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2. 8. 31. 13:37

 

사진: 신재동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에서 홍대 앞에 진짜 카페를 연다. 상상마당 바로 앞에 3,40평 되어보이는 지하공간. 지난 23일에 오픈설명회가 있었다. 나도 그랬지만 변경의 여러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꿈을 피력하곤 했었다. 오래 품어 온 꿈이어서 그런가 첫발을 떼자마자 엄청 속도가 빨라서, 한 번 해 보자는 구샘의 제안이 있은지 두 달도 안 되어 공간이 생기고, 관련 분야에서 10년씩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이루어진 운영진이 깔끔한 프로그램을 촤르르 펼쳐 놓았다. (10월중 오픈)

 

 

사진: 신재동

 

 

조용하고 욕심없어 보이는 구샘의 어디에서 이만한 저력과 비전이 나오는지 참 신기하다.  그는 '읽고 쓰고 생각하고 관찰하기 좋아하는 기질' 한 가지를 가지고 자신의 왕국을 일궈냈다. 10년을 투자하여 100명의 연구원과 500명의 꿈벗과 함께 놀겠다는 그의 구상은 거의 다 실현되었다. 누구 말마따나 '부족'은 있는데 '영토'가 없었는데 이제 그것이 채워지게 된 것이다.

 

"염려마라, 내가 카페의 사활을 책임지마!" 

프로그램 연구며 자금마련하느라 발로 뛰는 연구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격이 이런 말을 토해내게 했으리라.  화요일에는 구샘이 재능기부로 직장인MBA를, 목요일에는 저자강연회... 이런 식으로 카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창조적 1인기업가를 지원하는 항공모함 역할을 하게 된다.  나도 늘 구상 뿐이던 공간실험에 참여하게 된 것이 흐뭇하거니와 색다른 감회가 차올랐다.

 

 

 

                                 사진: 신재동

 

 

누군가 리더십을 일컬어 "누군가로 하여금 핵식점인 일을 하게 하는 능력"으로 푼 적이 있는데, 거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인물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처럼 새로운 일을 벌릴 때면 어김없이 중책을 맡는 그가 있어 우리 모두 믿거라 하면서 한시름 덜곤 했으니, 공자의 수제자였던 '자로'를 닉네임으로 할 정도로 변경의 일꾼을 자처한 저 연구원, 너무도 평범하고 우직한 그로 해서  연구소가 더욱 빛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연구소 사이트에 한 달이 멀다 하고 미래 풍광을 수정해서 올리던 그,  "연구소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필력이지만 내 분야에서는 그래도 먹히더라" 며 두 권의 식당 관련 책을 쓴 사람, 운영하는 식당이 대박이 나서 국내외 스무 군데가 넘는 프랜차이즈를 거느리며 승승장구하면서도, 처음 보았던 때와 똑같은 그 모습과 구샘의 모습이 겹쳤다.  조용히 내 분야에서 할 일을 다 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입지가 한없는 부러움 속에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내친 김에  그가 운영하는, 천안의 한정식집 '마실'에 갔다.  아이들이 그의 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속셈에서였는데, 그 바쁜 사람이 자기 살아 온 이야기를 하며, 상담역을 자처하며 서 너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알고 지낸지는 오래 되었어도 인삿말을 나누는데 그친 연구원 가족을 맞이하는 태도에 다시 한 번 감복하다.

 

외람되지만 구샘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화려한 언변이나 번득이는 천재성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는 오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십년 넘게 매일 아침 글을 썼으며, 무료로 연구원을 가르친지 8년이 되어 온다.  그 사이에 수많은 저자를 배출했고, 창조적 소수자들에게 역할모델이 되었으며, 이제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만한 인력 풀의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1기 연구원인 자로님도 마찬가지다. 사람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그가 이만큼 성공한 것에 대리만족을 느낄 정도로^^ 그는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27번이나 미래풍광을 고쳐 쓰며, 10년을 하루같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제 결코 평범하지 않다.

