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1. 8. 24. 13:57

3분 만에 옷을 산 적이 있다. 가격이 두 자릿수인 스웨터로, 결코 적지 않은 지출이었는데도 매장 안쪽으로 걸어가, 첫 번째 옷걸이에서 그 옷을 발견하고 입어본 후, 거울에 비쳐 보고 잠시 생각하는 데 총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빠른 결정이었지만, 그 날의 쇼핑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검토를 끝냈다. 그 옷은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 검은색이었으며, 내 몸에 잘 맞았으며 울스웨터의 느낌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독특해서 작가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살짝 비싼 편이었지만 앞에서 열거한 장점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남들보다 빠를 뿐 내가 할 수 있는 사고작용을 안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거의 모든 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며 살아왔다. 서른을 코앞에 둔 어느날,  잡지를 보다가 풀무학원의 개교이념 “사람이 공부만 하면 도깨비요, 일만 하면 짐승이다.”에 반해서 그 지역으로 내려 가 20년을 사는 식이다. 결혼후 8년간 농사지으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 바깥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신문에서 “글쓰기과외가 성행”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별로 글을 써 본 적이 없는데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외보다는 학원 형태가 나을 것 같아 글쓰기학원을 차렸다. 초등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서 물어물어 가서 벌린 일인데도 학원은 꽤 잘 되었고,  4년 후에 학원을 확장할 때도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결정하고 추진했다.


이것을 직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것을 가리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굵직한 결정에서는 방향 자체가 틀린 적은 없고, 쇼핑에서는 가끔 실패한다. 나의 직관은 ‘자기중심성’에서 나온다. 나는 매사에 기호가 뚜렷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다. 워낙 느낌이 분명하니 무엇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중심성’의 전제는 ‘자기성찰’이다. 그런가하면 ‘자기중심성’의 결과는 ‘몰입’이다. 하고싶은 것을 행하면 자기결정에 푹 빠져 스스로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사안에 따라 모두 다르므로 무조건 빠른 결정과 실행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에둘러 갈 시간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 누구라도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어 온 그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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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둘러 갈 시간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매번 미탄님 글은 핵심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미탄님 글이 자기중심적이라 새침한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자기 기호를 안다는 것, 자기성찰을 통한 자기중심성이 확고하다는 것은
    질투하게 되는 매력입니다. ^ㅅ^ 잘 읽었습니다.

    2011.09.02 17:29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의견의 차이와는 별개로
      누군가와 제 글을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기분좋네요.^^

      2011.09.03 01:0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