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에서 8박9일, 엄마 모시고 제주.

 

위미(爲美)항. 뜻하지 않은 발견.

자를 찾아보니 하다. 만들다, 베풀다, 인정하다, 간주하다, 성취하다라는 뜻이 뜬다.

아름다움을 만들고 베풀고 성취하는 항구에 둥지를 틀고 통발을 걷으러 다니며 늙어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고혹적인 지명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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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은 아들이.

    2017.01.11 09: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하노이로 들어가서 하롱베이, 달랏을 들러 다낭에서 나오는 910일의 일정입니다.

푹 쉬고 하루 한 두가지 일정만 소화하고, 느긋하게 맛있는 밥 먹고.... 모든 것이 엄마 위주로우리 삶의 출발이자 토대요, 가장 큰 헌신을 하고도 가장 홀대받는 이름 <엄마>에게 바치는 헌정여행입니다.


 

컨셉: 딸이 엄마 모시고 가는 엄마딸 여행

성과물: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기록하고사진도 듬뿍 들어간 여행 문집 만들기

일시: 20151023일에서 111, 910일(앞뒤로 2,3일 정도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경비: 1인당 190만원(베트남 현지에서 국내선 2, 하롱베이에서  선상호텔 1), 

       글쓰기지도와 안내경비를 포함 일체의 추가경비 필요없음, 개인 선물비만 제외.^^

           

코스:하노이, 하롱베이, 달랏, 다낭, 호이안 (접근성이 안 좋아서 사파 제외)

          

신청마감: 820

국민은행 737301-01-024922 (예금주: 한명석)로 예약금 백만원을 입금하시면 신청완료

주의사항: 관심있는 분은 미리 여권을 준비하셔서 신청직후부터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려요.


 

문의처: dschool7@hanmail.net 한명석

** 참가자들이 마음을 모아주면 공저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쉰 살 무렵의 엄마는 아름다웠네요. 화사한 얼굴에 분홍색 한복이 참 잘 어울립니다올해 81세가 되신 엄마는  건강한 편이지만 쇠퇴의 징후는 어쩔 수 없습니다. 엄마의 의지에 상관없이 입술을 달달 떨곤 하시네요. 나는 엄마만한 용모를 갖추지 못했고, 섭생에도 신경을 안 쓰니 엄마보다 더 빨리 망가지겠지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같은 길을 가고 있구나.... 싶었을 때 더이상 엄마에게 지청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엄마의 남은 시간을 좋은 것으로 채워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제게 그것은 단연코 여행입니다. 낯선 풍경, 낯선 음식, 예기치 않았던 일들에 부딪히며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감정과 감각을 끌어내 주기에, 여행은 전적으로 삶에 속해 있으니까요.

 

엄마를  TV 앞에서 잡아일으켜 생생한 삶의 현장에 나란히 서고 싶습니다. 비슷한듯 다른 이국의 풍광 앞에서 때로는 친근감에 때로는 낯섬에 화들짝 놀라며 크게 소리내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인천에서 하노이까지 5시간, 이동시간이 적당하고, <월남>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나라이고,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라 베트남으로 정했습니다. 910,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온전히 엄마에게 귀 기울여 엄마의 삶을 들어드리고, 잘 기록하여 남겨 두고 싶기도 합니다비슷한 세대의 말동무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겠지요.

 

 

 

                하노이 교회

 

 

 

                          하롱베이 전경, 선상호텔에서 1박

 

 

 

 

 

 

             달랏

 

 

 

   호이안

 

 

 

 

 

 

 

                          

                             그리고 베트남 음식 몇 가지.

                   중국과 가깝고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던 관계로 음식문화가 실로 다채롭다.

                  '반미'라 불리는 베트남식 샌드위치는 정말 최고.^^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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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매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면적이 남한의 7배로 넓기도 하거니와, 자연과 역사와 문화, 인간미를 모두 갖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여행자들은 지극히 제한된 코스 몇 군데만 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남아는 우리네 60년대와 비슷해서, 안쓰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구요. 서유럽에서는 알게 모르게 치인다는 느낌을 받았구요. (물론 제 생각임다) 알게 되면 될수록 터키의 저력과 편안함에 빠져들게 되네요. 적어도 터키 4부작은 써야 조금이라도 터키에 대해 알게 되겠다는 심정입니다.

      

 

그리하여 두 번째 터키 배낭여행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50대 이상 여성들이 의기투합한다면,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환영하는 세리모니가 될 것 같아 그리 잡아 보았습니다.

