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9. 6. 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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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 노제 중에 뜬 무지개, 고인이 애통함을 벗은 듯하여 내 마음에도 위로가 된다.


여기 한 인간 잠들어 있다. 봄이면 무논 넘어 뻐꾸기 소리 청명하고, 여름이면 개구리 소리 왁자지껄 들리는 곳, 가을엔 누렁소 워낭 소리 느리게 지나가고, 겨울이면 천지간에 흰눈 펄펄 내려 덮히는 곳. 창공을 지나가는 태양이여! 잠시 걸음을 멈추어라. 들판을 달려가는 바람이여, 냇물이여! 잠시 귀를 기울여라.

1946년 9월1일. 산도 들도 아직 가난했던 조국. 한 인간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저 평범했던 집안, 그저 평범했을 뿐인 가족들. 그저 평범했을 법했던 한 인간의 생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고등고시에 합격하였다. 판사가 되었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나 운명이 그를 불렀다. 불의한 세상이, 고난 많은 역사가 그를 불렀다. 타는 열정으로 그는 소리쳤다. 사자후를 토하듯 외쳤다. 원칙과 상식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인 민주주의 대한민국!

그리고 2009년 5월23일. 그는 마침내 신화가 되었다.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굴하지 않는 정신의 위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보라! 여기 왕소금같이 환한 미소 지으며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한 평범한 생애, 바위처럼 누워 있다. (김영현 삼가 쓰다) -김영현(소설가)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번쩍 치켜들었던 당신의 오른손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패배한 자들을 위해, 또 그들과 함께, 그게 지는 길일지라도 원칙과 상식의 길이라면 두려움과 불이익을 마다하지 않았던 당신의 삶에게, 또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공포와 폭력의 기억보다 더 오래간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당신의 삶에게, 또한 지는 길처럼 보이는 바로 거기에서 우리는 영원히 승리한다는 진리를 가르쳐준 당신의 죽음에게. -김연수(소설가)


한겨레21, '서 버린 수레바퀴 한 바보가 밀고 갔네'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5077.html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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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막상 그 즈음에는 정신없이, 멀리서 큰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듯이 무심히 건너다보며 지냈습니다.
    이제사 조금씩 더 무섭고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무서워하고, 슬퍼하고만 있으면 지는 거겠구나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힘을 내서 작은 목소리, 작은 발걸음이라도 이 수레를 앞으로 굴리는데 보태야겠다 싶습니다.

    2009.06.07 2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이름 아래 몰라본, 그가 받았던 무시와 조롱과 증오에 진저리가 쳐지더라구요.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극명하게 갈라지는지, 그 간극도 무서웠구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에서 놓았던 투표를 하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이끄는 기본장치이기도 하겠지요.

      2009.06.10 06:5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