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의 등대섬, 통영에서 배로 한 시간 10분 거리인 소매물도의 절경이다. 물이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섬과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또 하나의 섬에 기암절벽과 하얀 등대, 무슨 연구소라도 되는지 태극기가 휘날리는 낮은 건물의 초록색 지붕, 해안에서 등대로 가는 조붓한 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물때가 안 맞아 등대섬에 가지 못했다. 등대섬으로 가는 물길이 자못 신비하게 보인다.





소매물도 선착장과 등대섬 주변의 바닷물은 이제껏 내가 본 것 중 가장 깨끗하고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그러나 보고만 있어도 마음까지 씻기는 것 같은 청량함, 자연은 그 자체로 치유적이다. 마냥 바라만 보고 싶은 등대섬을 아쉽게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도 참 좋았다. 동백나무가 울창한 소롯길을 따라 소매물도를 반 바퀴 도는 코스인데, 유명한 담양 메타쉐콰이어 길이 너무 짧아서 한숨이 나온 것에 비하면 좀 더 알려져도 좋겠다. 도장포 '바람의 언덕'에도 그랬고 이 길에도 거의 고목이 된 동백이 즐비하다. 꽃이 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소매물도 가는 길도 아주 좋았다.  거대한 가시연꽃처럼 뾰족한 물비늘을 찰랑이며 평온하게 이어지던 바다는, 소매물도에 거의 다 간 지점에서 비경을 보여 주었다.  평지처럼 낮고 긴 산이 있는 섬 전체를 운무가 감싸고 있는가하면, 아침햇살을 받아 바다가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신천지를 찾아나선 탐험대에게 약속의 땅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도 본듯 감격이 차올랐다. 내가 너에게 가슴뛰는 삶을 허락하노라! 누군가의 은밀한 속삭임처럼 설레이고 벅찬 광경이었다. 사진이 너무 안 나왔는데, 저 사진의 백 배 천 배 환한 햇살아래 안그래도 은색으로 빛나는 바다에 보석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뒤척이며 반짝이는 물결이라니!  보석바다!  선연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나는 탐욕스러울 만큼 집요하게 그 풍경을 눈 속에 마음 속에 쟁여 넣었다. 소매물도 가는 길은  내 마음의 보석바다로 기억될 것이다.  아침 6시 반 첫 배를 탔기에 가능했던 풍경들이다.





 

 



외도 가는 배 안에서의 내 모습, 아들이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찍어 주었다.  커다란 얼굴이 이제 축축 늘어지기까지 해서 사진을 훑어보기도 괴로울 지경인데, 한 장 건졌다.^^






ㅋㅋ 살림꾼인 우리 따님, 내가 회를 너무 많이 떴다고 새침했나 보다. ㅎㅎ  서호시장에서 회를 뜨는데 식성좋고 손크고 구색맞추기 좋아하는 내가 광어, 전어, 멍게, 전복을 골랐다. 장사하는 아주머니께서 얼마나 후한지 전어를 1킬로 시켰는데 거의 2킬로가 다 되게 담더니 많긴 많다. 결국 남겼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라 너무 많이 준 아주머니 때문이라구! ^^









담양의 명옥헌 전경, 배롱나무를 좋아하는 내게 배롱나무가 흐드러진다는 옛 선비의 정원 명옥헌은 오랜 로망이었다. 생각보다 규모는 좀 더 작았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름드리로 굵어진 배롱나무에서 물먹은 꽃뭉치가 뚝뚝 떨어지는 풍경 만으로  좋았다. 한가운데 조그만 방을 앉힌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작은 숲은 조용하고  은밀했다. 규모는 작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고즈넉한 분위기 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롭고 신비했다. 이 곳에서는 미물조차 다른 품성을 갖게 되는지 저 나비가 한참동안 딸애 팔뚝에 앉았다 날아갔다.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해 서운.





명옥헌에 비하면 소쇄원은 훨씬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관리인이 있고 입장료도 1000원 받는 식. '소쇄'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라지,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작은 계곡에, 비 그친 하늘에 뜬 달을 가리키는 '제월당' , 거센 바람이 몰고 지나간 뒤의 맑음을 뜻하는 '광풍각'을 지어놓고 인근의 선비들이 모두 모여 풍류를 즐겼다지. 예전뿐만 아니라 요즘에도 한다 하는 식자들이 모두 이 곳을 다녀갔다고, 작고한 건축가 김수근은 새 건물을 구상할 때면 꼭 이 곳에 와서 한달씩 머물렀다 갔다는 해설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낮은 돌담 아래 소슬한 햇살을 받고 있는 오래 된 꽃들, 작은 쪽문으로 나가면 문득 숨어있는 애틋한 공간, 돌로 쌓아올린 작은 꽃밭이 있는 후정을 내다보는 툇마루... 모조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두고 오기 아까워 한참을 물가에 앉아 있었다. 선비의 정원에 꼭 한 번  가 보리라던 내 오랜 그리움은 결국 내 삶의 지향을 보여준다. 학문과 예술, 사람과 소통, 자연과 풍류...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 시간을 쪼개어 어떻게 이것들을 배치할 것인가, 지극히 구체적인 질문이 가슴 속에 엉켜든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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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만 좇아다녀 봐도 하루 여행을 따라 다닌듯 하네요.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하네요. 근데 그보다 더 부러운건 회네요. 갑자기 회가 많이 땡기네요 ^^

    2011.08.13 12: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쉐아르님은 소쇄원과 명옥헌 같은 옛 선비의 정원도
      아주 좋아하실듯 해요.^^

      2011.08.15 20:3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