 

       

제게는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어른의 여행>답게 머물기 좋은 도시 몇 군데를 발굴해도 좋고, 미니멀리즘여행으로 여행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좋겠구요, 연구력이 받쳐준다면 차이, 올리브, 타일, 카페트처럼 터키의 사랑스러운 상징들을 집중 조명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저의 제안에 호응하는 분들과 모여 구체적인 컨셉을 정하겠습니다.

 

          

 

1. 여행지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보드룸, 부르사, 이즈닉, 에페소, 페티에, 그리스 3박 크루즈

 

(부르사 인근의 전통마을 즈말르크즉이나 페티에 주변의 수많은 명소를 비롯해서 주요도시를 거점으로,

 

작지만 의미있는 지역 방문이 많습니다.)

 

    

 

2.일시: 2015918일에서 4(앞뒤로 2,3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공저과정은 8월부터 20161월까지 월 2~3회 모여 필독서 독서회와 글쓰기 훈련, 컨셉을 확정하고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투고합니다)

 

 

 

3.경비: 500만원

 

(경비지출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따라서 정산 후에 가감이 있을 수 있는데, 숙소비로 조정하면

 

이 금액은 넘지 않게 맞출 수 있습니다.)

 

 

** 이 경비에 포함되는 내용

   

항공비, 숙박비(21), 그리스 크루즈, 도시간 이동차비,

 

 

자미와 박물관 등 3곳 입장료, 카파도키아 그린투어, 레드투어 참가비, 여행자보험료,

 

6개월간의 공저과정 수업료

   

 

 

** 이 경비에 불포함되는 내용

 

 

패러글라이딩이나 열기구 같은 고급 액티비티, 

   

크루즈로 그리스에 정박한 곳의 투어비용,

 

 

식비(아파트를 얻어서 공동취사하면 실비로 가능, 식당에서는 각자 지불,

 

4주에 50만원이면 적당)

 

    

 

4. 신청기한: 접수마감- 726() 자정

  

 

 

** 경비는 3회 분납이 가능합니다. 마감시점까지 150만원을 납부하시면 신청완료,

 

이후 8월말에 150만원, 출발 이틀 전까지 200만원 납부.

 

 

 

계좌번호: 국민은행 737301-01-024922(한명석) 입금후 연락주세요. 010-사팔오일-5704

    

** 환불규정: 신청을 취소할 경우 해당 항공사의 환불규정에 따릅니다.

 

        

5. 본 프로젝트의 특징

    

 - 배낭여행: 트램도 타고, 야간버스도 타고, 많이 걷는 배낭여행입니다. 제가 터키에 두 번 가 보았지만 절대 능숙하게 길을 찾는 편은 아니고요, 다만 한 가지, 조금 실수해도 된다는 것,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내 나라, 내 집에 있을 때와 같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머무는 여행: 4주 일정에 7개 도시와 크루즈 정도면 너무 서둘지 않고 천천히 둘러보기 딱 좋을 것입니다. 이번 여행의 컨셉 중에, 언제든 마음대로 스며들 수 있는 나의 도시를 발굴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눈을 맞출 수 있도록 바쁘지않게 진행됩니다.

 

    

   

- 도전하는 여행: 패러글라이딩이나 열기구 타기같은 액티비티도 좋겠고, 현지인 친구사귀기나 치즈 제조농가 탐방도 좋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감정이나 근육을 사용하기, 고질적인 습관에서 벗어나기 같은 심리적 과제도 좋고.... 여행 초에 각자 설정한 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여행의 밀도를 더 합니다. 평소에 패키지여행을 다니던 분이라면 이번 여행의 참여 자체가 도전이 되겠지요.

 

     

- 저술여행: 여행하면서 감명받은 장면에서 받은 인상을 불러올 수 있는 키워드를 비롯, 간단하게 메모를 해 놓으면 여행 후에 본격적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행하면서 내가 카메라가 되고, 녹음기가 되는(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 훈련이 필요하겠지요. 간단한 포스팅을 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고, 글쓰기에 대한 팁을 드리거나 감상을 나누는 토론자리도 수시로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른의 여행>이 되겠지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저절로 뒤로 떠밀려 가는 것을 느끼는 세대에게 여행은 최고의 모험이 되어줄 것입니다. 한 분이 모여도 실시합니다.^^

 

      

** 여행지 소개 (제가 찍은 사진인데 그다지 선명하지는 않네요)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언제고 하나 장만하고 싶은 터키의 카페트

 

 

                                                                                                      아름다운 골든혼

 

 

 