 

너무나 발전속도가 더딘 내 아둔함에 넌덜머리가 나고, 이제 시간까지 얼추 써 버려 의기소침할 때, 두 사람을 떠올린다. 묵묵히 내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것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조용히 대단한 그들의 행렬에 나도 동참하고 싶다. 강좌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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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2. 8. 11. 21:26

 

 

이 사진의 비밀은?  딸은 성인이 된 후 거의 처음 치마를 입었고, 아들역시 성인이 된 후 외출시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었다. 아들은 다리가 가늘어서 싫다고 했었고, 딸은 왜 기피해 왔는지, 또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는지 나도 모름.^^

 

 

 

 

 

 

 

 

현관 앞 테라스에 자주 앉아 있곤 하는데, 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물에 가려 반쪽자리 노을인 것이 못내 서운하다.

 

 

 

 

요 며칠 나의 점심식사는 팥빙수. 우유를 팩째로 얼리고 국산 팥을 삶아 설탕에 조려서 얹으면 끝, 미숫가루나 한 수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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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2. 6. 25. 21:34

딸애가 발목 인대가 파열되어 나까지 발이 묶였다.  모녀가 동시에 온 몸이 근질근질하여 택시를 타고 업어주기까지 하며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아무런 기대없이 가볍게 고른 “내 아내의 모든 것”, 결과는 아주 흡족하다. 아내와 이혼할 빌미를 찾기 위해 그녀에게 카사노바를 소개했다는 선전문구는 이 영화의 1프로 밖에 말해주지 못한다. 


감독이 대본도 썼던데(공동집필) 젊은 관객의 구미를 맞춰가며 메시지를 숨겨 놓는데 탁월한 것 같다. 일본에서 처음 만나 권태기에 이르는 장면이 빛의 속도로 전개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임수정의 투덜이 기질을 강조한 회사 파티 장면만 잠깐 늘어질 뿐 이후에도 속도빠른 전개와 화려한 색감의 화면이 두 어 시간의 호사로 훌륭하다.


임수정이 라디오에서 ‘불평불만 많은 여자’ 꼭지를 맡게 된 것은, 카사노바와 접촉할 여지를 만들어주려는 남편 이선균의 작전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임수정의 독설이 이유있는 사회비판으로 받아들여지고 돌연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깨닫는 직업인으로 거듭난다. 이전의 투덜대는 습관이 자존감의 부족에서 온 인정의 갈망인 것도 알게 된다. 홀로 서기에 성공하여 연애시절의 매력을 회복한 아내에 비해, 비겁한 계략이 탄로나 졸지에 이혼을 당하게 된 남편이 거꾸로 투덜이로 전락하는 모습은 누구나 상황의 산물인 것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내가 이 영화에서 읽은 메시지는 세 가지다. 카사노바 류승룡을 통해 보여주는 연애심리, 임수정의 투덜대는 대사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후안무치한 단면들, 그리고 ‘수다’가 가정에서 차지하는 효능.


이처럼 결코 단순하지 않은 스토리를 눈요기감으로 볼 수도 있도록 요리한 것이 감독의 역량일 것이다. 제일 민감한 부위를 골라먹는 재미, 메시지에 스토리를 입히는 재주같이 굵직한 것으로부터 동해나 황태건조장의 시원하거나 운치있는 색감, 샌드아트처럼 섬세하게 신경쓴 부분까지 모두 좋았다.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본 것이 몇 년만의 일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인데 가끔 이만한 영화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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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에 포스팅이네요~! 어쩌다가 다리 인대가 늘어나셨데요;;; 빨리 나으시길 바래요~~. 저도 이 영화봤어요~! 임수정이라는 배우가 다시 보였던 영화였어요~. ^^ /

    2012.06.26 08: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러고보니 한 달이 다 되었네요.
      글쓰기 카페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그렇군요.
      잘 지내지요?
      카페에 놀러 오삼~~

      2012.06.26 12:11 [ ADDR : EDIT/ DEL ]
  2. 오랜만에 영화 보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남자 배우가 다 나오네요 .ㅎㅎ

    2012.06.27 17: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재미를 위해 구색을 맞춘 걸까,
      메시지를 위해 재미를 고안한 걸까 잠시 궁금했는데
      딸이 찾아보더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감독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후자가 맞겠다, 내맘대로 생각하고
      공연히 반가웠답니다.^^

      2012.06.27 21:30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2. 5. 10. 10:01

 

어제 북tv에서 http://booktv365.com/  저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어떤 분이 개인사무실을 공개하여, 페이스북을 기조로 하는 북컨텐츠를 생산하는 산실인데요,

사회자로 활동하는 분들이 열 팀 정도 된다고 하네요.

