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10. 1. 29. 13:4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파일을 훑어 보다가 그냥 쌓아두기 아까운 기억들을 몇 개 끌어내 본다.
작년 12월 9일, 시골 친구들이 열어준 조촐한 출간기념회.
예닐곱 명이 모여 진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날 모임은 정말 진국이었다.
대부분의 사회생활에는 사교성이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포장이 필수적이고, 그것에 민감한 나로서는 모임에 다녀온 뒤 찜찜한 수가 많은데, 이 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긴 옛친구들이 달리 좋으랴.^^


사용자 삽입 이미지


12월 27일,  눈쌓인 화성 길 산책중에 저 멀리 붉게 빛나는 등불을 보고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하얀 화면에 찍힌 붉은 점은 시각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지금 걷는 길이 아무리 '미끄럽고 힘들어도'^^
저어기 보이는 등불이 훈훈한 위로가 되어 결코 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
관념이 아닌 실제상황으로  각인되었다. 그것도 아주 아름답게.





12월 5일 평창 애비로드로 저술여행 가는 도중에 올 들어 제대로 된 눈을 처음 보았다.
차창과 가드레일이 제법 멋지게 화면을 분할해주어 마음에 드는 사진.




12월 27일, 어스름 저물녘에 산책을 나갔는지, 눈 쌓인 풍경에 가로등이 더하여 무슨 읍성 같은 분위기가 난다.
매일 다니는 길인데도 아주 낯선 풍광이 기록되어서 마음이 가는 사진.




12월 3일, 어느 송년모임에서 한 회원이 자기 딸이 쓰던 플라스틱 욕조를 가져와 맥주를 가득 담아놓았다.
그 기발한 발상이 참신했고, 보기에도 푸짐하니 좋았다.
아! 아! 그 목욕통이 어찌나 작았던지, 모든 지나가는 것에 가슴이 아려 한숨이 나왔다.



12월 19일 변경연 송년회에서 내 책의 출간기념회를 겸했는데, '올해의 연구원상'까지 2관왕 먹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그 날, 연구원상으로 받은 만년필을 비롯해서 선물이 쏠쏠했는데~~^^  그 날 받은 선물 중 와인을 아꼈다가 지난 해의 마지막 날, 아들과 홀짝홀짝.




1월 9일 공저모임을 끝내고 나오는데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길 한 쪽에 쌓여있는, 채 녹지 않은 눈밭 위에  가느다란 눈송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내 몸 한 복판을 뚫고 찬 바람이 휘잉 지나가는 것 같았다. 실로 오랫만에 맛보는 허전함이 신선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도심의 화려한 장식이 비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게 뼛속까지 외로웠다. 그래도 뭐 별 수  있으랴. 느닷없는 외로움을 곱씹고 있어봤자 이로울 것이 없다. 이럴 땐 집이 멀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에 가자! 당장 가자.^^ 나는 의도적으로 불청객이 번져가는 것을 잘라냈다. 그리곤 눈묻은 신발로 외로움을 슥슥 뭉개버리고 지하도로 들어 갔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여행가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들이네요 ^^

    2010.01.29 2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야말로 여행가고 싶어 안달났네요.^^
      내일 당일치기라도 코에 바람 좀 쐬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

      2010.01.30 01:15 신고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10.01.30 22:43 [ ADDR : EDIT/ DEL : REPLY ]
    • 인생에는 분명히 직접체험으로 배워야만 하는 것이 있지만요, 영리한 분들은 독서나 주변사람의 경험에서 배움으로써, 마치 한 번 살아본듯^^ 큰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노땅 블로그 이웃도 필요할 때가 있는 거지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생생하게 그리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책, 김찬호의 '생애의 발견' 강추함다!

      2010.02.03 08:05 신고 [ ADDR : EDIT/ DEL ]
  3. 올해의 연구원상!
    꾸준히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시공해가시는 미탄님을 닮고 싶습니다. ^^
    이 블로그가 그 설계도면이라 할만하군요. 하하. 축하드려요~

    2010.01.31 21: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단지 절묘한 비유인지
      아니면 전공분야가 나타나는 비유인지요?^^
      수유너머에 땡기는 강좌가 있어 조만간
      스쳐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2010.02.01 10:28 [ ADDR : EDIT/ DEL ]
    • 전공분야와는 무관합니다.
      미탄 님의 그런 모습에 자연스레 떠오른 표현이지요. ^^
      어쩌면 수유에서도 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0.02.03 02:19 신고 [ ADDR : EDIT/ DEL ]
  4.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다른 분(위의 NamSa님)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생각지않게 선배님의 댓글을 보고 들렀습니다. 블로깅도 열정적으로 하고 계신듯합니다. ^^ 게다가 글쓰기 강좌까지~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10.02.02 11:4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반가워요, 지환씨!
      생각지않은 곳에서 아는 사람 이름 접하면 반갑더라구요!
      블로그는 2008년에 열심히 했는데,
      요즘은 변화가 필요해서 주춤하네요.
      글쓰기강좌카페 처럼 좀 더 주제집약적인 활동을 좋아하나봐요, 내가.

      2010년, 지환씨가 원하는 것을 향해 성큼 큰 걸음을 떼는 한 해 되기 바래요!!

      2010.02.02 13:30 [ ADDR : EDIT/ DEL ]
  5. 소은

    뼛속까지 외로웠다는 말에 시선이 턱 머무는군요.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눈묻은 신발로 슥슥 뭉개버렸다구요,
    삶에 대한 처방이 다르듯, 외로움에 대한 처방도 저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뭉개려고 하면 오히려 더 외로와져서 그냥 그 감정을 즐겨요,
    어떤 땐 더 확대시키기도 하구요,
    그럼 그 감정이 나보다 더 놀라서 도망가지요..ㅎㅎ
    외롭다는 건 그래도 좋은 감정인 것 같아요,
    두려움에 비하면..

    2010.02.20 23:59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외로움을 확대시킨다...
      조금은 은밀한 분위기를 풍기는 말인걸요.
      노하우를 알고 싶기도 하구요.

      두려움이 성공을 향해 나아가도록 부채질하는
      유력한 동인이라고 말한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내 두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반가웠고, 이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소은이 두려움을 말하면 되게 안 어울리긴 하지만,
      내 처방이 참고가 되기를!

      2010.02.21 10:5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