                                                     이스탄불 아시아지구 가는 길의 해안과 보트 풍경

 

 

 

 

 

 

 

 

                                                                                          카파도키아

 

                                                                        욜류데니즈 해변 부근의 블루라군         

 

                                                                                                     욜류데니즈 해변

 

                                                                  페티에 숙소에 놀러 온 고양이, 이름을 '유로'라고 지어주다

 

 

                                                                 페티에 화요장터, 터키사람들은 모두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페티에 보트투어

 

 

 

 

 

 

 

                                                        그리스 3박 크루즈,  멀리 보이는 산토리니, 아테네의 한 유적

 

 

                                                                  아르테미스 여신상- 에페소 고고학 박물관

 

 

                                           상당히 현대적이지요? 저는 토우처럼 작고 진솔한 조형물에 이끌리곤 합니다.

 

                                                               애완견의 석관 -  이상 안탈랴 고고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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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풍경사진을 주로 찍었다. 특히 꽃과 나무, 넘실거리는 초록의 밀밭에 한 떨기 붉은 양귀비나 노란 들꽃을 배경으로 튀어나올 듯 진한 청남색은 내가 각별하게 좋아하는 조합이다. 이번에 풍경보다 사람을 많이 찍는 나를 발견했다. 딱히 우리 일행이 아니더라도 명백히 내 카메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몇 년 전 나를 터키로 이끈 것은 카파도키아의 사진 한 장이었다. 기기묘묘한 모양의 바위에 굴을 뚫어 생활한 기독교인들의 자취는,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환상의 극치였다. 그러나 막상 내 발로 딛은 카파도키아는 환상이 지나쳐 CG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영화 속에 들어 와 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이고 덤덤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번에 가이드와 함께 로즈밸리를 트래킹하며 마음이 달라졌다.

 

 

 

잔잔한 들꽃이 깔린 우치히사르는 아늑했고, 버섯바위로 유명한 파샤바는 유머러스했고, 야생 포도나무와 산파(양념으로 쓰이는 그 파)가 깔린 로즈밸리 정상은 장엄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점프샷을 찍었다. 박자를 맞추기는 어려웠지만 그 또한 어떠리. 몇 번을 찍어도 음계처럼 엇갈리는 파고 덕분에 소리높여 웃는다. "이거 사과 나무에요" 가이드가 지나치며 무심히 한 말에 마침 나무에 대해 박식한 멤버가 이의를 제기하자 그 이후로는 가이드가 대폭 조심스러워졌다. 송편 모양의 어린 과실은 맛을 보아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과실을 잘근잘근 씹으며 살구라고 결론내렸다. 인근의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우리 드라마 <>을 보고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가수로는 빅뱅과 케이윌을 좋아한다니, 케이윌처럼 덜 유명한 가수까지 챙겨서 좋아해 주는 것에 고맙기도 하고, 문화의 파급력에 새삼 놀라다.

 

 

나는 특히 우치히사르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들꽃 카페트 사이에 지그재그로 난 조붓한 길이 아름다운데 그 길에 사람이 걸어갈 때 풍경이 완성되었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붓꽃더미 너머로 아롱대는 사람의 그림자가 좋다.

 

 

마침 TV에서 <삼시세끼>가 돌아간다. 박신혜가 게스트로 나온 분량이다. 때로 아무 대화도 없이 조용하게 밥을 먹는 출연진들.... 옥수수 모종 수 천 개를 심는 시간은 또 얼마나 힘들고 지루했을까. 드라마는 일상에서 지루함을 제거한 것이라고 했던가. 일상이 어찌 재미있기만 하랴. 반복되는 일상을 집약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편집력이 있어 이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500여 평의 밭에 각 출연진이 옥수수 모종을 심은 면적을 나누어 대비해 주는 것에 소리내어 웃는다.

 

 

