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사진의 힘2009. 10. 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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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핸폰 사진이 좋다. 한 일년 디카를 가지고 놀다 보니 싫증도 났거니와 앙증맞은 미니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고즈넉한 품위를 보여주는 핸폰의 색감이 좋다. 따로 신경써서 휴대하지 않아도 되는 잇점에, 인물을 찍을 때는 상대방에게 방어의식을 덜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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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책 길에 구름쇼를 보았다. 어려서 교과서 같은데서 우리나라 가을하늘이 칭송되면 너무 상투적으로 느껴지곤 했었는데 아니었다. 완벽한 관광상품이 아닐지?  핸폰 액정이 환해질 정도로 그렇게 눈부신 하늘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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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억새가 바람에 흔들려 한 폭의 수채화가 되었다. 거의 매일 다니는 산책로인데 수시로 이 장면을 찍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당첨! 그래 해 보자. 딱 요 컷으로 일년 365일을 기록하면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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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서걱이는 억새밭을 똑 따서 내 마음에, 내 블로그에 옮겨 놓는다. 좋다!
도서관 유리창으로 연결된 구름, 구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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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시간 정도 도서관에 머물렀을 뿐인데 날씨는 확 바뀌어 있었다. 그 화창하던 햇살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서늘해져서 깜짝 놀랐다. 가을날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의 차이란 이런 것이었던가? 순간 내가 딱 그 시간대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부지런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중년의 시간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저물어 갈 것이다.
눈부신 구름쇼에 한참 고조되었던 기분이 착 가라앉으면서 머리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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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긴장하는 덕분에 오전에 우울했던 기분은 싹 날아갔다.  출간이 자꾸 미뤄져서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던 것이다. 책이야 조금 더 기다리면 나올 것이다. 오히려  탈고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못한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저무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은 내 몫이다. 한 낮의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저무는 날에도 아름다움은 있다. 소나무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저 풍경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수원화성의 가을풍경을  J교수님께 드린다.
교수님은 독자로서 부탁드린 추천사를 쾌히 승낙해 주셨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 언어가 통했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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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이라젠느

    가을날 오후 세 시에서 다섯시의 차이.. 란 표현이 맘에 쏙 들어옵니다.

    가을의 한낮이 신의 선물처럼 아름다워서 그런느낌이 더욱 배가 될지 모르나,
    오후 늦은시간은 스산함과 쇠락의 기운이 감돈다고 해야 하나?
    쓸쓸함도 느끼면서 해지기전에 마무리해야 할일들이 생각나서 괜히 마음이 바빠지죠.

    저랑 닮았다는 둘째아이도 가을이 되니 낮이 너무 짧아져서 싫다는 말을 합니다.
    그게 비슷한 느낌을 10살의 언어로 표현하는거 아닌가 가늠해보네요.

    요즘같은 꽃가을에.. 바깥 날씨가 어떤지 가늠도 힘든 블라인드 쳐진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만 하늘 구경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 제게.. 미탄님의 가을풍경이 쏙쏙
    가슴에 들어와 박힙니다.

    나중에 천수를 누린 뒤 죽은 후에라도 다른것들에 대한 미련은 없는데..
    이토록 화창하고 좋은 하늘을 못볼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릴때가 있답니다.
    전생에 지구를 감돌던 공기였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2009.10.08 16:20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젠느님.하늘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갖고 계셨군요.^^
      그렇다면 나는 하늘보다는 나무에 쏠리는 편인데, 요즘 하늘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가을하늘 2탄을 곧 올려야 할듯..

      엠티에서 꽃가을을 지대로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이왕 시간 내는 것, 우리 서로서로 궁리하고 배려해서
      최상의 시간을 만들어 보아요!

      2009.10.09 08:50 신고 [ ADDR : EDIT/ DEL ]
  2. 우와~세번째 사진 완죤 예술인데요!
    핸펀 사진 색감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어요.
    책 출간 늦어지는 것 너무 우울해 마세요. 저도 탈고 후 6개월 뒤에 책이 나왔답니다.
    탈고하고 난 뒤엔, 니가 니 운명대로 살아가려니, 하고 잊어버리는 것도 방법 같아요. ^^
    기분 좋게 하루 마감하시길!

