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2. 26. 11:28
 

오한숙희는 자신의 문체를 ‘수다체’로 명명한다. 마치 수다 떨듯이 편안한 입말체로 쓰는 글이라는 뜻일 것이다. 언변이 뛰어나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녀는 ‘말과 글’을 행복하게 일치시켰나 보다.


그녀의 글쓰기에 있어 일등공신은 ‘사례의 활용’이다. 사례는 읽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쉽게 글 속에 들어오게 하는 출입문이다. 그래서 관심과 공감을 끌 수 있는 사례를 찾아내면 글줄이 쉽게 풀린다. 사례를 모아놓기 위해서는 물론 메모가 중요하다. 평소에 대화를 나누거나, 한 일 중에서 반짝 하는 내용은 반드시 메모를 해 놓는다. 구어체 글쓰기의 매력은 말맛에 있기에, 그 순간의 표현을 포착하여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해 두었다 활용해야지 하는 것은 소용없다. 그녀는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고 강조한다.


사례를 활용하여 글을 쓰는 순서는 두 가지이다. ‘뭔가 있다’ 싶은 사례에 접하면 깊이 음미하여 어떻게 뼈대 있는 내용과 연결시킬까 파고 들어간다. 아니면 주제가 먼저 주어진 경우, 여기에 맞는 사례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 쓸 것이 주어지면 그녀는 머릿속에서 글감을 수없이 굴려 본다고 한다. 그러다가 오프닝 멘트와 클로징 멘트가 떠올랐을 때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일사천리이다. 한 두 시간에 10매, 서너 시간에 2,30매의 글을 쓴다고 하는데 그녀의 글을 읽어보면 이해가 간다. 이론적이거나 현학적인 글이 아니라 사례를 활용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아무튼 그녀는 사례의 여왕이다. 그녀의 글을 읽어보면 한 꼭지 전체가 사례로 이루어진 것도 있고, 심지어 책의 서문도 사례로 시작한다.  사례를 애용하는 구어체는 그녀의 문체가 되었고, 저자로서의 그녀를 자리매김하게 해 주었다.


그녀가 좋은 본보기가 된 것처럼 글의 도입부로 사례를 활용하면 참 좋다. 글쓰는 사람이야 오랫동안 생각해 온 주제일지 몰라도, 읽는 사람으로서는 처음 접하는 주제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글 속으로 끌어올 수 있다. 독자를 가르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글쓴 사람이 직접 겪은 사례인 경우 인간적인 체온이 전해져 아주 훈훈한 글이 된다. 그래서 나도 내심 사례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언제고 써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사례를 만나면 눈이 번쩍 떠진다.


사례를 활용한 글쓰기를 할 때 좋은 공식이 있다. ‘사례+인용+핵심정리’를 하는 것이다. 먼저 다짜고짜 사례로 시작한다.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거지?’ 혹은 ‘아하!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구나.’ 싶을 때, 적절한 인용을 하나 보태준다. 내가 겪은 일, 혹은 들은 일을 확장해서 각인시킬 수 있는 인용이면 된다. 이 때 인용의 적합성에 따라 글의 품격이 달라진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인간과 삶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인용은 앞의 사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스스로 발굴한 참신한 것이어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인용한 문구는 식상하다.


그리고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시 한 번 정리해줌으로써 글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면 무난하게 혹은 성공적으로 글을 한 편 쓸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기본적인 패턴이다. 패턴을 응용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몫이다.



@ 빨간 글씨는 '글쓰기의 힘'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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