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11. 4. 10:24

 

 


달구가 심심한지 하도 다리를 싸고돌아 걸음을 걷지 못하겠다. 우리 집에 온 지 2년이 넘은 딸의 고양이, 나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채로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바로 어제, 요즘 부쩍 칭얼대는 양이 안쓰러워 조금 놀아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딸이 줄넘기 끝에 비닐봉지를 달아서 휘두르면 달구가 그걸 잡으려고 뛰어오르던 것이 생각나 흉내를 내 보았겠다, 내가 몇 번이고 줄넘기를 휘둘러도 이 놈 봐라~ 돌연 긴장해서는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의 자세로 숨어있기만 한다. 아이 씨, 좋은 마음으로 놀아주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간을 보잖아, 이 신중한 놈아! 그만 좀 달려들어! 줄넘기를 휘두르는데 금방 지쳐서는, 모처럼 마음 먹었다가 아무런 수확 없이 내려놓기도 멋쩍어서 어떻게 하나 싶을 때 돌연 녀석이 튀어 올랐다.


 

 

 

겨우 비닐봉지, 그것도 닳고 닳아서 제기처럼 갈라진 끝이 너덜너덜한 것을 붙잡으려는 녀석의 기운이 하도 맹렬해서 나도 바싹 긴장한다. 신이 나서 더욱 힘차게 줄넘기를 휘둘러대는데 녀석에게는 대여섯 번이 한계인 것 같았다. 그 정도 뛰면 기운을 보충하려 슬그머니 물러난다. 그리곤 식탁 밑이나 소파 뒤에 숨어 예의 초집중 자세로 포복한다. 네 발을 구부려서 몸을 한껏 낮추고, 움직이는 비닐봉지를 쫓아 연신 고개를 움직이며, 눈에서는 레이더를 쏘는 달구가 낯설다. ,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이었구나!


 

 

 

전열을 다듬은 녀석이 드디어 비닐봉지를 잡아챘다. 단호하게 앞 발로 누르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그걸 물고 사라진다. 거지같은 비닐봉지를 물고 대단한 사냥이라도 한 듯 의기양양한 놈의 자태가 신기하고, 뒤로 스르르 따라가는 줄넘기가 우스워서 소리 내어 웃는 순간 가슴이 짠해진다. 딸이 알바 하던 마방에서 생후 15일 된 놈을 집어왔으니 별로 본 것도 없을 텐데, 생생하게 살아있는 녀석의 사냥본능이 놀라웠고, 그걸 한 번도 발휘하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애완동물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아아! 공중에 뜬 비닐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놈의 자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따지고 보면 달구의 거세된 본능이 어디 그것 뿐이랴! 달구도 어김없이 중성화수술을 했다. 낭만적 자연주의자인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본성에 칼을 대는 것이 마땅치 않았지만, 집에서 키우려면 어쩔 수 없다는 딸의 주장을 묵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요즘처럼  부쩍 사람 손끝을 탐하고, 이상한 목소리로 울 때면, 중성화수술로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본능이 승하는 계절인가 보다 싶을 뿐이다.


 

 

 

고양이는 가두어놓지 않으면 언제고 도망 가 버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행길에 본 외국의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다. 터키가 제일 감동적이었는데 어디에나 고양이가 있고, 묶여있지도 갇혀 있지도 않으면서, 사람과 동물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터키처럼 많지는 않아도 비슷한 풍경에 접하며, 고양이의 본성이 다른가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고 나의 앞마당에 묶이지 않은 동물 두 어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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