    2009.10.08 18:16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세 번 째 사진이 너무 좋아서 가끔
      들여다보려고, 찾기 쉽게 '사진의 힘' 꼭지에 저장했답니다.
      un-taught art에 쏠리고 있는데요,
      '숙제 끝, 아트 시작!' 정신으로
      핸펀 사진도 더 노려봐겠어요!

      워낙 생활이 단순하고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중이라^^
      거의 인내력 테스트 받고 있는 수준이네요.^^

      2009.10.09 08:56 신고 [ ADDR : EDIT/ DEL ]
  3. 앨리스

    사진이 정말 멋집니다. 사무실 기퉁이에서 덕분에 가을을 만끽합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잘 보내셨지요? 구구절절이 다 와닿는 문구들입니다. 저녁으로 너머가는 시간은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느낌이 들지만 요즘같은 가을날에는 적당히 차가운 공기가 한층 맑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집 앞에 큰 나무의 잎이 변한걸 보고 매일매일 카메라에 담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게으른 탓에 아직 실천못하네요. 올해는 겨울잠을 자듯 너무 무기력하게 보낸것 같아 마지막 몇달을 이것저것 다해보려 하는데 역시나 쉽지않구요, 흐르는 시간들이 예전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먹어가고 있는 증거겠죠? ㅋㅋ 그래도, 가을이 와서 시원해서 넘 좋아요^^ 참, 수원화성을 곁에 두고 지난주에 처음 밟아봤어요. 말씀대로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 또 감탄했네요. 또 들릴께요, 편안한 날들 되세요~!

    2009.10.09 14:0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수원화성엘 다녀 가셨군요.
      어머니께서 재래시장을 좋아하신다더니,
      근처의 재래시장까지 돌아보았는지 궁금하군요.

      이맘때가 한 해를 보내며 이것저것 생각이 많을 때지요?
      사실 아직 남아 있는 80일 동안에만
      집중적으로 살아도 한 두 가지 목표나 출발은 충분한데
      말이지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3년에 한 번씩만 고3 때처럼 살아도 어지간한 성취는
      하겠구나 싶으면서 여전히 게으른 나, 점점 빨라지는
      세월을 봅니다.

      나야말로 80일 간의 일정을 다잡아 보아야겠어요.
      앨리스님, 잘 지내시고 또 뵈어요~~

      2009.10.11 07:39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09.10.09 22:1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의견 감사합니다.
      제 의견과 정확하게 부합하여 더 고맙습니다.^^

      2009.10.10 20:41 [ ADDR : EDIT/ DEL ]
  5. 와우~~
    전 맨 끝 사진이 좋아요~~하다 세번째 사진을 보러 다시 스크룰바를 훑었습니다.
    사진 ....다 쪼아욤~~~~ㅎㅎ

    사진에도 느낌이 있고 이야기가 보이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미탄언냐의 눈을 통해 내가 그 하늘을 직법 보는 것 같아 벅찹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욤~~~

    2009.10.10 07: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도 세 번 째와 제일 끝 사진이 제일 좋습니다.

      토댁님 계신 성주는 이 곳 수원보다 더 맑고
      푸근한 하늘과 구름이 있을 텐데요, 뭐.^^

      2009.10.10 20:44 [ ADDR : EDIT/ DEL ]
  6. @햇살

    우와 너무 멋진 사진들이예요 ^^
    예뻐요!!!!!!
    가을을 꽉채워 담으셨네요!!
    수원이 너무 멋져요 호호호호호

    2009.10.22 15:5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화성 나의 산책로, 나의 사랑인데,
      엊그제도 내가 막 자랑했더니 어떤 사람이,
      전에 가 보니까 성곽 밖에 없던데... 하더라구요.^^

      2009.10.22 22:1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