일반 직장인들의 순수한 활동 차원이지요.

 

스튜디오는 조촐하고 아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마이크테스팅 시간, 촬영하는 분이  5,4,3,2,1 사인을 주셔서 제법 생방송 기분이

났습니다.

 

온오프를 겸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뜬 질문을 받아 답하기도 하고, 꽤 실험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좌담이 끝나고 본격적인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텐데, 저는 그 자리에 가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인맥을 넓히고 시대의 흐름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딱이다 싶네요.

 

 

고정적인 참여자층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스무 명이나 될까 하던 인원이  보조의자를 늘어놓을 정도로 꽉 차더라구요.  50여 명 되어 보였습니다.

 

앞에서 쏘아대는 조명이 환하고, 사회자와 방청객들이 있기는 하지만 늘 하던 강의와 그다지 다를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의 공개적인 담소 장면에서 쫄지 않는 요령이 생각나는 것이 있어 정리해 봅니다.

분명 '토크쇼'이긴 했지만, 주로 공중파가 이런 표현을 점령하고 있으니 위 제목은 다분히 낚시성입니다.^^

 

 

첫째,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완전히 숙지하여 메모를 보지 않아도 술술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

계속 강의해 오던 내용인데다 최근 2주일 동안 개정판 원고작업하느라 집중한 데서도 사례가 두 어 가지 떠올라주더라구요.

혹시 싶어 메모를 준비했지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둘째, 방청객 중의 한 사람에게 주목하여, 그 사람에게 말한다는 간곡함을 담을 것.

이 방법은 글 쓸 때도 유효한데 말하기에서도 생각나더라구요.

방청객들은 주로 30대 직장인으로 보였고, 연배가 있는 분도 몇 분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 유독 진중해 보이는 한 분에게 마음의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면 이 진솔함을 방청객 전부에게로 확대할 수도 있어서 골고루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면 딴짓하지 못하고 시선을 주목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품하는 사람 딱 한 명 보았습니다. 그것도 딱 한 번만요.^^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나의 마음상태를 자꾸 들여다보면 쫄밋거릴 일 밖에 없으니 과감하게 외부로 관심을 돌리는 것입니다.  스튜디오는 어떻게 생겼나,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나, 사회자의 질문포인트는 무엇인가, 방청객으로 와 있는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일까  신경을 외부로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평온해 지면서, 그들에게 해 줄 말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도 그동안의 강의경험이 도움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저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았다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도움이 되는 거지요.

 

전에는 나 혼자의 믿음을 혼자 공중에 살포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대상의 급소에 대고 레이저를 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러니 수강생들이 제일 고맙습니다.

나는 남의 자리에 가서 힘이 되어 준 적이 거의 없는데, 시간을 내어 저 자리에까지 와 준 사람들은

더욱 고맙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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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단한 자리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ㅎㅎㅎ
    멋집니다!! 저도 혹시라도 모를 나중을 위해... 쫄지 않는 법 꼭 익혀둘께요 ^^

    2012.05.10 14: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북tv365를 검색하셔서 현장에 한 번 나가보셔요.
      일주일에 저자 두 명의 육성을 듣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네트워킹이 가능한,
      멋진 실험으로 보이네요.

      2012.05.10 20:37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2. 4. 22. 23:05

 

 

 

 

 

 

 

 

 

 

 

