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친닝, 승자의 심리학,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5


이 책은 중국인이 쓴 자기계발서이다.  1911년에 발행된 이종오의 “후흑학”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한다.


남으로부터 자신의 의지를 숨길 때 그것을 두껍다 -厚- 하고

남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때 그것을 검다 - 黑 - 한다. 


이종오가 정의한 후흑厚黑의 개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강력한 관점이 참신하다. 한자용어가 조금 낯설고,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것 같지만, 참고 읽다보면 조금은 색다른 조언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인의 기질일까. 우직함과 간교함을 자유롭게 휘둘것을 권하는 우뭉스러움. 


저자는 후흑厚黑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를 예로 든다. 레이건은 얼굴 두꺼운 사람의 전형이었다. 보좌관들은 그가 복잡한 문제에 대해 언제 어디서 말실수할지를 몰라 늘 긴장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현안에 대해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온갖 정책과 문제를 깡그리 모른다 해도 기죽지 않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자신만만한 답변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었다.

국민들은 레이건의 얼굴 두꺼운 자긍심에 전염되었다.


반면에 전임대통령인 지미 카터는 과중한 책임감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중요한 문제를 놓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고민을 되풀이했다. 국민들은 그의 고민을 무능함으로 해석했다. 그의 불안감을 대중에게 퍼뜨린 나머지 무력한 절망을 초래한 것이다. 지미 카터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지적인 인물이었지만, 성공적인 대통령은 못되었다.

두꺼운 얼굴은 방패이다. 세상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얼굴 두꺼운 사람은 남들에게도 그런 확신을 전달한다. 다른 사람들도 어느새 그를 성공할 사람으로 보게 되고 이미 성공한 사람처럼 대접한다.


검은 마음은 창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 세상의 판단기준을 뛰어넘어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는 초연함, 물러날 때와 돌격할 때를 가늠하는 판단력이 그에 해당된다.


미국 역사에서 후흑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인물은 링컨이다. 그는 21세 때 사업이 망했다. 22세 때는 시의원 선거에 떨어졌고, 24세 때는 또 사업이 망했다. 26세 때는 연인이 죽었고 그 때문에 거의 사람이 망가질 뻔했다. 그리고 27세 때 신경쇠약에 걸렸다. 34세 때는 하원의원 선거에 떨어졌으며 2년 뒤 또 떨어졌다. 45세 때는 상원의원 선거에 떨어졌다. 그리고 2년 뒤에는 부통령이 되려 했던 소망이 좌절되었다. 52세가 되었을 때, 그는 미국의 16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소심하고 비관적이고 음울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상류 사회의 모임에서는 편하지 못했고, 그의 에티켓은 수준 이하라고 평가되는 일이 많았다. 링컨의 일생은 자신이 별볼일없는 사람이라는 강박관념에 대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링컨은 가난과 불편과 모욕에 시달리며 가축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22세에 아버지의 집을 떠나온 뒤로 링컨은 두 번 다시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 자신의 결혼식 때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남북전쟁시에는 전쟁이 무자비해질수록 그 역시 무자비해져, 계엄령을 발포, 군법회의에 민간인을 회부, 배심원없는 재판을 받게 하는 등 잔혹한 전쟁의 법칙을 따랐다. 


저자는 이러한 링컨의 선택을 냉혹이 아니라 자기 운명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준 환경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사람을 키우는 환경이 아니었다. 21년간 자기 의무를 다하고, 링컨 부자는 서로에게 아무 빚이 없었다. 작은 연민을 버리고 전쟁이라는 큰 목표에 집중한 것은 그대로 후흑의 발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다르마’이다. 다르마란 산스크리트어로 생명을 지지하는 것, 세계를 유지하는 힘을 뜻하는데, 저자는 그것을 ‘어떤 조건에서도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가령 전사의 다르마는 적들을 무찌르는 것이고, 의사의 다르마는 인명을 살리는 것이다. 설령 그가 적이라 해도.


다르마는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든 합당한 역할을 알려준다. 모든 상황에 알맞은 의무를 알고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그것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후흑을 실행하게 된다.

다르마라는 개념은 살짝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아주 의미심장하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따지면 지복을 찾는 것이요, 생활의 단면에서 살펴보면 효율성과 현명함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만일 우리가 다르마를 찾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성인이 말하는 成佛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먹을 때는 먹고 잘 때는 자고 일할 때는 일하라는 바로 그 경지.

