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10. 17. 23:26
 첫 책에 그 다음에 쓸 책들에 대한 단서가 모두 들어있다고 한 사람은 찰스 핸디이다. 나는 여기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관심사와 사고방식, 철학과 세계관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저자들이 이 말을 증명해주고 있다. 우선 찰스 핸디부터 그렇다. ‘헝그리 정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코끼리와 벼룩’, ‘포트폴리오 인생’ 등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만 보아도 일련의 흐름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친근한 저자를 살펴보자면  안상헌과 한근태, 이권우가 떠오른다.  안상헌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두번째 책인 ‘생산적 책읽기 50’을 통해서였다.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계속  ‘내 삶을 만들어준 명언노트’, ‘책을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책력’,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등 많은 책을 썼다.  그는 저자로서 ‘책읽기와 자기계발’이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한근태는  43세에 컨설턴트로 전환한 인물이다. 초기에는 ‘나를 위한 룰을 만들어라’, ‘40대에 다시 쓰는 내 인생의 이력서’ 처럼 자기주도적인 삶에 대해 책을 썼는데 차츰 자신의 강점에 따라 책읽기로 넘어갔다. SERI에서 CEO를 위한 북리뷰를 진행한 것을 모아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를 펴냈고, 컨설턴트를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한국인, 성공의 조건’을 쓰게 되었다. 리더십과 언어라는 평소의 관심이 만나 ‘리더의 언어’를 쓰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관심사에서 가지를 치고, 그것들이 서로 합해지며  한 사람의 저술세계는 점점 풍요로워진다.


이권우는 출발부터 서평전문이었다. ‘호모 부커스’,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죽도록 책만 읽는’ 등 초지일관 책읽기에 대한 책을 펴냈다. 서평 전문잡지 편집장을 거쳐 전업작가인 것 같았는데 최근의 약력을 보면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라고 나온다. 외국에서 학위를 하고도 대학에 자리잡기 어려운 학력인플레시대에 경희대 국문학과라는 학력만으로 대학교수가 된 것이다. 그러니 책을 펴내는 것은 학위논문에  버금가는 일이다. 한근태도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거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이다.  공학박사 학위가 있긴 하지만 그건 다른 분야이고 그역시 활발한 저술로 전문성을 입증받은 것이다.


이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브랜드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 시작은 첫 책이다. 첫 책의 주제를 선택할 때 인기있는 분야거나 잘 팔릴 것 같아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나의 본질적인 의문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긴 시간에 걸쳐 변함없는 애정을 가지고 탐구해 나갈 수 있다. 공부를 더 많이 해서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도 아니다. 정말 궁금하고 갑갑해서 나의 갈급함을 해소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잘 알아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 책을 쓴다. 눈앞에 놓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읽는 사람에게 전해질 때 독자는 감동한다. 저자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충실함으로써 내 책을 읽을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첫 책을 쓰다 보면 새로운 궁금증이 가지를 친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나의 첫 책 ‘늦지 않았다’의 주제는 ‘수명연장시대를 살아가는 주도적 자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중년은 자기인식과 체험이 맞물려 최고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때이니 창조성으로 무장하여 평생현역이 되자고 주장했다. 첫 책이 종합적인 개론서였다면 여기에서 파생되는 소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지금 쓰고 있는 두 번 째 책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그 외에도 ‘자녀와 새롭게 관계맺기’,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동체 실험’, 등 쓰고 싶은 주제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모두가 첫 책과 연결된 것들이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던 아이들이 내게서 독립하는 것은 충격이었다. 서서히 주도권이 옮겨가는 것을 보며 혼란스럽고 도무지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모성상이 필요했다. 이것이 어디 나만의 문제겠는가?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한 의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때, 바로 거기에 내 책의 존재이유가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연결되는 주제를 탐구하다보면 늘어나는 책과 더불어 나의 전문성이 확립될 뿐만 아니라 나의 삶 자체가 탄탄해질 것이다. 내가 쓴 책들은 내가 인생에 대해 품었던 질문이자 해답이니  책과 더불어 내 삶이 자리를 잡고 커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첫 책의 주제가 인생의 주제가 된 것이다.


고리타분하게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책쓰기와 삶을 분리하지 않을 때 더 큰 기회와 행복을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시장을 분석하기보다 내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라. 그럴듯한 주제를 찾아 고심하지 말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한 번 더 돌아보라. 그대가 만일 나다운 삶을 찾아 부심하고 있다면, 한 발 앞서 전환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분석해보라. 그럼으로써 전환의 요건을 추출해내라.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시와 소설을 뽑아내어 소감을 덧붙이는 것도 좋겠다. 그도 아니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능성을 하나하나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기록하라. 이 모든 것들이 그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금싸라기같은 조언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그대는 이미 해답을 얻게 되었고, 다음 과제까지 껴안게 될 것이다. 책을 쓰며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데 아주 유리하다. 강해진 자기확신을 가지고 선명한 미래상을 떠올리며 주도적으로 오늘을 경영해나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이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