이번 글쓰기여행에 참여한 멤버들이 <삼시세끼>의 편집자가 되면 좋겠다. 유머감각있는 편집자가 되어,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 서걱거리기도 하고, 가끔 미묘한 갈등이 맴돌았으나 종국에는 차분하게 초심의 의미를 되새기며 깊어져간 그 시간의 의미를 집약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동행을 구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행의 도반처럼 그 말에 어울리는 사이가 어디 또 있으랴. 4주의 여행을 마치고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마무리멘트를 하는데 "사람이 천국인 것 같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원래 나는 다른 일은 모두 혼자 해도 여행만은 혼자 할 생각이 없었다. 늘 딸하고 같이 다니다가 이번에 확장시켜보니 소소한 갈등조차 재미있다. 아니, 애초에 그건 갈등이 아니라 표현방식의 차이였다. 앞으로 좀 더 유연하게, 좀 더 의미있게 글쓰기여행을 발전시켜 나갈 생각에 설렌다.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안에 사람이 들어있을 때 스토리가 생긴다. 보름달조차 휘영청 창공에 홀로 떠 있는 것보다 비스듬히 능선에 걸쳐 있는 것이 정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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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명동 이스티크랄 거리는 오늘도 북적입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만으로도 장관인데, 사람들을 헤치고 트램이 나타납니다. 여기가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분할 것도 없고 바쁠 것도 없이 트램은 유유하게 인파를 헤치고 나아갑니다. 딱 한 량짜리 트램이 너무 귀엽고 이국적이라 관광객들은 트램 앞에 서서 잔뜩 폼을 잡고 사진을 찍고, 저는 또 그 모습을 사진찍습니다. 여행 종료 D-1, 돌아가기 싫어 죽겠습니다.^^ 한국의 내 사는 동네가 낯설 것 같다 싶으면 말 다 했지요? 늘 자기존중감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아닌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되고 싶어하니 말입니다. 복잡한 생각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저 이스티크랄의 정취를 즐기려고 합니다.

 

 

내 집에 오는 손님을 신이 보내주신 선물이라 여긴다는 터키에는 후식이 발달했습니다.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가 현현된 것 같아 저는 후식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름까지 ‘delight’라니 얼마나 좋은지요! 그런데 손이 많이 가서 그런가, 관광객용 가격이어서 그런가 이 후식의 값이 만만치가 않아요.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디저트 전문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MADO에 들어갑니다. 진열대를 가득 메운 딜라이트가 그 자체로 문화상품입니다. 더구나 이 집은 척 봐도 역사가 오랜, 장인의 집다운 풍모가 느껴집니다. 제각기 다른 아이스크림 세 조각에 후식 한 가지를 멋지게 배치한 한 접시에 7천원 정도, 우리 물가와는 비슷하지만 터키의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제법 비싼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나이프로 썰어 먹는 마음이 한없이 풀어집니다. 저는 왜 이렇게 안 해 본 일을 하는 데 열광하는 걸까요? 앞으로 이스탄불에 온다면 반드시 MADO에 들릴 것 같습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이스탄불에 익숙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이런 심정이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게로 번져가면 더 좋겠지요.

 

 

 

 

 

 

아주 마음에 드는 뮤지션도 보았네요. 앉아서 타악기를 치는 덥석부리 남자나, 마이클잭슨을 닮은 기타리스트, 처음 보는 조붓한 현악기를 연주하는 장발의 남자, 소박하지만 야무져 보이는 여성 보컬 모두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서서 몇 곡을 들어보니 터키 특유의 음률이 반복되는 느낌은 있지만 목소리의 신선함이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이 인디뮤지션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호응도 좋고, 동전도 수북이 쌓이네요.

 

흥에 겨워 동영상을 찍고 동전도 던지며 한참을 서서 듣습니다. 문득 내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면 거리공연으로 유럽여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에는 터키보다 거리공연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지요. 작년 5월에 3개월간 동유럽을 훑으며 거리의 뮤지션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저는 거리공연의 분위기를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당최 아는 노래가 없는 것이 서운해서, 단 한 번이라도 아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가 프랑크푸르트에서 그 소원을 풀었지요. 하루가 저물기 시작한 괴테광장 한 쪽에서 "백만 송이의 장미"가 들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어깨가 꾸부정하고 머리가 햐얀, 60대로 보이는 분이 커다란 캐리어를 옆에 놓고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동전과 박수로써 그 분을 응원했습니다.

 

만일 우리 사회 특유의 모노레일이 숨막히고, 이 길이 전부인가 막막한 분이 있다면 일단 세계여행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금이 문제라면 <거리공연으로 유럽여행하기> 컨셉도 좋을 것입니다. 거리공연에 반드시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럽 사람들의 상상력이 은근히 빈약해서 꼼짝 않고 동상처럼 서 있는 퍼포먼스를 많이 하는데,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면 아무러면 그것만 못하겠습니까?^^

 

버스로 이동하며 터키의 끝없는 평원을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뿐 아니라 유럽에는 농지도 아니고 초지도 아닌 채로 놀리고 있는 평지가 너무 많아서 아깝곤 했는데요, 이렇게 넓은 곳에서 조그맣게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원을 가꾸어 은퇴세대가 머무는 여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터키에는 다수가 여름집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 집을 빌려 임대업을 해도 좋겠구요.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니가 가라, 하와이할는지도 모르겠네요. 저역시 말만 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택하는 쪽이니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좋은 여행을 더 좋게 하기, 여행의 문턱을 낮추기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야겠습니다.