벚꽃 한 번 제대로 올려다 보지 않았는데 어느새 지기 시작했다. 이 비 그치면 영영 올해는 그만일 것 같아 산책을 나선다.  아니나다를까 산책로에는 온통 벚꽃잎 투성이다. 도로며 철봉, 벤치가 일제히 땡땡이 무늬를 하고 있고, 개나리와 진달래 위에도  천연덕스럽게  올라 앉아 있다. 꽃과 잎이 반반인 벚나무들 때문에 숲은 마치 점묘화법으로 그려놓은 수채화같다. 휘적휘적 걷고 싶어 우비를 입고 나섰는데, 얄팍한 비닐 우비로도 가릴 수 있는 이슬비가 와 주어 고맙다.  억지로 따라 나선 아들놈 짜증내기 전에 되짚어 오느라 딱 한 시간짜리 산책이었지만,  저 붉은 흙만큼이나 진한 시간이었다. 일전에 어떤 수강생의 글 속에 오래 병원생활하던 아버지께서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서 네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싶어" 하셨다는 문장에서 마음이 탁 멈춰 섰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러니 오늘 하루, 빗길에 한 이 산책도 모조리 화양연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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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벚꽃이 이제 거의 지네요~
    저희 지역에도 일주일 전에는 만발해서 잠깐 다녀왔는데, 비오고 바람 불고하니 금방 없어지더라구요;;;
    좋은 곳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2.04.23 10: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올 봄은 유난히 빠르네요.
      좋은 봄날 보내십시오!

      2012.04.23 14:20 [ ADDR : EDIT/ DEL ]
  2. 벚나무를 보며 점묘화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탄님도 그리 생각하셨다니
    떨어져 있어도 직접 뵌 적 없어도 오래 알던 분 같습니다.
    잊고 있다가도 가끔 여기 블로그에 미탄님 생활 엿볼 수 있어서 좋고, 자극 받습니다.
    낮엔 몹시 덥지만 오늘도 기쁘고 복된 날 보내세요 ^ㅅ^

    2012.05.09 14:17 [ ADDR : EDIT/ DEL : REPLY ]
    • 잘 지내지요?
      그럼요, 사람 느낌이 다 비슷비슷하지요.

      전에는 나 혼자의 개성, 독자성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사람들 안의 보편성에 더 눈길이 가네요.

      몇 가지 일이 겹쳐 경황이 없어 이웃블로그 방문도 못하네요.
      숨 좀 돌리고 놀러 갈게요.
      사과소녀님도 때 이른 더위에 활기 잃지 마시고
      재미있는 나날 보내세요!

      2012.05.10 10:08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2. 4. 22. 21:55

 

 

 

 

 

4월 14,15일 변경연의 연례행사인 봄소풍이 있었다.  관광버스를 안 타고 같은 지역에 사는 B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우연히 M까지 연결이 되어 셋이 가게 되었다. 가볍고 사교적인 화제에 약한지라 이런 상황에 종종 불편해지곤 하는데 아주 편하게 갔다. 세 명이라는 숫자가 함께 이야기 나누기에 적당했고, 이제 첫 책의 초고를 완성한 B가 책을 두 세 권 펴 낸 M과 나의 경험을 경청해 주었기 때문이다.강릉까지 4시간 45분, 별로 지루한 줄도 모르고 아주 잘 갔다.

올 때 갈 때 날씨가 더할 나위없이 화창해서, 달리는 차 안에서 핸폰으로 찍은 사진도 A급이다. 한 번 보고  처박아두기 아까워서 남겨본다. 제일 위 사진은 올라오는 길 정선 아우라지 강변의 전원주택들.

 

 

 

 

 

연구원 소풍 때면 구선생님께서 가장 풍광좋은 곳을 찾아  짧지만 의미심장한 말씀을 해 주신다. 올해는 멀리 나룻배가 떠있는  아우라지에서 '물의 속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서너 가지 되었는데 다른 것은 잊어버렸고, "웅덩이를 다 채운 뒤에만 물은 흐를 수 있다"는 부분이 내게 와서 콕 박혔다. 웅덩이... 내가 가장 안 되는 것이 뭐였더라? 나의 맹점, 나의 고질적 습관에서 벗어나고자 진심으로 낮아질 때, 그 때 비로소 바다로 향할 수 있으리라.

토요일 밤 올해 들어 온 8기 연구원들이 장기자랑도 하고, 흥겹게 놀던 끝에 8기 웨버가 건배제의를 할 때였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분인데 '인사불성'을 가지고 4행시를 하고 싶었나 보다. 우리들에게 운을 떼어달라고 주문하여 마음을 모아 한 목소리로 운을 떼어 드렸건만 그는 3차 4차에 이르는 시도 끝에도 끝내 시원스러운 4행시를 들려 주지 못했다. 그의 어이없을 정도로 순진한 모습은, 너무나 세련되고 능숙한 것들로 가득찬 요즘 세태에 귀하디 귀한 것이었다.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지만 그것은 결코 누군가를 흉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그 반대였다.

