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1. 3. 1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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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스포츠마니아다. MTB에 심취하더니 그 다음은 수영. 스쿠버다이빙에 대해 야무진 계획으로 들뜨는가 하면 우선 접근가능한 승마 맛을 보겠단다. 단가가 세니 4회의 단기강좌지만 궁합이 맞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을듯하다. 오늘이 첫 수업인데 승마장이 경기도 화성 저 끝으로 꽤 먼데다  같이 갔으면 하는 눈치라서 아들과 같이 나들이겸 따라 나섰다. 요즘 원고의 맥이 뚫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고, 연이틀 모임이 있어서 꽤 피곤한 터라 예전의 나 같으면 안면몰수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직은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철이 들어서 다행이다. >.^


승마장이라니  연습하는 곳 외에 능숙한 사람들이 말을 타는 언덕배기 하나는 있을줄 알았더니 어림도 없었다. 마사는 생각보다 커서 어지간한 공장보다 컸지만 초보용 둥근 모래밭 세 군데 외에 학교 운동장 만한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연습만 하고 익숙해지면 어디에서 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돗자리에 와인까지 갖고 간 내가 우스워서 피식. 아직 산천이 푸르러질 때도 아닌데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산길을 꿈꾸기까지 한 것 같아 어리둥절. 딸이 강습을 받는 동안 책보고 인근의 논두렁 산책하고, 내가 비로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짚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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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탄 기분이 상상하던 것과 같더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운동신경이 발달해서인지 잘 한다고 칭찬을 들었다는데도, 이런 위기일발의 장면을 연출하다. 초보강습용이라 말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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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무서우면서도 둥근 운동장을 뱅뱅 도는 것에 싫증이 났다고. 하긴 승마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이라곤 영화 속에서 신출귀몰하는 모습들 뿐이니, 말 타자 마자 영화 찍고 싶었을 수도.  말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얼마나 몸을 놀리는 것에 무심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말'하면 느닷없이  이런 시나부랭이나 떠올리는.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 프란츠 카프카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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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늘 도전하는 따님이 넘 부러워요. 승마라니~~!
    몸이 좀 가벼워지면.. 저도 한번 타보고 싶습니다.
    인디언이 되고싶기도 해요. 천천히, 초원이 끝나는 곳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거기 서서 바람이 해주는 얘기를 듣다오고 싶네요.

    2011.03.14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연수랑 평화랑, 선량한 미소가 친근한 신랑이랑
      차근차근 다 하면 되지요.
      조금 배워서 몽골 가서 타면
      똑순맘의 그 시적인 바램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1.03.14 19:5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