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4. 5. 30. 23:38

3 ~ 5일 간격으로 이동하다 보니 계속 새 도시를 검색하게 된다. 요즘은 다음 행선지인 아일랜드에 관심이 꽂혀 있는데 자료가 별로 없다.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 간 친구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일상스케치가 대부분으로, 아주 짧은 에피소드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자세한 사진으로 도배해 놓아 스크롤 압박이 크다. 애써 클릭했더니 반지를 잃어버렸다가 찾은 이야기면 허탈할 정도다. 갑갑한 마음에 처음으로 구글 검색을 시작했다. 대충 아는 단어만 보거나 어설프게 번역된 구절을 읽더라도 검색력을 키워 가는 것은 좋은 일이나, 여전히 그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이 도착하게 된다.

 

그 엉성한 자료 중에서도 바르샤바가 볼 것이 없다는 언급을 5번 이상 보아서 건너 뛰려고 했는데 교통편이 좋아서 오게 되었다. 그리곤 올드시티와 시내를 하루 둘러본 것 외엔 쇼핑몰을 더 많이 갔다. Zara, H&M, 잭울프스킨, 나이키, 맥도날드 .... 온갖 다국적기업이 포진하고 있는 쇼핑몰은 굳이 여기가 바르샤바라는 인식이 필요없다. 지도에 커다랗게 표시된 궁전이 너무도 소박한 한 동 짜리 건물일 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바르샤바에 볼 것이 없다고 한 이유를 알았다. 지배자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의 화려함을 기준에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는 폴란드, 인류 최대의 대량학살을 경험한 아우슈비츠가 있는 곳이다. 딸과 나는 지갑을 여는 속도는 다르지만, 불행에 대한 감정이입이 지나친 것은 똑같아서 아우슈비츠가 있는 도시 크라크푸에 가지 않기로 했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면 바르샤바에서도 볼 것은 아주 많았을 것이다.

 

바르샤바의 역사지구는  조촐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지만 감탄을 자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건물 창문에 붙여진 나비 두 마리에 시선이 닿았다. 나비는 자유에 대한 상징이다. 피말리는 공포 속에 저벅저벅 다가 오는 독일군의 발소리를 듣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갔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이 숨어 있던 건물도 여기 어디 있다고 한다. 지도에는 의미있는 건물을 빨갛게 처리해 놓아 붉은 기운이 가득하지만, 어떤 건물도 내게 "의미있게" 다가 오지 못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나도 그처럼 주관적인 인상에 기초한 포스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브리티시 뮤지엄에 가서 고양이 미이라 하나 기억하는 식이다.  새 도시에 발을 딛을 때 역사와 경제와 문화에는 무지하고, 교통편 같은 정보는 아주 재미없어 하니, 그저 내 눈에 들어 온 단편적인 장면만 볼 수 밖에 없었고, 거기에 기초한 인상 밖에 남길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탈린의 올드시티는 파주의 영어마을보다 조금 크다는 혹평을 내리고,  바르샤바는 너무도 소박한 회색도시라는 코멘트 밖에 할 것이 없었는데, 이런 내 자세를  객관적으로 돌아 보게 된 것이다. 독자로서의 나는 엄연히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나는 간략하게라도 그 도시의 전모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 도시 사람들은 주로 무얼 해서 먹고 사는지, 아니면 주로 무엇을 먹고 사는지^^, 여가는 어떻게 보내며, 사회적인 현안은 무엇인지,  둘러볼 만한 곳은 어디어디가 있는데 어떤 기질과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이 곳을 둘러 보라든지......

 

 

포스팅을 할 때의 나와 자료를 찾아 볼 때의 내가 전혀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작은 일이지만 번쩍 하고 전등이 켜지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내가 재미없어 하던 객관적 정보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의 글을 보는 관점에도 좀 더 엄격하게 독자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게 되었다. 독자로서의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에 감탄했는지를  필자인 내게 적용할 수 있다면, 성큼 커다란 발자국을 뗄 수 있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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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4. 5. 24. 03:15

 

 

만약에 그가 타고난 음감 만큼이나 삶에도 정통하여

모든 껍데기를 배격하는 순정과

자유롭게 본능을 따라 가는 확신을 가졌다면

만약에 그가 자신의 사랑으로 상대를 잡아당기는 인력을 가졌다면

 

만약에 그녀가 진심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면

교활한 처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젊은날 잠재워둔 사랑의 늦은 도착에 감사하고 있었다면

게다가 스무 살의 욕망을 도발할 미모까지 갖췄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런 사랑도 가능하리

그러나 리얼이 아니어도 충분하니

이토록 우아한 선동, 정성주의 상상력만으로 충분하니

 

그게 아니야, 그건 사는 게 아니야, 한번쯤 뒤집어봐

다들 까불지마, 음악이 갑이야!