2기인 나는 대략 6기 연구원부터 낯설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렇다보니 이전 기수의 익숙한 얼굴들이 마냥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낯만 익지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고, 예전 어느 소풍보다도 편안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 방에서 바다가 보이는 강릉 옥계 여성수련원, 숙소까지 베리굿 - 굳이 나를 내세우지 않고 배경이 되어도 좋은 자리, 그런 모임이 있어서 참 좋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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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2. 3. 24. 11:22






홍성강좌의 끝날, 예고한 대로 어죽집 하는 멤버가 우리를 초대했겠다, 이런, 벌써 8년 전쯤의 일이지만 나도 두 세 번 가 본 곳이 아닌가. 허름하지만 음식 맛 좋고 후하기로 소문나서 손님 꼬이는 그런 집 중의 하나였다.  잠시 추억에 젖어 반가운 마음에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전형적인 시골집, 아직 그대로다. 쥔장이 작은 들통에 끓여 온 대추차를 보며 감탄, 그새 도시 사람이 되었나 푸짐한 마음씨에 감격한 거다. 내 첫책을 선물했더니 그이도 기뻐해 주었다.




 


수업을 마치고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 온 점심을 먹다. 오리백숙과 주물럭, 그리고 이어지는 어죽과 볶음밥... 요즘 주로 먹는 정체불명의 퓨전 음식에 지쳤나 모처럼 먹어보는 '어른 음식'에 환호, 맛있게 먹었다. 쥔장은 수업도 채 못 듣고 들락날락하며 대접하느라 바쁘다. 텃밭에서 푸성귀를 가꾸어 식당 꾸려가느라 정신없이 바쁘다면서도 이렇게 일을 자청하는 부지런함과 넉넉함이 미쁘다. 얼마를 가졌든 무슨 일을 하든 이것이 기본적인 사람됨이다. 넉넉한 사람은 참 보기 좋다.







 




 


가곡저수지의 주변 풍경, 아기 손톱만한 '개불알꽃'이 피고, 목련꽃 봉오리 있는 대로 살오르고, 통통한 강아지 두 마리가 사람구경하러 다가오고, 살랑이는 바람 속에 일제히 봄을 예고하는 들판을 한없이 걷고 싶어진다. 전에는 조잡하게 느껴지던 물레방아 같은 구조물들이 어찌나 정겨운지 잠시 가슴이 먹먹해지다.









핸폰 사진 화질이 디카보다 좋다. 널판지로 지어놓은 창고의 색감이 왜 이렇게 좋으냐.  이번 강좌의 유일한 남자분이 "햇님나물 새 순 돋을 때 한 번 만나 후속모임을 의논하자"고 안을 내놓는다. 나무를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세심한 감수성과 풍류가 느껴지는 표현에 또 감탄, 아무래도 그날 기분이 너무 풀렸다. 식사 중에 받아 마신 포도주 석 잔 탓인지도 모르지.

근데 내가 제대로 들었나 햇님나물이 화살나무의 새 순이라니  너무 신기하다. 온 몸이 화살 모양으로 이야기만들기 좋은지라 시에도 자주 등장하고 단풍이 고와서 나도 아주 좋아하는 화. 살. 나. 무.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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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2. 3. 18. 16:32






6주 간의 홍성 강좌가 한 번 남았다.  오후에 일하는 분들이 있어서 시간이 일찍 잡혀 9시 반에서 12시. 그 시간에 대려면 5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했는데,  판판이 놀다가 어쩌다 한 번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이 들었다. 새벽에 거리에 나가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일용직 노동자를 태우는 승합차며 오가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느라 서 있는데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가 온다.  얼핏 두려움이 스치는 순간 정류장 바로 뒤의 중개사 사무실 셔터를 드르륵 올린다. 6시 20분에 문을 여는 중개사라~ 

수원에서 홍성까지  1시간 40분, 채  머리가 맑아지기도 전에  도착한다.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후회없는 수업을 하고 기분좋게 돌아오자고 주문을 외우며  내리다가 물안개 자욱한 풍경에 탄성이 나온다.  물안개 덕분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들판이 한 폭의 수묵화로 변해 있었다.  아침 일찍 나오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에 기분이 좋아져 셀카.

