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책2011. 6. 5. 09:40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2010년 1월 15일 생애 처음으로 ‘내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13년 동안이나 보습학원을 운영하느라 별별 프로그램을 다 해 보았는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내 프로그램’... 하고 말할 때마다 어딘지 간질간질하면서도 뿌듯하고, 묵직한 책임감이 드는 것이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다. 강좌에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조금 거창한 듯해도 글쓰기에는 그처럼 삶을 뒤집어버리는 힘이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속속들이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고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를 하면 나의 지리멸렬한 과거도 다 쓸모가 있기 때문에 헛살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생긴다. 글쓰기 안에서 나의 산만한 기질과 경험이 하나로 통합되어, 더욱더 잘 살고 싶어진다.  늦게 시작했어도 계속해서 책을 쓸 것이며,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여 좀 더 활발하게 사회참여도 하고 싶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최고의 나’를 만났고, 당연히 ‘최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강력한 글쓰기의 힘을 전파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는 나에게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완벽한 교과서다.


워낙 개성이 있어서 호오가 극심하게 갈리는 편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 책은 상당히 실용적이다.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다. 글쓰는 사람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훈련에 임하는 자세, 글감을 잡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 글쓰기에 유용한 세부적인 지침들, 슬럼프에 대처하기, 심지어 워크샵을 이끌어가는 방법론까지 시시콜콜 다 나와 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해보자면 ‘소문 활용하기’가 재미있었다.   주변사람들에게 최근에 들은, 가장 재미있는 소문에 대해 들려달라고 청해 보란다.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면 꾸며서라도 말해보라고.  아주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팁이 아닌가! 그녀의 말처럼  소문이란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무엇이 지루하게 만드는지를 알아차리고, 인생의 단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핵심경로였던 것이다.  이야기꾼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핵심적인 역량을 거저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널려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신기하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일상에 묻혀있는 방법론을 더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달뜬다.


이처럼 실용적인 팁들이 곳곳에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신들린듯한’ 취급을 받는 것은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저자의 ‘직관적인 글쓰기’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아마 그녀는 글을 통해 새로 태어난 것 같다. 나의 전 존재를 글쓰기에 투영함으로써 글쓰기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전수받아 삶을 살아가는 첫 번 째 지침으로 만들어버린 사람!  무엇이든 한 가지 분야에 통달하면 일정한 수준의 인식에 도달하듯이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좋은 삶에 눈을 뜬 것이고, 자신의 감격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이다. 글쓰기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었고, 글쓰기를 통해 ‘한 소식’ 깨달은 자만이 줄 수 있는 분명하고 아름다운 아포리즘에 취할 정도이다. 마침내 그녀가 터뜨리는 일성을 보라!


“우리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동시에 신화적이다.”


저자의 글쓰기 방법론은 ‘나’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질문과 해답이 내 안에 있는 것이고,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   이처럼 확고한 자기확신이 있으니 나를 섣부른 경계 안에 가둘 이유가 없다.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가능한 모든 경험을 해 볼 것을 그녀는 강력하게 선동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쓰레기 같은 글을 쓸 권리”가 있다는 선언은 글쓰기에 첫째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형편없을지 몰라도 나의 느낌에 집중하여 글을 생산하는 일은 최고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독자의 호응을 얻거나 세상의 기회를 얻는 일은 그 다음 일이다. 글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나의 시선, 나의 감각, 나의 열정이 있다! 여기 이런 내가 있다는 자기발견을 넘어 내가 나인 것에 대한 벅찬 환희에서 나만의 글이 나온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기중심성이 유연한 실험정신을 만난다면 이미 그 사람은 작가가 아닐까? 그런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삶에서도 유일한 의미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아예  자신의 삶을 신화로 만들어 버린다. 마침내 그녀의 스승이 말하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 글쓰기를 어지간히 해 왔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글이 막힐 때마다 읽어보면 다시 한 번 첫마음을 유지하게 해 주는 청량제요, 에너지창고 같은 책이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첫번째 필독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나탈리, 선이란 글을 쓰는 것과 똑같아요. 뭣하러 굳이 명상 모임에 찾아오는겁니까? 당신은 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지 않죠? 만약 당신이 글쓰기 안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면, 글쓰기가 당신을 필요한 모든 곳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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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게도 몇 년 간격을 두고 아무 데나 열어도 좋은 책이에요 ^^
    “우리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동시에 신화적이다.”
    지구 곳곳을 여행하고, 여러 직업을 섭렵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사람들도
    결국 저 메시지를 알려주더라구요.
    집에 가면 오랜만에 다시 저 책을 읽어 보아야겠어요!
    미탄님, 오늘 하루도 어제와 다르게 신선하게 보내세요 ^ㅅ^

    2011.06.09 11: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삶에는 반드시 직접 겪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모든 것을 직접경험으로 풀어야 한다면
      그 미욱함을 이겨낼 장사가 없겠지요.
      마음으로 책읽는 사람은 삶을 한 번 살아본 것 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요.
      더욱 많이 읽고 쓰면서 삶을 지혜롭게 장악하기 바래요!

      2011.06.10 09:2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