불륜과 클래식, 어디에도 없는 황홀한 이종교배에 막귀가 열린다

음악이 들린다, 마음이 열린다,

나는 잘 못 살아도 한참 잘 못 살았구나

정교한 드라마 한 편에 담긴 노고에 절로 무릎이 꺾인다

 

악기라는 건 내가 소리 내 주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야

사람끼리도 그렇잖아

지금 당장 네게 있는 것을 진심을 다 해 아끼고 사랑해 주기 바래

 

이건 차라리 한 편의 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프로패셔널의 혈서,

 

정성주가 가만히 내 어깨를 부축인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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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밀회 15회, 16회를 보았다. 탈린의 올드시티가 딱 영어마을보다 조금 큰 규모더니 리가도 비슷했다. 도대체 무얼 가지고 발트3국의 이름을 얻은 거야? 심심한데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고, 밀회는 실로 앗쌀했다. 잠시 느껴본 지 아주 오래 된, 쓸쓸함이라고 불러도 좋을 기분이 들었지만 고개를 흔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2014.05.24 0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삶/새알심2013. 4. 22. 09:59

 

그저, 당신을

 

“책은 그 사람의 정수입니다. 사람은 죽지만 책은 그의 영혼으로 남게 됩니다.

나는 죽은 이들도 무덤에서 불러와 여러분들을 위해 강연을 하도록 커리큘럼을 짰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듯 책을 읽기 바랍니다.“

- 구본형, 연구원 커리큘럼 中 -

 

토요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으로 갔습니다. 세례식이 있었고, 후배의 대부로 참석했습니다. 교직원 500명이 천주교 세례를 받는 큰 행사입니다. 바로 일주일 전,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렀던 곳에서, 새로 신앙의 삶을 살아가게 될 후배에게 기쁨과 축하를 전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장례미사에서, 스승의 임종을 지켜보셨던 신부님이 말하셨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선종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셨습니다. 죽음의 그늘이 없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도 없었고 죽음을 향해서 간다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습니다. 삶을 끝까지 살고 완성하셨습니다. 그냥 사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삶을 끝까지 이루었습니다.

 

그 삶 안에 많은 비바람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그분의 영혼에 아무런 상처도, 아픔도, 주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죽음은 다 낯선 것인데, 익숙한 삶을 아주 가볍게 결별하고 낯섬을 받아들이며,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을 당신의 삶으로 증거했습니다.”

 

신부님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스승을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성직자로서, 세속인인 구본형 바오로 선생을 만났지만, 선생의 삶 안에서는 성과 속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거룩함을 자기삶 안으로 끌고 들어가고, 세속적인 것을 거룩함으로 변화시키는 그런 신비로운 일을 우리 가운데서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을 선생이라고 부릅니다.”

 

언론에서는 베스트셀러 저자, 자기계발 전문가라고 불렀지만, 신부님은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변화경영사상가, 작가, 시인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지만, 저는 이분을 우리에게 진정 새로운 영성을 보여주신 ‘우리 시대의 영성가’라 이름붙이고 싶습니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의 글과 삶과 가르침을 보면 저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주셨습니다. 그의 말과 글은 새로운 복음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로 예수님의 메시지를 새롭게 해석해주신 위대한 영성가를 우리가 만나고 살았던 것은 복된 일이 아닙니까? 너무도 감사한, 너무도 축복받은 은총의 만남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듣는데, 스치듯 지나가던 한 구절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분은 남을 부끄럽게 했지만,

남을 주눅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의 너무나 훌륭한 말씀들에 비하면 작고 사소한 내용이었지만, 그 말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같이 있는 상대방을 몹시 부끄럽게 했지만, 결코 주눅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던 모습이 새삼 그리워졌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흘러갔습니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가족, 제자들, 수많은 조문객들이 전하는 슬픔과 안타까움, 비통함과 황망함, 애틋한 그리움의 내용들을 올바로 전달하고 표현할 능력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스승님은 입관식, 장례미사, 화장을 하고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 살롱 9’ 에 들러 제자들이 준비한 추도식을 지낸 후, 절두산 성지에 안치되었습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 영웅이 되는 길을 찾아내어 스스로 그 길이 되었고, 누군가의 꿈이 되더니, 이제는 변화를 갈망하고 행복을 원하는 사람들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유일함의 원천인 자신을 무기로 19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저자였고, 대한민국에 없던 직업을 마련한 자기계발 전문가였습니다. 연구원 제도를 통해 사람을 키우고, 글과 삶과 앎을 일치시킨 사상가였으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생활자의 삶으로, 시처럼 살다 간 시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아름답고 완전하게 마무리한 우리시대의 영성가였습니다.

