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12. 4. 09:43

 

 

 

 

제가 성격이 굉장히 급해요. 원래 급한데 기자 하면서 더 급해졌지요. 사실 방송기자는 하루살이거든요. 9시 뉴스를 위해 하루를 살지요.  스피커 디자인을 할 때 돈 주고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암만 안 걸려도 일주일은 걸리겠지요. 하지만 나는 이틀이면 하거든요. 빠르면 3시간 만에 하나 뽑아서는 페북이나 동호회에 올려서 의견을 묻는 거예요. 내가 빨리 자리잡았다고들 하지만 다 몸으로 뛰었습니다. 손님이 없다 싶으면 나가서 전단 돌리는 식이지요. 풍월당이니 음반가게 가서 전단지만 놓고 오면 뭐라고 하니까 우선 CD 한장 사고 놓고 오곤 했지요.”


상암동의 골목 서점 북바이북에 그가 들어서는데, ‘어이쿠! 뭘 해도 잘 했겠다, 그냥 이글이글하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180센티미터는 좋이 넘어 보이는 키에  위풍당당한 풍채로, 수염으로 살짝 스티치를 넣은^^  듬직한 얼굴이 유능함 그 자체였다.


MBC에서 해고된 지 1년 만에 직접 만든 스피커로 특허출원을 마치고, 2년이 되어 오는 요즘 이미 쿠르베라는 브랜드를 확보한 박성제의 사례를 접했을 때, 나는 그 속도가 경이로웠다. 그래서 강의를 들은 후, “요즘 같이 자의반 타의반 중년의 전환이 대두된 시대에 거기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허탈감에 빠질 정도로 빠른,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전환에 성공한 요인이 뭐냐?” 고 질문했더니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랬겠지. 그는 첫인상 만으로도 추진력으로 뭉친 사람 같았으니까. 그러나 추진력도 방향이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그에게는 대학입학부터 시작된 오디오 사랑이 있었고, 그동안 오디오 수십 세트를 바꿔 오며 익힌 감각이 있었다. 10년 이상 활동해 온 오디오와 디스플레이 기기 마니아 동호회도 있어서 기본적인 발판이 되어 주었다.


그렇기에 해직 후 소일거리로 시작한 목공에 입문한 지 두어 달 만에 스피커를 제작할 수 있었고, 동호회에서 이 스피커로 시연회를 했고, 여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두 건이나 주문을 받는 멋진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스피커 쿠르베 스노우맨은 아주 소리가 좋았다. 보컬로 치면 숨을 들이키는 소리, 현악기는 줄이 긁히는 소리를 좋아한다고 그가 말했는데, 과연 정명화의 성불사의 밤’을 들으며 생생하게 들리는 드르륵 소리에 나는 웃었다.


그가 들려주었던 음악 몇곡을 들으며 이 아침을 시작한다. 재즈민요 전영랑도 좋고, ‘레옹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는 스팅의 노래도 참 좋다.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할 것이다. 중고교 시절 음악시간이 제일 괴로웠던, 음악과 전혀 상관없이 살아 온 나 같은 사람도 음악이 듣고 싶어지는 취향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해직기자가 복직투쟁을 겸하며 만들었으며, 빛의 속도로 국산스피커 시장을 평정했다는 스토리도 좀 좋은가!


그의 양재동 매장에는 청음실이 있는데 안 사도 좋으니 삼삼오오 팀을 이루어 음악 들으러 오란다. SNS에 글만 올려주면 된다니 그는여러 모로 유능한 사람이 맞다. 나는 언제 사도 저 오디오를 살 것이지만 (검색해 보니 스노우맨은 290만원, 지금 질러도 되지만 향후 1,2년의 내 거취가 분명하지가 않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며 부러워하고 싶다. 언제 날 잡아서 쿠르베매장에 가자.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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