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1. 4. 12. 21:08

 




화요일에 수업이 없는 아들과 짧은 산책을 했다.  내 디카가 고장이 났는데 아들 카메라는 손에 붙질 않아서 부탁했더니 쾌히 따라 나선다.  흠, 햇살이 좋아서인지 오늘 사진 좀 나왔다. 다 마음에 든다.
어느 집 담장 너머로 흐드러진 개나리 차양.








진노랑  개나리가  밝은 햇살에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듯 자태를 뽐낸다.  이것이 사진의 맛이겠구나,  이 찬란한 봄날을 한 컷으로 잘라내어 내 블로그에 영구보존해 주는 위력.  꽃은 외따로이 홀로 핀 작은 꽃도 좋고, 이렇게 촘촘하게 흐드러진 덩쿨도 좋다. 빽빽한 개나리 덤불에 일렁이는 햇살이 육안으로 볼 때보다 더 좋다. 가슴이 아릿할 정도로.







 



눈부신 햇살아래 완벽한 목련이  인공적으로 느껴진다. 물에 있어야 할 연꽃이 나무에 얹혀 있듯, 마음은 봄을 껴안지 못하고 서걱댄다.  아무나 가지라고, 다 내주고 있는 햇살과 봄꽃, 천지에 가득찬 이것들은 갖는 사람이 임자인 것을, 스스로 만든 유리벽 안에 갇혀 있는 내가 한심하다. 멍하니 목련을 비현실적인 장면 바라보듯 하다  아차 싶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더이상 쳐져있는 것은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차이 때문에 누군가를 경원하거나 막혀 있는 글발 따위 순식간에 뛰어넘고, 막무가내로 그 고운 자태와 향기에 나를 던져 버리고 싶었다. 슬쩍 다른 측면을 보자 걷잡을 수없이 마음이 풀어진다. 그 정도로 햇살의 위력은 컸다. 나무 아래 퍼질러 앉아 술 한 잔 하면 좋겠다 싶더니,   고만고만한 문제들을 훌쩍 뛰어넘고 싶어졌다.  한 번 그렇게 마음먹자 조금 전까지 미간을 찌푸리게 하던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봄을 껴안아 무한정 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으로  보는 벚꽃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지만 수원 화성의 벚꽃은 3,4일 뒤가 피크일 것 같다. 햇볕 바른 곳에 있는 서너 그루만 피었을 뿐 대부분의 꽃망울은 팝콘 옥수수알처럼 작고 단단하다. 자세히 보니  동영상보듯 한 가지에서 다 볼 수 있다. 불량 옥수수 처럼 기척없는 놈, 아가 볼처럼 통통하게 바람을 물고 있는 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내 제 속을 활짝 펼쳐 보인 놈, 놈, 놈.   




벚꽃의 95프로가 아직은 이런 상태다. 재작년에는 정말 천지가 다 환했는데 작년에는 꽃샘 추위가 좀 세다 싶더니 죽은 가지가 많았나  위용이 한참 못 미쳤다. 올해는 어떠려나.




소풍나온 아이들의 모습은 봄볕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내 아이들이 어릴 때 모습 그리고 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유치부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절로 웃음이 머금어진다.






봄날의 흥취를 어쩌지 못하고 기어이 아들과 술판을 벌이다. ^^  첫모금에는 묵직하더니 안주가 들어가며 묽어지다 다시 중후한 제 맛을 찾는 와인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단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쓰디쓴 소주에 대랴. 이 봄이 다 가기 전 가까운 교외에라도 나가 모닥불 앞에서 한 잔 하고 싶은데 되려나 모르겠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마지막 술잔 사진에 아고~ 8개월 임산부 그만 확~~ 술이 땡깁니다. ^^;;;;
    올해는 봄꽃도, 봄도 참 늦게온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부터 시작은 시작인듯.. 버스타고 오가는 길가에 개나리, 목련, 벚꽃들이 참 눈부시게도 터져오르데요.
    사진, 댓글.. 모두 감사히 잘 봤습니다.
    얼굴 직접 뵙지 못해도 마음으로 늘 오래 가르쳐주신 선생님처럼 든든하고 감사하게 느끼고 있어요. 어쩌면 미탄님 뵈러가는 날이 오면, 실제로 제게는 없는, 여고시절의 그리운 은사님 뵈러가는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아요. ^^

    봄이 참 아름답지만, 식물들에게는 참 힘든 계절이라고 하더라구요.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것이 진통없이 있을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여름숲은 봄의 폭풍같은 성장뒤에, 한숨고르며 천천히 휴식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사람에게도 봄이 그래서 쉬운 계절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눈부신 봄볕을 한나절만 쬐고와도 얼굴이, 몸이 그 볕의 에너지를 견뎌내느라 힘들어하는게 느껴져요.
    미탄님, 힘내셔요. 분투하는 봄이 끝나고 휴식의 여름이 오면 '참 열심히 살고, 자랐던 봄이었다'고 얘기할 수있었으면 좋겠어요. 건강하세요..!

    2011.04.12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고, 내가 은사 뻘이 아니라 똑순맘이 더 지혜롭네요.^^
      나이를 의식하게 되면서
      좀 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게 되네요.
      전에 내가 잘 몰랐던 심리적인 영역을 이해하는 기회로
      활용해야지 싶다가, 너무 쉽게 교훈을 이끌어내지 말고
      당할 만큼 당해 보자 싶다가, 어디 한 번 끝을 보자
      싶기도 하구요.

      속깊은 댓글 고마워요.

      2011.04.13 22:12 신고 [ ADDR : EDIT/ DEL ]
  2. 봄날, 이 주체하지 못할 울렁거리는 마음을 29개월 된 꼬맹이와 함께하는 좋은 만남과 나들이로 대신하고 있는데요. 사진을 보니 아,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싶은 마음에 뿌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밤에 꽃나들이 다녀온 상쾌함을 선물해주셔서.^_^

    2011.04.16 00:1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29개월된 아가는 천사와 다름없지요.
      엄마에게 잠시도 쉴 틈을 안 주긴 하겠지만요.^^

      봄이 너무 화사해서인지 의외로 봄에 처지는 사람도
      많은 것 같지요?
      우리는 그러지말고^^ 봄의 기운을 팍팍 받아서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며 살아요.

      누가 그러네요.
      "주는 햇살 다 받아라!"

      2011.04.17 07:16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