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표선면 가시리에서 열리는 유채꽃축제 개장일.
2시부터 개막식인데 동네 '난타'와 노래자랑이 있는데, 세상에나 그게 보고 싶은 거 있지...
어지간히 심심한 거지. TV로 인생이 좁혀진 엄마에게도 실물세상을 보여드릴겸.
그런데 택시가 한 시간을 기다려주기로 한 지라 그것도 못 보고 되짚어 돌아옴.
꽃이 좋은 건가, 군집이 좋은 건가. 누구나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다.
풍력발전기가 휙휙 돌아가며 음영이 질 때,
바람에 일렁이는 노란 점, 초록 점의 향연에 살짝 어지러웠다.
그 정도로 유채꽃밭은 아름다웠다.
엄마 사진을 좀 찍을까 하다 너무 인위적인 게 싫어서 관두다.
대신 우연히 잡힌 사진 한 장에서 섬칫 놀란다.
저 시절, 저 시절을 다 지나 엄마는 지금 여기에 이르렀다.
너무 짜증부리지 말고 차라리 슬슬 피하자.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을 적게 함으로써
내 짜증을 무력한 노인에게 투사하는 일을 줄이자.
그건
나름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자부하며 살아 온 내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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