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풀치아노는 산 정상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을이라 외곽에서 봐야 멋있다. 핸폰 사진으로 그 멋이 나올 리는없고. 터미널에서 정상에 있는 중심가를 오가는 마을버스가 있다. 길 옆에 배가 심하게 나온 사람이 서 있으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골목을 꽉 채우며 아슬아슬하게, 거의 바이킹을 탄 것과 진배없는 스릴을 주며 버스가 올라 간다.

그랜드피아짜, 절대로 그랜드하지는 않았지만, 소슬한 햇살이 내려쪼이는 소박한 벽돌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은 충분히 아름답다. 우물에도 장식을 해 놓은 것을 보니, 옛날에는 우물을 장악하는 자가 권력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대가 높으니 우물 파기가 어려워 더 했을 수도 있고.  피엔짜에서 들여다 본 우물은 내부로 들어가며 어마어마하게 깊고 넓어서 공포가 일 정도였다. 베네치아에서도 조금 넓은 공간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우물이 있고, 그보다 좁으면 펌프로 추산되는 자취가 있었다. 중요한 건 우물을 밀어버리지 않고 또 다시 천 년은 가고도 남을 만한 청동뚜껑을 해 놓아서 그 자체가 풍경을 이룬다는 것. 이들은 전통이, 역사가 아름다움이요 자산이라는 것을 어찌 이리 잘 알고 있는 걸까.

몬테에서 티본스테이크를  먹다. 그 유명한 피오렌티나, 일킬로그램이라곤 해도 그다지 많진 않았는데, 모처럼 레어로 해 보았더니 고기가 차서 별 식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유명세를 떨치는 음식이요 문화면서 맛까지 갖춘, 그런 토착음식을 먹고 싶다.

오늘의 숙소는 몬테 옆에 위치한 끼우시 끼안차노의 <La Provenca>.  평창 산 속에 온 듯한 산중의 농가. 이 곳이야말로 18세기의 농가를 살짝 손본듯, 부엌에 화덕이 남아 있고, 대리석 싱크대도 예전 것인듯하다. 둥글게 말린 면을 한 봉지 사서 간밤 저녁에는 올리브오일에 볶고, 12일 아침에는 소고기 국물에 넣어 먹었다. 집에서 어쩌다 사게 되는 스파게티 면보다 훠얼 낫다. 짜장면을 해 먹어도 아주 맛있겠다 싶을 만큼 부드럽고,풍미가 있다. 외딴 산봉우리, 저마다 털색깔이 다른 고양이가 스무 마리도 넘는 곳, 안주인은 날씬한 도시풍의 멋쟁이, 바깥주인은 우렁찬 목소리로 '본조르노'를 외치는 어깨 플러스 농부 스타일, 안주인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데, 어찌나 사람을 반기고 좋아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안타까워 두 손을 마구 휘젓는다. 1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작은 승용차로 태워 오고 태워다 주고, 이탈리아 식으로 껴안고 양 뺨을 대고, 이번 여행중 최고의 환대를 받다. 혹시 가까운 시일에 몬테풀치아노 쪽으로 가시는 분께 강추,  다들 몬테까지만 오고 안 오는지 불과 20여 분만 더 가도 외국인 흘깃거릴 정도로 토속적이고,  무엇보다도 끼우시 주변에 토스카나 특유의 풍경이 마냥 펼쳐진다. www.laprovenca.it   이맘때 숙박비, B사이트에서 예약하여 75유로. 로마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

 

 

 서운하니 내 사진도 함 올려 보자.ㅋ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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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선생님의 여행이야기는 우째이리 유혹적입니까?
    아.. 진심 부럽습니다 ㅠㅠ
    언젠가 선생님 블로그에서 전주한옥마을 이야기를 읽고서
    나도 가을에 꼭 거길 한번 가야겠다... 싶었는데(물론 아직 못 갔고 ㅜㅜ)
    유럽! 갈 수 있겠죠^^*

    2013.06.20 21:36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궁~ 나경씨 밖에 없다니께. ㅋㅋ
      돌아와서도 사진 정리할 것 같지 않고, 귀한 시간이 그대로 묻힐까 저어하여 이동하면서 메모해 본 것이고, 정말 속내는 표출하지도 않은 것을 읽어줘서 고마워요.

      내가 글쓰기에 이어 여행전도사로 살 거니까, 천천히 불 때 봐요.^^

      2013.06.21 23:4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