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8. 30. 18:10
 

2007년도에 변경연에서 마음편지 필진으로 활동했다. 매 주 인상깊게 읽은 책 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하는 나에게 같은 필진인 김용규님이 ‘주제를 갖고 쓰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 때만 해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다. 하나의 집약된 주제를 가질 만한 필요를 못 느꼈고 그렇다 보니 당연히 주제를 잡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2008년도에 처음으로 블로그를 하게 되었다. 블로깅에 재미를 느껴 매일 글을 올리다보니 한 가지 주제로 연재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 때서야  active aging이라는 주제를 찾을 수 있었고, ‘한명석의 Second Life'라는 제목으로 연재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목을 붙이고 연재를 하다 보니 글쓰기가 훨씬 재미있었다. 차곡차곡 번호가 쌓이는 것에 성취감도 더 했고, 한 편이라도 더 쓰고 싶어서 부지런을 떨게 되었다. 그 때 쓴 글들은  첫 책 ’늦지 않았다‘의 모태가 되었다.  90편까지 썼을 때 출간계약이 되었는데 짧긴 해도 씨앗글을 많이 써두었기에 별로 겁이 나지 않았다.


그 때의 경험은 지금 두 번째 책을 쓰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연말에 첫 책이 나오자마자 내 글쓰기강좌를 시작했다. 강좌를 하다 보니 이 분야에 책 한 권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달랑 분야만 정했을 뿐 조금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정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필요에서 정해진 만큼 재미도 없었고, 쟁쟁한 대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글쓰기 분야에 내 책을 내밀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짜고짜 제목을 붙이고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 쓰다보면 잡히는 게 있겠지, 어차피 쓰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결과는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책들 중 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에 읽었던 것도 다시 읽었다. 한 50여 권 읽은 것 같다. 그러자 어느 순간 대가들이 하는 말들이 서로 일맥상통하며 하나의 흐름을 이루기 시작했다. 거대하고 막막하게만 여겨지던 ‘글쓰기’라는 영역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보였다. 급기야 이 주제가 아주 재미있어지더니 출간계약까지 되었다. 40편까지 연재했을 때였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글쓰기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누구나 주제를 잡고 글을 쓰라고 권한다. 전에 내가 그랬듯이 이 조언이 별로 당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기처럼 사적이거나, 다음 주제를 잡기 위한 포충망 격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면 반드시 주제를 잡고 쓸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다.


그대는 왜 글을 쓰는가? 여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닌가? 글쓰기는 존재증명과 소통을 겸한 유서 깊은 도구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접속할 수 있다면 서로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매번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그대라는 고유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겠는가? 너무 많은 자극으로 둘러싸여 있는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분야를 건드리며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는 입지를 다질 수 없다. 그야말로 한 놈만 패야 하는 것이다.^^


주제를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과성의 관심을 가지고 쓴 신변잡담으로는 성숙할 수 없다.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깊어질 수도 없다.  당연히 책도 쓸 수 없을 것이고 막강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문장력이 좋다한들 한 가지 주제로 집약되지 않은 글은 쓰일 곳이 없다. 일시적인 자기만족일 뿐 가 닿을 곳이 없다. 문장이 아니라 맥락이다. 한 분야에 대해 차곡차곡 쌓인 관심과 조사와 경험과 해석이 문장력보다 더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가 3년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공부했듯이 나도 같은 꿈에 부풀어 있다. 앞으로 1년에 한 권꼴로 책을 쓸 생각인데, 책 한 권을 쓰려면 그 분야의 책을 최소한 50권은 읽어야 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집중탐구하고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가볍고 자유롭게 다음 주제로 넘어 간다! 호기심은 탐구심을 낳고, 탐구심은 생산성의 원천이다. 이 선순환을 연료삼아 내 삶을 불태울 것이다.


물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쓸 수 있는 첫 번째 요건은 주제를 잡는 능력이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와닿지 않는게 아니라 능력이 안된다 싶었는데 한가지 주제를 갖고 공부를 해본다는 생각은 매력적이네요~. 그거라면 저도 블로그 운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_+

    2010.09.01 11: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와닿는 것은 있는데 능력이 안된다고 생각하셨다는 뜻인지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 마음을 따라가는 데 무슨 능력이 필요하겠어요?
      살아볼수록,
      매혹되는 것도 능력이고,
      매혹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은 더 큰 능력이던걸요.^^

      무엇이든 수진님의 마음을 따라 가시기를...

      2010.09.01 12:0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