 



교육장소인 문화원까지 슬슬 걸어도 10분,  아홉 시도 안 되어 이 곳에 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홍성을 떠난 지 6년, 여기저기 아파트가 올라가고 도로가 넓어져 많이 낯설다. 내 인생의 중추부인 20년을 살았고,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지만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진 않는다. 오후에 지인들의 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닐 때도, 나는 떠나 왔는데 기억 속의 장면들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 신기했을 뿐. 내가 회한으로 가득찬 유형이 아니라 좋다.



 


지난 날을 곱씹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깔끔하게 정비된 역재방죽 주변이 마음에 들고, 교통까지 편하니 이런 곳에 둥지를 틀어도 좋겠다 싶은 것이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세컨드홈이든, 딸애의 동물체험농장이든, 아들의 공방형 펜션이든 이처럼 주변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얼마나 경비가 절약되랴. 

커다란  저수지에는  청둥오리가 많았다. "철썩!" 날개로 물을 차고 떠오를 때나 다시 물 위로 내려 앉을 때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 것을 처음 들었다.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 뒤의 브이자 물결 덕분에 한층 여유있고 평화로워 보인다.  핸폰만 집어 넣으면 날아가는 통에 몇 번이나 아까운 마음이 되다. 저수지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도 마음에 든다.  모래와 자갈로 둑을 쌓으며 노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초적인 장면의 하나. 






강의가 끝난 후 지인들이  바쁜 틈을 쪼개어 나와 놀아 주었다. C와 고암 이응로 기념관에 다녀 온 후 바톤을 이어 받은 S가 청포대에 데려다 주는 데 재미있기도 하고 고맙기 한량없다.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이렇게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처럼 내려 온 누군가를 위해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을 쓸 수 있는 마음,  한 쪽은 베풀고 싶고 다른 쪽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다. 

내 단골바다인 청포대, 적어도 6년 만에 갔을 텐데 어제 갔다 온 것처럼 익숙해서 만나자마자 시들해졌다. 대신 돌아오는 길에 간월도에서 먹은 굴밥이 최고였다. 때가 지나 시장하기도 했지만  금방 지어낸 영양밥과 순한 청국장, 간소한 반찬이 분명히 도시의 그것과 달랐다. 차를 없앤 뒤로 외식이라고 해야 뻔한 뷔페나 패스트후드가 된 탓일 수도 있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애들 생각이 날 정도였다.

 




지난 달에 인사동에서  있었던 J선생님의 전시회에 올라온 홍성사람들. 꽤 분위기있게 나온 핸폰 사진이 신통하기만 하다.

이 번 주 목요일 마지막 수업은 저수지 변의 어죽집에서 행해질 전망이다. 어죽집을 하는 수강생이 우리를 초대했는데 이동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아예 그 곳에서 모여 수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분을 위시해서 몇 분 글쓰기에 지극정성인 분들이 있어 아주 뿌듯하다. 후속모임이 이루어져 좀 더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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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소영

    님의 책을 읽고 조심스럽게 방문합니다. 어쩌면 저의 롤모델로 삼아야 할 듯^^
    "어쩌면"이란 단어를 쓴것은 아직 님을 잘 모른다는 저의 낯가림 심함 때문이겠지요..
    "아직 늦지 않았다 "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틈나는 대로 찾아와 인생 공부 하고
    가겠습니다.

