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사진의 힘2016. 9. 22. 11:28

 

 

 

 

 

 

 

 

이천 원 짜리 과꽃 화분에 나팔꽃씨 세 개가 묻어 왔나 보다.

실처럼 가는 줄기를 뻗어갈 때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한참을 나팔꽃 보며 놀았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크는 것이 보이겠다 싶을 정도로

놈은 부쩍부쩍 자랐다.

그 얇은 손길로 바득바득 올라 천장에 닿자 이번에는

사방으로 뻗치고 지들끼리 얽히며 선의 음율을 보여주었고

오늘은 몇 송이가 피었나 세어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무채색 거실에 찍힌 몇 점의 색깔을 보려

컴퓨터 하다 설거지 하다 우정 화분을 바라본다.

똥폰을 버리고 디카를 꺼낸다.

 

내일 피겠다고 돌돌 말린 봉우리의 날렵한 약속과

오전이 지나기전 오무라들고 마는 결벽과

이파리를 만지면 파삭 느껴지는 솜털의 기품....

 

갈라진 줄기마다 일일이 맺힌 꽃봉오리에 이르러

! 숨이 멈춘다.

그래, 모든 고비가 다 기회였다.

 

나의 지오그래픽, 나의 자기계발.

나팔꽃이 죽어가고 있다.

 

시든꽃도 아름답다.

 

 

 

** 지오그래픽 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지라도

    나팔꽃 한 송이에서 자연과 세계에 대해 느낀 것이 너무 많아 꼭 쓰고 싶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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