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50분, 일출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우리가 가려는 길을 앞장서고 있다. 어제 미리 답사해 둔 언덕인데, 사방이 탁 트이다보니 선셋포인트이기도 하다. 십 여 분 비탈길을 올라가면 펑퍼짐한 정상에 Sunset cafe가 있다.


수십 개의 벌룬이 누워있거나 공기주입을 마쳤다. 제일 부지런한 놈이 일등으로 하늘로 올랐다. 이어서 여러 개의 벌룬이 미동도 없이 조용히 떠오른다. 어느새 시야를 가득 메운 벌룬들, 하릴없이 세어보니 이 골짜기에서만 40개가 넘는다.

 

 

 

 

 

멀리 지평선 께가 붉어지더니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게 허락된 하루에 순한 마음이 된다. 일출은 일출 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른 사람의 마음에서 완성된다.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나아가는 마음에 어찌 기도 한 자락이 없을손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여행이 마냥 서운한데 마음이 산란하다. 단지 서운해서가 아니라 맘껏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의미가 생기고 인연이 생기고 미래가 열린다. 소소한 문제 따위는 실없이 풀려버린다. 그래서 사랑이 권력인데 그걸 어찌 안할 것인가. 서툴면 훈련하면 되지. 이제부터 사랑을 훈련해야겠다. 순간 착시를 일으키며 벌룬이 하트로 보인다. 이제까지는 아래쪽에 사람을 태운 바구니가 풍선을 묶은 꼭지로 보여 완벽한 풍선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하트가 여명을 배경으로 점점이 박혀있다. 내 마음도 한없이 커져버린다.

 

 

 

 

 

딸이 화장실을 찾아가더니 피식 웃으며 돌아온다. 세상에 카페 주인이 오렌지와 석류는 좌판에 그냥 둔 채로 화장실만 잠그고 퇴근했단다. 이 나라의 화장실은 우선순위가 높기도 하다. 장밋빛 노을이 비친대서 로즈밸리라 불리는 언덕을 배경으로 한 선셋카페의 전경. 그 아래 골짜기는 또 이런 모습. 한 장의 카파도키아 사진이 나를 터키로 이끌었더랬다. 지금은 이 곳 주민이라도 된양 익숙하다. 길 위가 한없이 편안하다. 나는 길 위에 두 발로 버티고 선 사람이다.

 

 

 

 

숙소 옆의 벌룬회사에서 이제 출발하는 차를 보았다. 꽁꽁 묶은 벌룬 옆에 노란꽃이 한 양동이 담겨있다. 어제 들판에서 본 이 꽃이다. 여행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이벤트지만 그에게는 일상의 노동일  벌룬 옆에 놓아둔 마음이 애틋하다. 나에게 이미 일상이 되고 직업이 된 여행의 하루를 그이의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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