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5. 10. 14:49


서른여섯 살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경제학과를 나오고 10년간 대기업에서 회사원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즈음 아내와 헤어졌고, 그리고 그림이 그에게 들어 왔다.  자칭 스몰 a형이라는 그는 오피스텔에 파묻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손톱깎기와 녹즙기와 크래커, 가스스토브를 그렸다. 그 때의 그림을 보면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수준이다. 그 뒤로 그는 날마다 그림을 그렸다. 블로그에 올린 그의 그림은 1년 만에 책으로 묶여 나왔다. 2006년에 나온 그의 첫 책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에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그림들이 가득하다.


그의 그림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만 해도 그가 우리처럼 보통 사람이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꽃과 하트, 나뭇잎과 모니터와 우주인을 주로 그리는 그의 그림은 그때만 해도, 그림에 조금만 소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5년여, 그는 ‘밥장’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신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확고한 자리를 구축했다. 5000명이 그의 글을 구독하는 파워블로거요http://blog.naver.com/jbob70/, 두 권의 책을 더 펴냈으며, kb카드 tv광고나 국립현대미술관의 달력작업 같은 굵직한 작업을 해내는 전문가로 우뚝 선 것이다. 그의 그림도 완연하게 탄탄해졌다. 월계수잎과 모니터, 우주인 같은 모티브를 무수히 연결해서 그리는 스타일은 여전한데, 그동안의 훈련으로 ‘밥장’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다. 근엄한 ‘강단’ 예술가가 보기에는 여전히 장난 같을지도 모를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그의 작업은 일러스트와 포스터, 티셔츠와 화장품 등으로 거침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다.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림으로 무엇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림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희열을 맛보고, 공동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후의와 관심에 접한다. 그림을 즐기는 ‘소녀떼’도 만났다고 한다.^^ 그는 블로그 문패에 ‘결국 그림이 모든 걸 해결해 주네’라고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포스트에서는 ‘진짜 그림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새삼 감탄하고 있다.


“그림을 잘 그리려는 생각은 좀 나중에 해도 됩니다. 일단은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그림에 투영해 보세요. 그림에 공감하는 관객이 생긴다면 그것이 곧 잘 그린 그림 아닐까요.”


그의 말은 그대로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에 대한 오해와 자기검열로 무장한 나머지, 글쓰기라는 소중한 친구를 영접하지 못하고 있다. 글쓰기는 재능으로 쓰는 것이라는 오해, 가만히 앉아서  내면에서 샘물 솟듯 글이 퐁퐁 솟아나기를 기대하는 착각, 남들이 내 글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자의식이 그런 것들이다. 순수문학이라면 타고난 재능이 좌우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기 위한 도구로서의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윌리엄 진서나 스티븐 킹의 책에는 하도 고쳐서 누더기가 된 원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조차  일단 쏟아낸 초고를 무수히 고친 끝에 쓸 만한 글이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 글이 말이 되든 안 되든, 조금 준비가 덜 되었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들도 온통 자기 생각에 빠져 있다.


쉰 살에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여자가 있다. 산만하나마 꾸준히 해 온 독서로 해서 글쓰기가 낯설지는 않았지만, 글을 써서 무엇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녀는 항상 독특하게 살고 싶었다. 성실하지만 밋밋하기 그지없는 부모님처럼 사는 것 말고 다르게 사는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를 몰랐다. 그래서 예전의 그녀는 대충 살았다. 지금 여기 말고 꼭 다른 생이 있는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다른 생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갖은 시행착오를 하며 살았는데도 또 한 번의 생이 남아 있었다. 인생이 길어졌고, 그녀가 글쓰기를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글쓰기는 그녀의 삶의 구심점이다. 하루에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쓰면 기분이 좋다. 두 편을 쓰면 날아갈 것 같다. 반대로 글을 쓰지 못하면 어깨에 맷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몸이 무겁고,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듯 무력감을 느낀다. 쓸 만한 글감을 하나 떠올린 순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 심장에서 시작한 전율이 격하면서도 잔잔하게 전신으로 퍼진다. 이만한 희열을 이 ‘선한 중독’외에 어디에서 또 얻으랴.


그녀는 지금 두 번째 책을 쓰고 있고, 3기 강좌를 시작했으며 드물게나마 강의 의뢰를 받고 있다. 글쓰기가 고요하면서도 힘찬 자기만족 외에, 사람들을 만나는 고리가 되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밥을 벌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3기 강좌에는 여섯 분이 모였다. 그 중에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리면서도 자기 그림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겨우 30대 초에 늦은 것은 아닌가 싶다가 나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항해사 출신으로 여행서를 쓰고 싶다는 분처럼 관심사도 점점 다양해진다. 그 밖에도 여러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 삶이 풍부해지고, 관계성이 훈련된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껏 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4주 강의에 15만원을 받는다. 내년에는 6주에 30만원을 받으려고 한다. 열 명만 모여도 주 1회 일하는 수입으로는 괜찮다. 한두 군데 고정 강의를 하고 1년에 책 한 권씩을 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책이 잘 팔리지 않더라도 계속 공부하는 가운데 필살기가 연마될 것이고, 강의료도 올라갈 것이다.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힐 수 있다면 ‘50대에 전문가 되기’ 트랜드의 진원지가 되고 싶다. 고령화시대의 꽃인 50대를 재조명하고, 제2 제3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당위적인 이론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으로 증거할 수 있다면 또 다른 만남과 기회를 맞이하여 내 삶은 더욱 확장될 것이니, 나또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글쓰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고.



 

@ 글쓰기의 첫 발을 떼고 싶은 그대를 기다립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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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해사 출신으로 여행서를 쓰고 싶다는 사람 출장입니다.
    수업시간 잠간 말씀하신 '밥장' 이야기로 이렇게 훌륭한 한편의 글을 보게되는군요.
    주말을 온통 기침과 몸살 속에 망치고 이제야 숙제를 생각하며 필독서 책 주문 넣었습니다.
    과제물 올리려면 열공해야할텐데 기침 때문에 할 수 없이 그 싫은 병원신세를 졌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만사에 건강이 최고!

    2010.05.10 17: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마치 과제할 욕심에 병원 다녀 오셨다는 말로 들려서
      감격입니다요.^^

      꿈을 향해 첫 발을 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 경험이 단단한 디딤돌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우선 충실한 과제물을 올려주시기를!^^

      2010.05.10 18:19 신고 [ ADDR : EDIT/ DEL ]
  2. 언냐~~~~토댁이예욤..히히.
    잘 지내시죠?

    미탄님의 수업도 잘 진행되고 이루고자 하시는 것들도 차곡차곡 잘 쌓이고 있는 듯 하여
    저 너무 좋습니다.
    근디 수업료 넘 비싸면 전 수강하러 못 가는디여...ㅋㅋ

    늘 건강조심하세여~~~~^^

    2010.05.12 21: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토댁님, 잘 지내지요?
      잊지않고 이렇게 꾸준히 방문해주니 고맙네요.
      예~~ 좋은 나날입니다.
      토댁님도 원하는 일 차근차근 이루어나가시길!

      2010.05.13 13:2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