    2012.03.22 20:04 [ ADDR : EDIT/ DEL : REPLY ]
    • 마침 로그인 하고 있어서 실시간이네요.^^
      그새 시간이 흘러서 아득한 느낌이 드는 첫책인데
      이렇게 블로그를 찾아 흔적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카페중심으로 활동하느라 블로그는 영 소홀하네요.
      카페에도 놀러 오세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2012.03.22 20:15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12. 23. 11:13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재미있게 보았다.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범상치않은 아우라를 뿜으며 나를 사로 잡았다.  어린 세종은 간계와 무력으로 일관하는 아버지 태종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라고 하는 거대한 세계의 폭력성과 이질성 앞에 번뇌하고 또 번뇌한다. 아버지의 방법을 거부하는 만큼 자신의 방법을 세울 수 있을까 하는 고뇌는 송중기의 연기변신을 통해 시청자에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나약하고 관념적인 아들을 조롱하며 과격하게 몰아세우는 한편, 아들의 홀로서기를 종용하는 듯한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 또한 이제껏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중층적이었다. 백윤식이 아니고는 보여줄 수 없는 내면연기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숙명적인 관계를 넘어 ‘문’과 ‘무’로 축약된 세계관의 문제, ‘왕’으로 대변되는 리더의 운명으로까지 번져가는 의미성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거듭되는 격한 갈등 속에 태종이 죽은 후 어린 세종은 일성을 토해 낸다. “이방원이 없는 세상이다!”  이제 그는 그토록 반목해 온 아버지와 다른 통치, 다른 세상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가 택한 것은 글자이다. 그러고 보니 수긍이 간다. 한자를 첨병으로 한 중화사상의 시대, 양반이 학문을 발판으로 백성을 지배하는 신분질서가 시퍼렇던 시대에, 모든 백성에게 글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위험한 발상인지를 알겠다.  비록 허구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음직한 개연성을 가지고 펼쳐지는, 한글반포를 둘러싼 심리적이고도 정치역학적인 드라마를 통해 흘려듣던 한글의 위대함이 가슴에 새겨진다. 대단한 상상력의 원작에 노련한 각본과 연출이 옷을 입힌 웰메이드 드라마 한 편의 위력에 무릎 꿇고 싶어진다.


좋은 드라마에는 당연히 뛰어난 연기자가 있다. 장 혁도 언제 이렇게 연기가 늘었나 싶고, 특히 한석규의 혼신을 다 한 연기는 “정말 세종 같아!”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크지않으며 속까풀져 사려깊고 명민해 보이는 눈으로 그는 온갖 감정연기를 다 해 냈다. 태산 같은 장애물을 만나 번민에 빠진 눈, 상대방을 제압할 때의 눈, 측근인 내금위장에게 응석부리는 눈, 극중 이신적과 정치적 거래를 할 때의 눈으로 귀기어린 몰입을 보여 주었다. 그런 세종이 거듭하는 대사가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채윤에게 “너는 너의 길을 가거라,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니” 하고 말하는가 하면, 한글반포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자기최면처럼 되뇌인다. “이것이 나의 길이다, 나는 이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방법을 거부한 아들의 선택이자,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왕의 결단이었다.  결국 모든 것이었다. 그 하나의 선택을 위해서는 아들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 결코 무력 못지않은 결연함과 고뇌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또 갈 수 밖에 없고 그 끝에 비로소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하나가 피어난다는 것을 드라마 속의 세종은 여실히 보여준다.  드라마틱한 비장미가 필요했는지 최종회에서 세종이 의지하던 무휼, 소이, 채윤이 모두 죽는다.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는 내레이션에서 세종이 "나는 울지 않고 내 일을 했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니, 내가 느낀 대로 이 부분은 작가의 각별한 메세지라고 여겨진다.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의 엄정함에 생각이 미쳤는데 좀 더 심각해진 계기가 있었다. 언니가 50평 아파트로 이사를 간단다. 그 집은 전원주택도 있는데...^^  흔치않은 결혼을 할 때 부모님보다 더 격하게 화를 내던 언니가 떠오른다. 성인이 된 후 몇 십 년의 세월이 휘리릭 몇 장의 장면으로 스쳐 지나간다.  너무나 빨랐던  세월에 아연실색하고, 가치관의 차이, 선택의 차이가 누적되며 벌어진 경제력의 차이에  망연자실하여  비장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게 인생이었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인생이라는 책의 페이지가 얼추 넘어갔으므로 결말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다. 운명 앞에 어떤 특혜도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가파르게 사위어드는 오후의 햇살 속에 농부처럼 근면하고, 귀신도 속일 정도로 교묘하지 않고서는 내 삶 자체가 헛발질에 그칠지도 모른다. 나의 방법도 얼마든지 의미있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는다. 비록 세종만큼 어마어마하지는 않더라도.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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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요. 사람마다 길이 다르듯 그 길의 결과에 대한 평가기준도 달라져야한다 생각합니다. 모두의 길이 경제력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매겨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 그런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아니지요.