 

 

 

 

 

이래저래 첫 번째 글쓰기여행이 끝나갑니다. 서툰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배운 것이 있으니 성공입니다. 너무 아쉬워서 지극히 터키스러운 도안이 있는 티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터번이며 히잡을 쓴 사람들로 가득한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곧 돌아가서 뵈어요. 어쩐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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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50분, 일출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우리가 가려는 길을 앞장서고 있다. 어제 미리 답사해 둔 언덕인데, 사방이 탁 트이다보니 선셋포인트이기도 하다. 십 여 분 비탈길을 올라가면 펑퍼짐한 정상에 Sunset cafe가 있다.


수십 개의 벌룬이 누워있거나 공기주입을 마쳤다. 제일 부지런한 놈이 일등으로 하늘로 올랐다. 이어서 여러 개의 벌룬이 미동도 없이 조용히 떠오른다. 어느새 시야를 가득 메운 벌룬들, 하릴없이 세어보니 이 골짜기에서만 40개가 넘는다.

 

 

 

 

 

멀리 지평선 께가 붉어지더니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게 허락된 하루에 순한 마음이 된다. 일출은 일출 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른 사람의 마음에서 완성된다.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나아가는 마음에 어찌 기도 한 자락이 없을손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여행이 마냥 서운한데 마음이 산란하다. 단지 서운해서가 아니라 맘껏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의미가 생기고 인연이 생기고 미래가 열린다. 소소한 문제 따위는 실없이 풀려버린다. 그래서 사랑이 권력인데 그걸 어찌 안할 것인가. 서툴면 훈련하면 되지. 이제부터 사랑을 훈련해야겠다. 순간 착시를 일으키며 벌룬이 하트로 보인다. 이제까지는 아래쪽에 사람을 태운 바구니가 풍선을 묶은 꼭지로 보여 완벽한 풍선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하트가 여명을 배경으로 점점이 박혀있다. 내 마음도 한없이 커져버린다.

 

 

 

 

 

딸이 화장실을 찾아가더니 피식 웃으며 돌아온다. 세상에 카페 주인이 오렌지와 석류는 좌판에 그냥 둔 채로 화장실만 잠그고 퇴근했단다. 이 나라의 화장실은 우선순위가 높기도 하다. 장밋빛 노을이 비친대서 로즈밸리라 불리는 언덕을 배경으로 한 선셋카페의 전경. 그 아래 골짜기는 또 이런 모습. 한 장의 카파도키아 사진이 나를 터키로 이끌었더랬다. 지금은 이 곳 주민이라도 된양 익숙하다. 길 위가 한없이 편안하다. 나는 길 위에 두 발로 버티고 선 사람이다.

 

 

 

 