 

저는 그저 당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였고, 가족과 제자들, 당신의 글과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로부터 그 누구보다 사랑받았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입니까?  당신은 신의 미움을 받았습니다. 신들이 질투할 만한 삶을 살았으니까요.

 

**

영세를 받은 후배에게 축하를 전하며, 묵주와 책 한권을 선물했습니다. ‘할아버지의 기도’ 라는 책입니다. 그와 같은 책을 써보라며 스승이 제게 권했던 책입니다. 부족한 저는 그런 훌륭한 책을 쓰지 못했지만,  정성껏 아껴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스승님 책에서 뵙겠습니다.

평안히 잠드소서...

 

 

변화경영연구소는 4.26일(금)부터 5월31일까지 ‘추모의 밤’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추모의 밤은 ‘성장심리 상담가 정예서 연구원’이 진행합니다. 우리는 무덤에 계신 그분을 불러와 직접 만나듯, 그와의 잊을 수 없던 순간을 나눌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한 구절, 첫 번째 추모의 밤 신청]

http://www.bhgoo.com/2011/488832#29

 

선생님은 변화경영연구소가 작은 간이역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이번 주 ‘크리에이티브 살롱 9’ 의 작은 Program 들이, 지친 당신에게 일싱의 쉼과 휴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Program 설명회 / 4.23(화) 오전 11시~12시30분

모든 엄마는 행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면서도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도와주는, 박미옥 연구원의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http://www.bhgoo.com/2011/485546#0

 

수퍼갑 미스김 되는 법 [커리어 토크쇼] / 4.24(수) 저녁 7시 30분

커리어 컨설턴트 유재경 연구원의 유쾌한 토크쇼가 진행됩니다.

http://www.bhgoo.com/2011/487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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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3. 4. 22. 09:53

* 다음 글은 구본형 선생님의 큰딸 구해린 님이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 해준 분들에게 전하는 감사 편지입니다.

 

3월 초의 일입니다.

그날은 오랜만에 따뜻한 봄햇살이 느껴지던 이른 봄날의 늦은 오후였습니다.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계셨고

저는 아버지 옆에 앉아서 뺨을 쓸어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마른 입술로 말씀하셨습니다.

 

"딸아, 내 인생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먼저 떠나보냈던 형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보았던 형은, 형수와 두 딸을 정말로 사랑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형은 없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할 것이야.

너희 엄마가 걱정이다.

엄마는 씩씩해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구절도 있었고, 들릴듯 말듯하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되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롯이 아버지와 단둘이서 보내는 늦은 오후에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입술을 달싹이며 이야기 하시다가 다시 편안하기 잠속으로 빠져드십니다.

저는 이불을 덮어드리고 잠든 아버지의 이마와 콧날을 바라봅니다.

 

긴 겨울동안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그렇게 짧지만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는 그 순간이 이렇게 빛나는 순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장례식장을 찾아주시고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신 여러분,

 

아버지와 함께 소통했던

둘만의 비밀, 둘만이 공유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으실 겁니다.

혹은 책을 통해 아버님을 만나신 분들은

어느 한구절에서 아버지와 깊이 마주했던 순간이 있으실 겁니다.

 

이제는 비록 얼굴을 만지고 마주할 수는 없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을 되새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신 모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 아버지의 인생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라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이었음을 여러분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마당에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어서

아버지 영정사진을 의자에 앉히고 목련을 보여드렸습니다.

생전에 참으로 사랑하던 장소였습니다.

따뜻한 모닝커피도 한잔 뽑아드렸습니다.

 

봄 하루가 이렇게 지나갑니다.

사랑해마지 않았던 봄날이가슴 먹먹하고 슬프게 지나가지만

아버지가 원하시는 건 이봄을 그저 슬프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따뜻한 봄날을 만드는 것임을 알기에

내년 봄은 좀 더 씩씩하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2013년 4월 18일

 

큰딸 해린 올림.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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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선생님의 큰 따님이 보낸 편지,
    아버지가 좋아 하시던 자리에 영정 사진을 앉히고, 모닝커피를 준비하여
    막 터지려는 목련 꽃망울을 보여 드리는 마음이
    우리가 삶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닌가 싶다.

