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3. 3. 6. 20:16

다니러 오신 엄마는 집으로 가시고, 나는 외출하느라 같이 준비하는 중,

스타킹 신은 발을 내려다보시며 "춥지 않니?"

내 입은 바지를 쳐다보시며 "바지 안 추워?"

나보다 한 발 먼저 머리를 감으시더니, "노란 수건 내가 반만 썼다" 하신다.

 

머리를 헹구고 수건을 만져 보니, 절반은 축축할 정도로 젖었고, 절반은 뽀송뽀송하다.

절반만 갖고 머리를 털려니 동작이 나올 리가 없다.

 

늙는다는 건 걱정으로 뭉친다는 뜻일까,

수건 한 장도 맘대로 못 쓰게 된 엄마의 노심초사가 얼굴에 묻어나 엄마의 얼굴이 낯설다.

그 좋던 얼굴이 많이 망가지셨다. 

 

전에는 늙어가는 엄마 생각하면 마음이 철렁철렁했는데, 요즘은 그냥 착잡하다.

어떻게든 끝까지 엄마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던 것이,

최소의 몫을 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나 또한 나이들어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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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
    요즘 제가 철이드는지 나이드시는 엄마에대한 맘이 쨘하기도 하지만 존경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건강하시죠?^^

    2013.03.08 0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예, 저도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의연하고 저토록 헌신적일 수 있을지 존경스러워요.
    저는 그만큼도 못 할 것이 환하지요.

    잘 지내시지요? 토댁님.

    2013.03.08 15: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