숙소 옆의 벌룬회사에서 이제 출발하는 차를 보았다. 꽁꽁 묶은 벌룬 옆에 노란꽃이 한 양동이 담겨있다. 어제 들판에서 본 이 꽃이다. 여행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이벤트지만 그에게는 일상의 노동일  벌룬 옆에 놓아둔 마음이 애틋하다. 나에게 이미 일상이 되고 직업이 된 여행의 하루를 그이의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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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 도착한 날 하필 비가 내렸다.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가느라 용을 쓰며 숙소를 찾아가는데 자꾸만 동네가 허름해진다. 완전히 어두워지기도 했지만 거리의 색깔이 유독 충충하다. 거지는 왜 그렇게 많은지, 여행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딸이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airbnb였는데 이 아파트먼트의 주인이 쌈박한 실내사진을 올린 탓에 낚인 것이다.  드디어 찾았다. 좁은 입구를 들어서니 담배냄새가 코를 찌른다. 서둘러 창문을 열어놓고, "사진만 보고 숙소를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너무 기대를 해도 안 되겠지만 앞으로의 숙소에는 풀장 있는 곳이 세 군데나 되던데, 여기를 기점으로 점점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자"고 지원사격에 나선다. 다행히도 멤버 하나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면 불편하겠지만 우리 일행만 쓰니까 괜찮다고 대꾸해 준다. 삼층 짜리 좁게 올라간 아파트를 우리가 통째로 쓰는 것이다. 일층에 침실 하나와 샤워실, 이층에 부엌과 침실 하나, 삼층에 침실 두 개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나는 딸과 함께 이층에 자리잡았다. 차 한 잔을 마시더라도 부엌이 가까워서 좋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비 오는 밤에 들어와서 그랬나 동네는 좀 허름하지만 아파트 자체는 리모델링을 해서 봐줄만하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수압도 좋다. 창문을 여니 바로 앞 건물이 빤히 보인다. 건물 사이에 틈이 없이 하나의 벽을 공유하며 딱 붙어있다. 오른 쪽의 멀끔한 아파트에서 아주머니가  바구니를 내리더니 흔들기 시작한다.  바구니는 이내 큰 폭으로 진자운동을 시작했고, 옆집의 좀 더 허름한 집 아래층에 사는 아기엄마가 그 바구니를 붙잡아 옷가지를 꺼낸다. 전에 어디선가는 5,6층 되는 건물에서 바구니를 내려 소포를 담아 올려가는 것도 본 적도 있는데 구수한 풍경이다. 바구니를 받은 집에는 고만고만한 사내아이가 셋이나 되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이 입던 옷을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동네에는 새가 많다. 창틀에도 수시로 내려와서 앉는다. 뒷집 베란다의 화분은 비둘기 세마리의 아지트다. 옹기종기 화분속에 몸을 붙이고 앉아있다. 터키에서는 사원에 가면 사원고양이가, 고고학박물관에는 박물관고양이가, 레스토랑에는 레스토랑고양이가 터줏대감인 것이 인상적인데 이 동네는 거기에 새를 하나 더 한 셈이다. 새 덕분에 허름한 외관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이 풀어지는데 나를 더 혹하게 한 일이 일어났다.

 

 

 

 

 

일요일아침, 바깥이 소란하기에 내다보니 토마토, 감자, 오이 등속이 한 트럭씩 와서 쌓이고 있다. 외출하려고 보니 현관출입구가 좌판으로 막혀있다. 우리 숙소 바로 앞에 일요장이 선 것이다!  규모가 제법 커서 길게 뻗은 십자 도로를 꽉 채운 장터를 보니 부자가 된 것 같다. 이스탄불의 명동거리인 이스티크랄까지 5분 거리에 이렇게 푸짐한 장터가 서다니, 이 동네에서 장기체류하면 좋겠다. 비전있는 지역정치인이 나서서 거리를 정비하고, airbnb 동네로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시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거지노릇을 할 옷차림은 아닌데 벌써 구걸을 시작한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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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월 29일에서 5월 26일까지 터키에서 글쓰기여행 중입니다.
    여행 중에는 사진을 열심히 찍지만 돌아와서 들춰 볼 일은 거의 없지요.
    그래서 감흥이 남아있을 때 부지런히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얕은 상념이라 할지라도 파다보면 샘물이 고이겠지요.

    제 카페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
    더 많은 포스팅이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2015.05.08 22: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동네에서 회를 먹으면 스끼다시에 생고구마나 꽁치구이 같은 것도 나오잖아요? 그런데 변산반도의 격포항에서는 스끼다시가 딱 해산물만 나오는 거에요. 조개국과 가리비, 키조개, 멍게와 괴불, 다섯 가지밖에 안 되는데도 상이 꽉 찬 느낌이 든 것은 그것들 모두가 어마어마하게 신선했기 때문인데요. ‘동죽이라는 조개의 국물이나 가리비가 어찌나 맑고 시원한지 무슨 천상의 음식 같더라니까요. 다른 곳보다 좀 더 얇게 썬 우럭 또한 고소하고 감칠맛 있었구요. <격포 어촌계 회센터>라고 생산협동조합 같은 곳이라 가격까지 싸서, 쭈꾸미 한 접시를 더 해도 단 돈 7만원! 이제 다른 곳에서는 회를 먹지 못할 것 같아 큰일 났다 싶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차 없이 지내는지 9, 대중교통에 익숙해져 애들이 차를 산다고 해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말릴까 싶은데 불현듯 차 생각이 다 났을 정도입니다. 차가 있다면 순전히 회를 먹으러 격포항에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얼마 전에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지요. 상당히 여러 곳에서 그 카피를 인용했던 것을 보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저는 그 카피를 볼 때마다 불만스러웠는데요, “부러워야 이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격포항에 가서 신선한 해산물을 먹고 감탄하고는, 이렇게 두고두고 글에서도 써 먹고 있는 것처럼 경탄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흥을 주거든요. 그것이 음식이든, 스타일이든, 여행지든 감탄을 많이 느껴야 즉 부러운 것이 많아야 생활에 활력이 생깁니다. 부러운 일을 해 내기까지의 긴장이나 기다림, 마침내 그 일을 누리는 쾌감으로 일상에 무늬가 생깁니다. 나아가 그것이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인들이 가고 싶은 곳이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어지는 것을 떠올려 보세요.

