니다. 커다란 유리창이 그대로 하나의 액자가 됩니다. 전철역사를 가로지르는 전선과 가드레일의 선으로 이루어진 ‘컴퍼지션’에 색깔을 칠하고 싶습니다. 삐죽한 산등성이 아래 아파트숲과 고만고만한 연립주택도 정답기만 합니다. 거기 방 한 칸 한 칸마다 들었을 기쁨과 슬픔에게, 망설임과 두려움에게 말걸고 싶어집니다.


오래된 노래 ‘가을편지’가 떠오릅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은 그 이름만으로 그리움입니다. 사회생활하느라 뒤집어쓰고 있던 역할가면을 슬쩍 벗어버리고, 가장 진솔한 속내를 드러내도 괜찮은 계절입니다. 가을에는 분별력과 상식에 밀려나있던 감성을 불러내어 맘껏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안겨주고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침잠의 계절 겨울과, 부활의 계절 봄을 살아낼 기운을 보충하고 싶습니다.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손 얹지 못하랴. 작정하고 계절에 빠져드는 마음이 사정없이 열리며 흔들립니다. 그러지말라고, 그러라고, 그러지말라고, 그러라고.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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