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유럽 3개월/독일2014. 7. 30. 15:58

 

 

 

 

 

 

                                                    슈튜트가르트의 아파트, 저 딴 세상 같은 키 전달방식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어쩐지 익숙한 지명이지요?  발레리나 강수진이 활동하고 있는 도시로 오페라와 발레의 본산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온 것은 아니고 독일 서부도시 몇 군데를 돌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 외곽이긴 하지만 아파트 주인이 우리에게 줄 키를 입구에 걸어놓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요. 입구에는 과연 큼직하게 "Guest key"라고 쓰인 봉투가 걸려 있었습니다. 영어마을처럼 깔끔한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지요. 집주인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네요.  비엔나에서는 아파트입구에 키박스를 달아놓고, 문자로 비밀번호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중간에 한 번 사람을 보내 청소를 해 주었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지만, 열흘이나 머물도록 집주인을 만날 이유는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절반 이상을 airbnb를 이용하고 있네요. 내 집에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대여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업체로, 지금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요와 공급이 넘쳐나는 분야니까요. 자녀가 떠났을 수도 있고, 여분의 공간이 있는 집은 많지요. 뻔한 숙박업소에 지친 여행자도 많구요. 창업한 지 5년 정도 된 후발주자라 그런가 기존의 숙박업체에 비해 완연히 저렴하고, 현지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종류의 airbnb를 접했습니다.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방식에 카우치서핑이 있습니다. 여행의 민주화를 가져올 파격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직 활용해 본 적이 없네요)


 

화장실에 먹다 남은 접시가 있을 정도로 무신경한 집도 있었고,  그대로 주부잡지의 화보촬영을 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남남커플의 집도 있었지요. 둘 다 아일랜드였네요. 우리가 쓸 방이 집주인의 방과 불과 두 걸음 떨어져, 공용욕실과 화장실 사용이 불편한 집도 있었고,  호텔처럼 깔끔하게 분리된 공간도 있었습니다. 여기는 또 둘 다 오스트리아였네요. 방 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대여하는 경우도 많아, 저희같은 취사족이  선택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외로워서 airbnb를 시작했다며 우리를 가족처럼 대접해 준 호스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업으로 여기고 선을 긋는 티가 역력했구요.


 

막 주인이 와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이 집이 1890년에 지어졌다고 하네요. 외모는 허름하지만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내부는 세련된 가운데, 오래된 집 특유의 이야기가 숨어있어요. 나무로 된 뼈대가 살아있고, 지붕에 난 창에서 들어오는 불빛이 참 좋습니다. 주인이 미용사이자 예술가라고 하는데 곳곳에 걸어놓은 그림은 좀 아니지만, 정성껏 게스트를 위해 꾸며놓은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훌륭합니다. 마침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뽀송뽀송한 침대에 누워있자니  온갖 생각이 스쳐갑니다.


 

어제 묵은 뉘른베르크의 숙소는, 음악을 한다는 젊은 친구의 아파트였지요. 벽면을 가득 채운 뮤지션들의 포스터와 LP판과 DVD는 물론, 선글래스같이 작은 소지품들, 심지어 입던 옷가지도 치우지않은 것에 살짝 놀랐습니다. 해맑은 인상의 그는 맨발로 아래층까지 내려와 우리를 맞이하고, 위층의 친구집으로 간다며 가 버렸습니다. 나라면  내 가족을 맞이하기도 신경이 쓰일 만한 상태로 게스트를 맞이하는 바람에 이것이 문화의 차이인가 어안이 벙벙했지만, 잠깐이나마 세계인의 은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네요. 이름조차 낯선 도시에서 며칠이나마 주인행세를 하고, 제가 좋아하는 집구경도 실컷 했지요.  새삼 airbnb에 관심이 갑니다.


 

예약과 동시에 숙박료를 airbnb 본부에 납입하고, 하루 숙박한 뒤에 그 돈은 집주인에게로 넘어갑니다. 숙박을 마친 게스트와 호스트 모두가 서로에게 후기를 남겨 이후의 판단근거로 작용하게 됩니다. 집주인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었던 집은 여러 모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례였지요.  자기 집을 소개한 사진과 다른 점이 많았고, 소파베드인 것도 심했고, 침구도 지저분했습니다. 전에는 시트를 갈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집에서는 집안구조에 놀라서 그냥 넘어갔던 것 같은데, 아무튼 딸이 조목조목 지적사항을 후기에 남겼지요. 재미있는 것은 내가 후기를 남기기 전에는 상대방의 후기를 미리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내 반응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한 거지요. 아니나다를까 우리에 대해 의례적인 호평을 남겼던 집주인은 딸의 후기에 180도 안면을 바꾸어 인신공격을 해 댔지요. 이 때 반박도 1회밖에 할 수가 없게 되어 있어 사이트가 상호공격으로 도배되는 것을 막아 놓았네요.  airbnb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 미묘한 입장의 변화를 보고 알아차리는 것이 있으리라 기대할 밖에요.


 

신기하지 않나요?  남는 방과 여행자를 연결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airbnb는 꽤 짭잘한 수수료를 챙깁니다. 수수료까지 포함해도 일반 숙박업소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경쟁력이 있구요. 남는 방을 사이트에 등록하는데 어떤 제한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서로가 남긴  평판으로 신뢰성을 유지하므로  일정한 규모에 오르면 자동으로 회전되게 되어 있습니다. 각자 상대방이 남긴 후기를 달고 계약여부를 결정하니 사업본부로서 어떤 부담도 질 필요가 없는 거지요. 올해 60만 개가 넘는 숙소에 1100만 명이 이용했다니 날로 글로벌기업으로 커 나가는 거네요.  검색해 보니 공동창업자이자 기술대표인 사람이 하버드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네요.


 

이렇게 단순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성공시키는데 반드시 그처럼 짱짱한 배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보다는 직관을 나꿔채어 실행에 옮기는 힘과 글로벌한 사고와 안목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닌지요. 네게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내 놓아라, 눈부신 속도로 전세계로 퍼져 나갈 테니..... 이런 말이 피부로 다가 옵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하도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아 앞으로는 요긴한 정보를 얻으면 영어로도 구글에 올리고 싶다는 딸의 말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수잔느, 그녀의 뜰

 

 

 

 

 

 

                                        아일랜드 골웨이의 남남커플의 깔끔한 집

 

 

 

뉘른베르크 숙소. 벽을 장식한 뮤지션과 터키식 물담배와 중앙난방식인지 오래 되어 보이는 난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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