 

여행가로 유명한 후지와라 신야의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식도암으로 무참한 최후를 맞이한 형을 애도하기 위한 여행을 기록한 만큼 형과의 소소한 추억이 태반인데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탄을 발견하는 것이 삶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례가 이 책에 나옵니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지요.

 

 

큐슈 모지코우에 태어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건 식도락의 길을 타고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바다로 흘러가는 물의 관문의 해협에서 제일 맛있는 생선들만 먹고 자랐거든요. 게다가 집이 여관이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저도 형도 그런 숙명을 짊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맛있는 것만 먹고 자라다 보니, 웬만큼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맛있다고 느끼지도 못하게 된 것이지요. 그 성과가 이 수첩입니다. 살아가는 것이 곧 먹는 것이라면, 이 수첩은 제 삶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 삶의 증거가 여러분의 손으로 넘어가면 여러분이 또다시 먹고 살아가게 되겠지요.

 

먹어 주십시오.

 

형은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성불할 것입니다.

 

 

수첩이라 함은, ‘숙명적인 식도락가였던 형이 그야말로 생애에 걸친 식도락을 기록한 것이었지요. 형의 1주기에 형수가 이백 부쯤 복사하여 지인들에게 돌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써 주십시오.

 

그대가 쓰지 않으면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질,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의 삽화에 대해,

 

그로 인해 당신의 삶은 차곡차곡 쌓일 것입니다

 

 

오늘 아침 먹어 주십시오그러니 써 주십시오로 연결되는 메시지에 정신이 번쩍 납니다. 변산에는 2주 전에 다녀왔지만 이 책은 2년 전에 읽었거든요. 마음편지로 무엇을 쓸까 궁리하며 제 블로그를 뒤지다가 발견한 동시성에 감기로 쳐져있던 몸이 깨어납니다. 늘 읽고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초심자의 열정에서 한참 멀어진 자세도 찔끔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의 삽화를 으로써 매순간 숨어 있는 의미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싶습니다. 감탄을 찾아 땅끝까지 가고 싶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 없이 오직 한 가지로 들씌워진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가진 단 하나의 패라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대를 감탄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모든 것을 포기해도 단 하나 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요?

 

먹어 주십시오.

입어 주십시오.

떠나 주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써 주십시오.

 

 

 

 

 

 

 

 

 

 

 

 

 

 

                                                                                4월 초  변산반도 직소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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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풀치아노는 산 정상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을이라 외곽에서 봐야 멋있다. 핸폰 사진으로 그 멋이 나올 리는없고. 터미널에서 정상에 있는 중심가를 오가는 마을버스가 있다. 길 옆에 배가 심하게 나온 사람이 서 있으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골목을 꽉 채우며 아슬아슬하게, 거의 바이킹을 탄 것과 진배없는 스릴을 주며 버스가 올라 간다.

그랜드피아짜, 절대로 그랜드하지는 않았지만, 소슬한 햇살이 내려쪼이는 소박한 벽돌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은 충분히 아름답다. 우물에도 장식을 해 놓은 것을 보니, 옛날에는 우물을 장악하는 자가 권력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대가 높으니 우물 파기가 어려워 더 했을 수도 있고.  피엔짜에서 들여다 본 우물은 내부로 들어가며 어마어마하게 깊고 넓어서 공포가 일 정도였다. 베네치아에서도 조금 넓은 공간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우물이 있고, 그보다 좁으면 펌프로 추산되는 자취가 있었다. 중요한 건 우물을 밀어버리지 않고 또 다시 천 년은 가고도 남을 만한 청동뚜껑을 해 놓아서 그 자체가 풍경을 이룬다는 것. 이들은 전통이, 역사가 아름다움이요 자산이라는 것을 어찌 이리 잘 알고 있는 걸까.

몬테에서 티본스테이크를  먹다. 그 유명한 피오렌티나, 일킬로그램이라곤 해도 그다지 많진 않았는데, 모처럼 레어로 해 보았더니 고기가 차서 별 식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유명세를 떨치는 음식이요 문화면서 맛까지 갖춘, 그런 토착음식을 먹고 싶다.

