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1. 8. 17. 11:20

엄마만 다녀가시면 며칠 동안 우울하다. 엄마는 쉬지 않고 참견을 하신다. 가만히 계시다가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도와주시면 감사의 말을 듣고 좋을 텐데, 엄마의 돌봄은 늘 넘친다. 엄마 앞에서 고개만 돌려도 “뭐 찾아?” 하는 말이 날아온다. 냉장고를 열어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림직도 한데 고작 서너 번이 한계다. 처음엔 “예! 예!” 하고 씩씩하게 대답도 한다. 그다음엔 침묵으로 무시한다. 그리곤 영락없이 핀잔을 하게 된다. 엄마의 말씀이란 것이 너무 뻔하거나, 끝도 없이 이어지거나,  스무 번쯤 들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엊그제도 볶음밥을 드시면서 “볶음밥에 감자도 넣으면 좋다”고 하시는데 대고, “넣었어요,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하고 쏘아붙이고 말았다. 그래놓곤 죄송하고 민망해서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 당신의 의견이 별로 요긴하지 않다는 것을 엄마라고 왜 모르랴! 그런데도 지청구를 받아가면서까지 사람살이에 참여하고 싶으신 것이다. 집에서는 며느리 눈치보느라, 별반 나을 것도 없는 딸들에게 순응하느라 엄마는 정신이 없나 보았다. 급기야 “늙었다고 죄인처럼 지내느라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어!” 하는 말씀에 가슴이 철렁한다. 젊은 것들 하는 짓이 아니꼬와도 꾹꾹 눌러 참느라 폭삭 삭아버린 엄마 심정이 집히는 것 같았다. 삶의 주무대에서 물러나 완벽한 배경이 된 자신이 어이가 없고, 지난 날이 일장춘몽으로 여겨질 때 나라도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엄마에게 행한 숱한 핀잔을 듣는 처지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찔해진다. 내 의견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고 그저 자식들이 베푸는 시혜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더구나 내게는 자식이라면 수백 번이라도 참고 돌볼 수 있는 인내심과 모성도 없는데?


내가 그토록 엄마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은 딸이기도 하지만, 머지않아 내게도 닥칠 상황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자식을 돌보는 일 외에는 어떤 소일거리도 남겨놓지 않았으며, 당신을 위해서는 돈 쓸 줄도 모르고, 자식과 한 번도 분리되어 본 적이 없는 엄마는 완벽한 반면교사이다. ‘평생현역’이 되어야 해!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내 의견과 정보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야가 있어야 해.  절반만 엄마요, 절반은 인생선배가 될 꺼야. 언제까지나 내 시간과 정서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해!  늘어져있던 여름날을 화들짝 깨어나게 할 정도로 엄마의 한 마디는 강력했다. 준비가 없이는 두려울 정도로 암울한 고령의 날들은 엄마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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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셨어요?^^
    제목만 보고는 저 보고 말씀하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지 뭐여욤..ㅎㅎ
    잘 지내셨죠?^^

    엄마는 ....
    우리 엄마는....

    2011.08.17 21: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토댁님, 잘 지내시지요?
      바쁘고 신경쓸 것이 많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조금씩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재편할 수 있기를 바래요!

      2011.08.18 12:2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