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해서 사람이 하는 일에  ‘객관’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자신의 주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감정을 수반한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이렇게 해서 세상 모든 일은 관계의 문제가 된다. 나와의 관계를 비롯해서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상인, 버스기사, 정지해 있는 내 차를 추돌한 운전자, 블로그이웃 등 관계가 아닌 것이 있으면 말해 보라. 

일회적으로 스쳐가는 관계는 제외하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고 생각한다. 끝난 관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것을 잘 유지해 나갈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매력, 진정성, 유익 중의 한 가지는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중에서 매력이라는 단어에 이끌린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끌리는 마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진정성의 의미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매력은 진정성의 방식, 진정성의 분위기와 동의어니까 말이다.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매력이 결여된 진정성은 안쓰러울 뿐이다.

매력魅力의 ‘매’자는 ‘도깨비 매’다. 도깨비같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모호하고 변덕맞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스타일’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타일의 멋을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에서 배웠다. 그녀에 의하면 “스타일이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런 줄 아는 것이 스타일이다. 진짜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인 사람은 그 누구든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진짜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답게’ 사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배용준의 감성, 박진영의 도발, 유재석의 편안함처럼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최선을 추구할 때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시오노 나나미 역시 스타일에 있어서 타인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는 것이 많으니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그녀는 우리네 범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마키아벨리의 생애에 대해 글을 쓸 때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그가 앉았던 의자를 고증하여 만드는 식이다.  메디치 가 문장이 새겨진 천을 복원하여 입힌 긴 의자 위에 누워 독서삼매를 즐기기도 했다. 대학시절 배우 게리 쿠퍼가 죽자 喪中이라고 학교에도 결석했다는 그녀,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의식을 동원하여 경건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몰입함으로써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래서 스타일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의식, 내 감정에 빠지고 탐닉하는 자기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자세가 나온다. 자기존중을 넘어 자기도취에 이를 정도로 자기를 사랑하는 나르시스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러니 매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답게 사는 일에 헌신할 일이다. 나에게 지독하게 몰입하여 나의 세계를 일구는 몸짓이 다른 사람에게도 생의 의지를 추동할 때, 그 때 매력은 완성된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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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인사를 하네요^^...)
    참, 신기해요. 한선생님 글을 오래만에 들려 읽으면 어느 순간 제가 생각했던 주제랄까..(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ㅋㅋ) ..뭐 그런게 비슷해서요. 오늘 신문에서 우연히 SBS에서 하는 다큐비슷한 것인데 '매력'에 관한 프로가 한다는 TV방송안내면을 읽었거든요. 그래서, 순간 사람의 매력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들린 이곳에서 같은 주제의 글을 접했어요. 넘 기쁘고 놀랍네요 ㅎㅎ 정말 무한한 자기애가 있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책이 곧 나온다고 하셨지요? 혹시 팬사인회랄까 그런 것을 하면 꼭 알려주세요. 어떤 얘기들을 담으셨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로써 소통할 수 있다는게 넘 신기해요. 편안한 주말 되세요.

    2009.09.12 22:4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사람이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전혀 아닐 수도 있을 거구요. 5%만 안다고 여겨도, 5%의 범주 내에서의 소통이 의미없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요즘에야 깨달은 건데요.
      보통 여자들이 '전부'를 기대하기 때문에, 50%나 70%의 소통을 nothing으로 치부하는 습성이 있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주위에 널린 30%나 40%를 즐기지 못하는 것도 문제구요, 더 심한 폐해는!
      '전부'를 달라고 요청하다가 70%를 무위로 돌려버리기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요!

      ㅎㅎ 방송정보가 고마워서 말이 길어졌네요. 남들은 다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내 깨달음이 소중해서 에고. 민망해라^^ 연구소의 사자프로젝트에 유용할 것 같아서 꼭 챙겨 볼게요. 고마워요~~

      2009.09.13 10:33 [ ADDR : EDIT/ DEL ]
  2. 뷰티오키드

    미탄님. 저 어제 수업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수료했습니다.^^
    시원섭섭하다고나 할까요.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했던 수업이었고
    제겐 기나긴 10주의 대장정^^이었던것 같아요.
    잊지못할 여름의 추억이 탄생했네요.

    무엇보다 좋은건 이제 정식 나우사 멤버가 되었다는 겁니다.
    회장님께 맨 먼저 신고인사 드리러 들렀어용~
    욕심부리지않고 정직한 5%의 진실도 소중히 껴안고 가도록 노력할께요.

    참, 마현화랑 가는 날 제가 선릉역 근처에 일보러 가는데 혹시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갑작스럽게 미탄님을 뵐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나룻배님껜 말씀드려놨는데..확실치않아 ...임시 자리라도 확보되면 ...뵐께요.

    2009.09.17 09:13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뷰오님.
      5기에는 뷰오님도 계시고, 언어화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아서 유독 가까운 느낌이 들어요.
      긴 눈팅 기간이 있었던 만큼 어떤 느낌과 자극이 남았는지 궁금하네요.
      시원하게 트인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은데...
      내일 일은 '혹시'라고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시간을 맞춰보시면 어떨지요.

      참가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시고 일정을 추진하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소모임 짱에게 댓글도 다시구요.
      내일 뵐께요~~^^

      2009.09.17 09:43 [ ADDR : EDIT/ DEL ]
  3. 이쁜이

    안녕하세요 ㅎㅎ 네이버에 소개된 글읽고 방문했어요~
    저는 좀 제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상처내는 타입이라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데요
    한명석님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가 좀 되는 것 같애요^^
    글을 읽으면서 코멘트 다는 일이 잘 없는데 한명석님은 매력쟁이인듯~^^

    2011.10.09 19:5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안녕하세요?
      2년 전에 쓴 글을 읽어주셨네요.

      매력쟁이는 못되지만^^ 자기답게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성공이요, 비전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고습관을 알고 있다면 벗어날 수도 있겠지요.

      좋은 가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1.10.09 20:16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