    2013.04.22 09: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삶/새알심2013. 4. 20. 12:40

 

 

그림 :  송암  홍정길 http://www.bhgoo.com/2011/489577

 

 

 

                                   

                                                               그림 :  송암  홍정길

 

 

 

 

 

        사진 :  신 재 동  http://www.bhgoo.com/2011/imgessay/489340

 

 

 

 

                                                                      사진 :   신 재 동

 

 

 

                짧은 투병 기간 동안 선생님께서는 일절 외부에 병에 대해서 밝히지 않으셨다. 그래서 선생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두 달여, 다들 궁금해하면서도 그렇게 위중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러 글을 통해 어깨가 아프시다고 한 적이 있으셔서 몇 번이고 마음이 쓰이면서도  문자 한 번을 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심신이 약해진 시기에 가만히 나를 기억해 준 마음 하나 느끼셨다면 그래도 애틋하셨을 터인데......

 

선생님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는 사진으로, 누구는 그림으로, 누구는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좋은 삶이었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심지어 장례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조차 부러움을 내비치셨을 정도이다. 누군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장례식이라 했던가. 진심으로 애통해 하며 헌신적으로 의식을 치르는 연구원과 꿈벗들의 진정성이 "본형이, 잘 살았네!" 감탄사로 이어지게 했다.

 

연구소에서는 무려 10개의 소위원회가 꾸려졌다. 선생님께서 뽑아만 놓으시고 겨우 병석에서 1분간 지켜 보신 9기 연구원을 이끄는 교육팀에서부터 연구소의 정체성,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팀이며 기념사업위원회 등등.  살롱9에서도 49재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추모제가 열린다.  인상깊은 책의 한 구절로 만났든, 강연으로 만났든, 선생님을 각별하게 기억하는 분은 누구나 가시는 길에 꽃 한 송이 놓는 마음으로 오시기 바란다. http://www.bhgoo.com/2011/488832#38

 

 

 

 - 추모주간 : 4월 26일 (금) ~ 5월 31일 (금)

      . 4.26(금) 잊을 수 없는 한 구절  [책과 함께 하는 밤] 
      . 5.03(금) 내 마음을 시에 담아   [시와 함께 하는 밤] 
      . 5.10(금) 첫만남에서 영원으로  [기억이 흐르는 밤]      

        5.15(수) 나의 사랑, 구본형      [스승의 날 추모행사]
      . 5.24(금) 꿈은 낮에 꾸는것이다 [우리의 꿈이 함께하는 밤]  
      . 5.31(금) 웃고 노래하라, 춤추라 [노래와 춤으로 꽃피는 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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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3. 4. 18. 02:24

 

사진: 양경수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그대가 꽃이니까

있는 힘을 다 해 자신을 밀어 올린 자만이

꽃이 될 수 있지


누구보다도 먼저 그대는 알고 있었어

꽃은 피었다 지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며

시시각각 지나가는 것이기에

삶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그대,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지

토끼풀로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주르륵 신발을 장대에 꿰어 해변을 걷고

시를 외우고 여행을 다니고 춤을 추었어


세상의 인기는 허망한 노릇이지만

나를 직접 아는 사람들의 선망은 갈수록 풍요롭다는

그대의 생각은 절대 옳았어

사람 마음에 뿌리는 씨앗이 가장 고운 꽃을 피우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이 지상 최대의 축복이네


병석의 그대를 응원하려고

정화는 꽃단장을 하고 왔고

이준이는 양모자를 쓰고 왔고

좌샘은 여행지에서 주워 온 연금술사의 돌을 쥐어 드렸지

승오는 아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도명수는 춤을 추었어

그대는 마법사로군

어찌 이리 많은 이들 가슴에 올올이 들어 가 앉았나

어찌 저마다 사랑받았다고 여기게 만들었나


마침내 병석에 누운 그대 두 손을 치켜 올려 환호하네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

너무나 이른 작별, 입관식을 보았어도 믿기지가 않지만

그래서 성공이야! 합격이야! 진짜야!

사람을 남기고 시처럼 살다 간 그대, 깊은 인생


저기 좀 보아!

