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6. 4. 30. 11:33

 

 

막 출간된 공저의 인터뷰이 중 한 분인 서촌화가 김미경 씨가 자신의 페북에 이런 글을 올려주었네요.

대학 동기요 오랜 지기인 고규홍 씨를 우리 공저의 목차에서 발견한 감회에 대한 것인데요,

 

80년대의 대학가를 함께 버텨 온 기억과 그 이후로도 각자 구비구비 인생의 곡절을 겪다가

이제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 한 권의 책에서 조우한 그들의 인연이 참으로 감칠맛 있네요.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애틋한 재미겠어요.

 

젊은 날 김미경 씨가 고규홍 씨에게 건넸다는 메모처럼 우리 모두

가끔 돌아가기도 하고 더러 주저앉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김미경 씨가 페북에 공을 들이고 있고, 누구든 마음이 있으면 페친신청을 하면 되니 그녀의 글을 소개해도 실례가 안되겠지요.

페북을 안 하니까 페친신청을 하지는 않지만, 저도 김미경씨의 진득한 독자요,  그 용기있고 뜨거우며 전에 없던 길을 만들며 걸어가는  삶의 열렬한 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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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촌화가 김미경 씨의 페이스북 글에서 옮김  ***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사우 출판사)이라는 예쁜 책이 나왔다.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은 10인의 열정 분투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모임 친구들이 전국의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10명을 찾아가 인터뷰한 글을 모은 책이다. 공기업에 다니다 도시 양봉가가 된 박진님, 외교관 생활을 접고 우동집을 차린 신상목님, 변호사를 하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정회철님 등의 흥미진진한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그 중에 나도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27년차 직장인생활을 접고 쉰다섯 살에 무면허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업 화가를 선언한 지 2년 만에 두 번의 전시회를 열어 ‘완판’을 기록했다’ ㅎㅎㅎ 요런 쫌 낯간지러운 설명과 함께 들어가 있다. 일단 내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니까 강추! ㅎ


며칠 전 이 책을 받아 들고 개인적으로 살짝 놀랐던 경험 하나 추가한다. 책 앞 날개에 10명의 이름과 간단한 설명이 쭈욱 나오는데… 02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 다음으로 03 나무 박사 고규홍 이라는 이름이 나와 있는 게 아닌가? <도시의 나무 산책기>(마음산책), <나무가 말하였네>(마음산책),<천리포 수목원의 사계>(휴머니스트),<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사계절) 등의 책을 쓴 나무 전문가 고규홍씨(앞으로는 규홍이라 지칭하겠다)는 서강대 국문학과 79학번으로 나와 대학 동기다. 그 친구와의 추억 한 대목을 떠올리자면……36년전인 1980년 가을 학기 수업 시간이었던 것 같다. 광주항쟁으로 휴교령이 내려진 후 다시 돌아온 교정은 썰렁했다. 모두들 가슴 속에 시퍼런 칼을 품고 살았던 것 같다. ‘이런 시대에 교실에 앉아 국문학 수업을 듣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규홍이는 그런 고민이 나보다 더 깊었던 것 같다. 수업 시간 일그러진 얼굴의 규홍이에게 나름 힘을 주겠다는 마음에서, 나는 끄적거린 메모지 한 장을 슬쩍 건넸었다.


‘규홍아. 고속버스 타고 대구 내려가던 길. 버스는 서쪽으로도 가고, 동쪽으로도 달렸다. 하지만  하지만 결국 남쪽으로 갈 거라는 믿음 때문에 두렵지 않았다. 미경 ‘


정확하지는 않지만 뭐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휴교령으로 고속버스 타고 고향 대구로 내려가면서 생각난 거였다. 엄혹한 시대이지만 , 이리저리 비뚤비뚤 가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가게 될 거라는 뭐 그런 뜻이었던 것 같다. 규홍이는 두고두고 내게 그 메모지가 고마웠다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졸업 후 우리는 삶의 여러 대목에서 이래저래 만나고, 어설프게 헤어지면서 살아왔다. 여기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책 속에서 또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규홍이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 그리고 살고 싶다는 고민을 토로했을 때 선뜻 "그만두고 그림 그려!” 해줬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책 목차에서 규홍이를 발견하고 갑자기 그때 내가 규홍이에게 건넸던 그 메모 생각이 났다. 비뚤빼뚤 여러 인생 길을 돌고 돌아왔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일 하며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 우린 두렵지 않았던가? 둘이 연애라도 한번 해봤을 만 한 엄청난 인연인데, 한번 연애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ㅎ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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