    내년을 어떻게 살아갈까 포스팅을 하나 하고는 미탄님 생각이 났습니다. 지난주 '늦지 않았다'를 마친 이유도 있습니다. 릴레이 받아주세요. 안받으시면 서평 안 쓸겁니다 ^^

    2011.12.28 0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당연히 릴레이를 받아야지요.
      그것도 지극히 고맙고 환영하는 마음으로요.

      블로그에 거의 신경을 못 쓰고 있어서
      문을 닫기에도 애매하고 그런 형편인데
      첫번 째로 바톤을 넘겨주셔서 영광입니다.^^

      책을 구하려면 각별하게 신경써야 하는 곳에서
      제 책을 읽어주신 것에도 머리숙여 감사드리구요.

      2011.12.28 10:45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12. 11. 15:53

 



 



어제 홍대앞에서 변경연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드레스코드가 '롹커'라구요,  저야 평상복 차림으로 갔지만, 가발에 망사스타킹, 캣우먼 분위기로 화장한 연구원을 보니, 다들 작심하고 코스퓨레에 나섰으면 정말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뒤미처 들더라구요. 앞으로 2,3년 후면 저도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갈수록 시간은 빠르게 느껴지고, 한 때의 의미도 오래지않아 빛이 바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남는 것은 오직 '순간'밖에 없음을 절감하기 때문이지요. 순간순간 온 힘을 다 해, 미친 듯이 참여하기! 앞으로 모토로 삼으려구요.  제자들이 분장해주는 대로 몸을 맡기는 모습을 뵈니, 구선생님께서는 벌써 그 지점에 와 계신듯합니다. 






원래 송년회에서 그 해에 책을 낸 연구원을 중심으로 '올해의 연구원상'을 수여하는 것이 관례인데,  조금 방식이 바뀌었어요.  '나는 연구원이다'라는 타이틀로 10분씩 강연을 해서 투표에 부친 거지요.  올해 책 낸 사람이 5명이라  선택하기도 어렵고, 말과 글을 가지고 더욱 다각적인 놀이를 실험해보자는 취지였을 텐데요, 과연 그 취지에 걸맞게 4인4색 저마다 다른 테마와 분위기, 풀어나가는 방식이 실로 다채롭고 흥미로웠습니다. - 1인 불참-

 통통 튀고, 화끈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욕심없이 임했는데 제게 영광이 돌아왔습니다. 2년 전에 첫 책을 낸 후 연구원상을 받기도 했고, 원래 승부욕이 없는데다,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덤덤해지는 습관대로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거든요.  2위와 불과 몇 표 차이였다고 하네요.

 ㅎㅎ 실전에 임할 때는 남의 일처럼 해 놓고 선물은 새록새록 좋네요.^^  몽블랑 만년필인데 이게 2년 전에 받은 펠리컨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거예요.  펠리컨이 살짝 가볍고 글씨가 번지는 감이 있었는데 그걸 정확하게 잡았네요. 맞춤한 무게감과 사각사각 써지는 촉감이 좋아서 자꾸만 쓰고 싶어집니다. 펠리컨!  미안하다. 이제껏 너로서도 충분했는데 일시에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구나.  몽블랑 피곤해서 쉬게 해 주고 싶을 때 너를 찾으마.


시상하는 장면, 내가 촌스러워서 허깅 잘 못하는데, 연구원 동문회장 이희석씨가 워낙 편안하게 안아주어서 보기좋은 장면이 나왔다.




"출판계약성사 , 문학을 속삭여줄게"라고 쓰인 명찰을 안경 다리에 붙인 사람은 같은 2기인 정재엽씨, 지난 몇 년간 수십 군데의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냈는데  이번에 계약이 된 출판사에서는 글쎄 기획안 보낸 지 한 시간 만에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네요.

결국은 '코드'의 문제였던 거지요.  전에 주제를 좁혀보자는 조언을 했던 내가 머쓱할 노릇이지요.  저자가 되고자 하는 저 지순하고 뜨거운 충심이 보기좋고, 오랜 기다림이 답을 얻은 것이 내 일처럼 기쁘네요. 재엽씨! 이제 홍보전도 같이 시작해야 할 테니 사진이며 실명 올려도 괜찮겠지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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