제자들이 두둥실 민들레 꽃씨를 타고 날아 오르네

그대가 보여준 좋은 삶 세상 끝까지 전하러 가네

다시는 걷지도 못하게

사람 발목을 꽁꽁 묶어 옭아매어 놓았지만

우리 싸부 사슴같은 눈동자, 우리와 함께 못 가는 곳 없으리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봄꽃마다 아롱질 고운 생애 내 선생님

부디 편히 가시라

그대로 해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2013년 4월 16일, 연구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한명석 드립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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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3. 4. 14. 15:50

 

 

박소라 연구원을 비롯, 연구원들의 애틋한 기도에도 아랑곳없이, 4월 13일 저녁 7시 50분 구본형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작년 가을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시곤 괜찮으려나보다 했는데, 폐와 척수에까지 전이된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수술한 것이

올 2월 28일, 그리고 한 달 반, 늘 주변에서 빙빙 돌던 내 마음이 이럴진대 당사자는, 또 가족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까.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그 무서운 죽음의 길을 걸어갔을까 궁금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느닷없이, 어리둥절한 채로, 억울하고 비통한 채로, 두려워하다가 슬퍼하다가 갑자기 그렇게 길은 끊어지고 마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돌연한 선생님의 죽음 앞에 문득,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온통 환영으로 보인다. 한바탕의 긴 봄꿈이 맞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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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라 드릴 말씀이 없지만 함께 그 마음 옆에 위로로 있고 싶습니다.

    2013.04.15 08: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그렇지 않아도 별세 소식에 언니 생각이 났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3.04.21 19: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삶/새알심2013. 4. 13. 13:16

 

 

박소라연구원이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선에서 이토록 환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솟는지 신기해서 보고 또 보게 되네요. 전에 어떤 흑백사진가가, 돌멩이 하나를 찍더라도 피사체와 교감을 나눈 상태에서 찍은 사진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말한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네요.

 

마음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히 전달됩니다. 내가 만일 이런 그림을 선물받는다면,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누군가의 마음으로 수혈받아, 생명에의 의지를 뜨겁게 달굴 것 같습니다. 문득 예술이란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마워집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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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3. 3. 15. 20:06

 

 

 

수강생 갱양이 카톡에 쓰라고 캐리커처를 그려 줬다. 그녀는 전에도 지우개 도장을 파 주어 나를 감동시킨 바 있는데,

이렇게 좋은 재주를 가지고, 상업화 할 생각을  안 한다. 모든 것이 넘쳐 나는 시대, 이렇게 조촐해도 각별한 선물이 사람을 감동시킨다고, 분명히 틈새가 있다고 아무리 말해 줘도 소용없다.

 

 

 

 

도장이나 캐리커처 처럼 멋지진 않지만^^  여전히 삐죽한 머리 휘날리며, 사각턱으로 들이대며 글쓰기강좌를 하고 있다.

글쓰기에는 분명히 인생을 팍 바꿔 버리는 힘이 있다. 그것이 궁금한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7144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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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3. 3. 6. 20:16

다니러 오신 엄마는 집으로 가시고, 나는 외출하느라 같이 준비하는 중,

스타킹 신은 발을 내려다보시며 "춥지 않니?"

내 입은 바지를 쳐다보시며 "바지 안 추워?"

나보다 한 발 먼저 머리를 감으시더니, "노란 수건 내가 반만 썼다" 하신다.

 

머리를 헹구고 수건을 만져 보니, 절반은 축축할 정도로 젖었고, 절반은 뽀송뽀송하다.

절반만 갖고 머리를 털려니 동작이 나올 리가 없다.

 

늙는다는 건 걱정으로 뭉친다는 뜻일까,

수건 한 장도 맘대로 못 쓰게 된 엄마의 노심초사가 얼굴에 묻어나 엄마의 얼굴이 낯설다.

그 좋던 얼굴이 많이 망가지셨다. 

 

전에는 늙어가는 엄마 생각하면 마음이 철렁철렁했는데, 요즘은 그냥 착잡하다.

어떻게든 끝까지 엄마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던 것이,

최소의 몫을 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나 또한 나이들어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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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
    요즘 제가 철이드는지 나이드시는 엄마에대한 맘이 쨘하기도 하지만 존경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건강하시죠?^^

    2013.03.08 0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예, 저도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의연하고 저토록 헌신적일 수 있을지 존경스러워요.
    저는 그만큼도 못 할 것이 환하지요.

    잘 지내시지요? 토댁님.

    2013.03.08 15: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