어디 있든지 거기 있음을 명확하게 하라 -- 간디


이 책은 승자가 되는 비결로서 후흑의 실행지침으로 가득차 있다. 누군가 평한 것처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손자병법의 진수를 융합해놓은 것이 사실인지 판단할 식견은 없지만, 일독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내게 다가온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인내의 놀라운 힘, 우리에게 걸맞은 인생은 결코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는다. 인내는 최고의 미덕이다. 조급하게 살지 마라

-- 일의 신성한 속성, 일은 인간의 가장 심오한 자기표현이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의 공동선과 인류의 진화에 기여한다. 일이야말로 자기표현과 자기 보존의 욕구에 핵심적인 부분을 이룬다.


네 일은 네 일을 찾는 것이며

전심전력으로 그 일을 하는 것이다. - 석가모니


-- 사는 게 버겁다면 타인의 삶인 양 살아라.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상상하라. 자기 문제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푸는 데는 비교적 쉽고 편하지 않던가?

다른 누군가의 위기라고 생각하면 확고한 답안을 얻고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아무 비판도 두려울 게 없고 어떤 실패도 괴로울 게 없어진다. 보통의 기회라면 잡지 못할 기회도 과감히 잡을 수 있다.


-- 가장 심오한 지식은 직접 체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말로만 이해해서는 그 심오함을 깨우치기에 미흡하다. 운명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경험이 필수적이다. 암울한 시기를 헤치며 인내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밝아오는 여명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두려움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무 안온한 삶을 살았다는 뜻이며 고난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단련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햇다는 뜻이다. 그런 삶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의미하다. 나는 무의미하게 사느니 고민과 공포 속에서 살겠다.


-- 자기 이익을 지켜라, 뭔가 당했다는 느낌이 들면 대체로 이미 당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교활하고 잔인한 자들에게 맞서 자신의 이익을 지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의롭고 고상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 방어의 기술에 통달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완전한 전사이기도 하다.


-- 자기 자신에 근거해서 성공하라. 남들과의 관계에서 성공하는 법을 배우기에 앞서 익혀야 할 한가지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요소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육체에 근거해서 성공하는 법이다. 강건한 정신은 강건한 육체에 뒤따른다. 힌두교는 최고의 다르마가 자기 몸을 돌보는 데 있다고 본다. 그것은 정신적인 추구조차 앞선다. 육체가 없으면 물질세계에서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해서 성공하는 인생의 근거는 육체적 건강이다.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명쾌한 정신 역시 가능해진다.


-- 도약하라. 나의 노력을 폄훼하는 소인배들에게 맞서 하찮은 밀고 당기기를 하며 기운빼지 말라. 무지한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그들에게 뭔가를 확신시키려고 하지 마라. 그 대신 바로 윗선으로 뛰어올라 권위 있는 승인을 얻어 내라. 그리고 강하고 현명한 사람들과 제휴하라


-- 피라니아가 상어를 이기는 법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것이다.

이 때의 호랑이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고 우리의 목표를 도울 의향이 있는 강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 상호 이익을 위해 힘을 빌려줄 용의가 있는 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비전과 관점을 공유하는 조직이나 단체, 남들과 힘을 합침으로써 우리는 호랑이의 위세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호랑이는 일에 관련된 재능이다. 아이작 스턴이 바이올린을 켤 줄 몰랐다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작 스턴이 아니었을 것이다. 바이올린의 대가로서의 능력 덕분에 그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문 분야가 무엇이든 능력에 따라 호랑이가 될 수 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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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로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모델로 할때는 아무래도 자기 편한 것만 뽑아서 하는 것 같아요
    레이건과 지미카터를 예로 들었는데...
    한 지도자가 제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 있죠
    시대적 흐름이 먼저인지 아니면 개인의 역량이 먼저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카터시절에는 제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나서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다고 하죠.
    그 자리에 레이건이 있었다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2007.12.09 15: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바이러스님. 어려운 문제군요. 그러나 저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시대적인 조건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의 결단력과 자신감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대조건이 가치중립적으로 저혼자 굴러가지는 않는다는거지요.

      2007.12.09 16:36 [ ADDR : EDIT/ DEL ]
  2. 해피바이러스

    쩝...카터가 그렇게 결단력이 없는 사람이었을까요-.-
    제 앞가림도 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대 합중국의 대통령도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있겠군요.
    하긴 제가 아는 대단한 사람도 알고 보니 참 단점이 많다는 걸 보면...충분히 그럴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2007.12.11 14:11 [ ADDR : EDIT/ DEL : REPLY ]
    • 카터는 대통령보다는 학자나 사회활동가에 더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 것 같아요. 은퇴 후에 집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의 중심에 서서 많은 찬사를 받았지요.

      오죽하면 카터가 처음부터 '전 대통령'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유머도 있잖아요. ^^

      2007.12.11 15:5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