오늘의 숙소는 몬테 옆에 위치한 끼우시 끼안차노의 <La Provenca>.  평창 산 속에 온 듯한 산중의 농가. 이 곳이야말로 18세기의 농가를 살짝 손본듯, 부엌에 화덕이 남아 있고, 대리석 싱크대도 예전 것인듯하다. 둥글게 말린 면을 한 봉지 사서 간밤 저녁에는 올리브오일에 볶고, 12일 아침에는 소고기 국물에 넣어 먹었다. 집에서 어쩌다 사게 되는 스파게티 면보다 훠얼 낫다. 짜장면을 해 먹어도 아주 맛있겠다 싶을 만큼 부드럽고,풍미가 있다. 외딴 산봉우리, 저마다 털색깔이 다른 고양이가 스무 마리도 넘는 곳, 안주인은 날씬한 도시풍의 멋쟁이, 바깥주인은 우렁찬 목소리로 '본조르노'를 외치는 어깨 플러스 농부 스타일, 안주인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데, 어찌나 사람을 반기고 좋아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안타까워 두 손을 마구 휘젓는다. 1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작은 승용차로 태워 오고 태워다 주고, 이탈리아 식으로 껴안고 양 뺨을 대고, 이번 여행중 최고의 환대를 받다. 혹시 가까운 시일에 몬테풀치아노 쪽으로 가시는 분께 강추,  다들 몬테까지만 오고 안 오는지 불과 20여 분만 더 가도 외국인 흘깃거릴 정도로 토속적이고,  무엇보다도 끼우시 주변에 토스카나 특유의 풍경이 마냥 펼쳐진다. www.laprovenca.it   이맘때 숙박비, B사이트에서 예약하여 75유로. 로마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

 

 

 서운하니 내 사진도 함 올려 보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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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생님의 여행이야기는 우째이리 유혹적입니까?
    아.. 진심 부럽습니다 ㅠㅠ
    언젠가 선생님 블로그에서 전주한옥마을 이야기를 읽고서
    나도 가을에 꼭 거길 한번 가야겠다... 싶었는데(물론 아직 못 갔고 ㅜㅜ)
    유럽! 갈 수 있겠죠^^*

    2013.06.20 21: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궁~ 나경씨 밖에 없다니께. ㅋㅋ
      돌아와서도 사진 정리할 것 같지 않고, 귀한 시간이 그대로 묻힐까 저어하여 이동하면서 메모해 본 것이고, 정말 속내는 표출하지도 않은 것을 읽어줘서 고마워요.

      내가 글쓰기에 이어 여행전도사로 살 거니까, 천천히 불 때 봐요.^^

      2013.06.21 23:41 신고 [ ADDR : EDIT/ DEL ]







 

 

간밤에 늦도록 뜰에 앉아 있었다. 별은 없고, 노을이 오래도록 천천히 잦아 들고, 개구리가 울었다. 근처에서 나는,유명한 키안티클라시코를 한 병 샀다. 십일유로. 그저 거슬리지 않는다 뿐이지 이렇다할 풍미는 모르겠다. 여행이 끝나 가고 있구나. 두고 온 것들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여행은 좋았다. 베네치아처럼 자극이 너무 심하거나, 피로가 몰려 올 때, 딱 두 번쯤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여행에 심취하기도 처음이다.

무엇이든 새롭게 마음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행은 충분히 그 자리에 놓일 자격이 있다. 굳이 여행과 일상을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척럼 기질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흔한 말로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아예 둥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여행처럼 살란다. 여행하며 살란다. 여행과 공저팀을 엮을 수 있다면 또 한 시절 역동적으로 흘러 가리라.

숙소에 새끼고양이가 한 마리 갇혀 있는데 어찌나 사람이 그리웠는지 딸이 안아주니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멈추질 않는다. 그예 목욕시켜서는 데리고 잔다. 한 시간 이상, 밤 늦도록 그리고 아침에도 일어나자 마자 또 갸르릉, 두 달쯤 되어 보인다고 하는데 그동안 쌓인 외로움 다 풀 모양이다. 어이구, 그 놈 호강하네, 하면서도 안 됐다. 우리 가고 나면 어떡할래?

11일 새벽 여섯 시, 모처럼 부지런을 떨어 산책을 나갔다. 아니나다를까 ,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명주실로 짠 비단 같은 안개가 골짜기에 드리워져 있다. 그러다가 해가 불쑥 구름 위로 솟아 오르니 일제히 안개가 밑으로 깔리며, 삼나무가 구름 위로 솟은 형국이 된다. 서울은 푹푹 찌는 날씨 한낮일 텐데 어인 호사란 말인가. 나는 서서히 여행에 중독되어 간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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