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스토리다, 서영아, 소담출판사 2009


나이가 들수록 ‘아트art'라는 단어가 가까이 다가 온다. 두 가지 의미이다. 하나는 무언가 내 혼이 담긴 것을 만들어낸다는 행위의 소중함- 본연적인 의미에서의 아트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하는 일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예술적 경지로서의 의미이다.


예전부터 연필로 그린 그림 한 장이든, 독특한 감각의 건축물이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창조물에 혹하곤 했었다. 세상에 널린 것들과 어딘가 다른  자기만의 것, 거기에 숨겨놓은 어떤 메시지에 접하면 내 가슴은 뛰었다. 그런 것을 찾아내고 향유하는데  좀 더 몰두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너무나 빈약한 내 감성창고가 민망하다. 그래도 그 가난한 감성의 촉수에 기대어 게으른 문화소비자를 마감하고, 문화의 생산자가 되기로 작정하였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표현력이지만 그래도 좋다.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시와 노래, 그림과 그릇, 책과 영화... 무엇이 되었든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나’를 표현함으로써 내 존재를 드러내고,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기 때문이다. ‘창조’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생존방식이다.


근래에 들어서 ‘예술적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일까 생각이 많아졌다. 결론은 이렇다. 자신의 분야에 통달하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삶, 비록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성실함으로 극복하여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삶, 자신의 일을 행함에 있어 그 자세와 몰입과 완성도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삶, 그리하여 후학들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기회를 나눠줄 수 있는 삶.


이런 생각을 주로 하고 있던 차에  ‘당신은 스토리다’라는 책은 시의적절했다.  대한민국 예술산업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고 상징이 된 열 사람의 세계는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미치겠다, 이 사람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의 범주와 성격, 그들이 일에 접근하고 집중하는 방식, 심지어 창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까지 모조리 환상적이었다.


‘나는 드라마만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닌 것을 열심히 관찰하고, 익히고, 즐긴다’ 는 드라마 제작자 김기범, 그는 주말이면 일과 관계된 지인을 가족과 함께 만난다. 그 자리에서 일 이야기는 금물이다. 차와 와인 이야기를 하고, 언제나 배경음악처럼 아이들이 뛰어논다.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아닌가. 머리와 가슴이 그날의 분위기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영감의 순간들을 한껏 받아들인다.


3년 내지 5년 후쯤 완공되는 공간에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예측해가며 공간에 필요한 시설을 계획함으로써, 건축회사들의 방향을 잡아주는 스페이스마케팅의 고승현! 이보다 더 직관과 감성이 요구되는 직업이 또 있을까.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비유는 한 줄의 詩다.


클라이언트가 연두색을 원할 때 나는 초록색과 노랑색내놓는다. 초록색의 향기와 노랑색의 이야기를 섞는다. 그럴 때 나는 과학자 같기도 하고 스토리텔러 같기도 하다. 서로 다른 것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결합과 융합이 새로운 발견을 가져온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동물적인 감성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김중만, 어느날 그는 찬사는 받을 만큼 받았지만 거기 도취되어 생각 없이 흘러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위기였다. 그는 당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일체의 상업적 일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떠나 스스로 자신을 유폐시켰다. 아프리카 혹은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작업만 했다. 오직 사진 속에서 자신을 갈망하게 만드는, 온몸을 전율하게 만드는 순간을 찾아 헤맨다. 그것이 크리에이터로 사는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은 무엇인가”에  “꿈”이라고 대답하는 패션디자이너 강진영, 그는 끊임없이 매혹의 주체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남들처럼 자고 놀고 연애하면서 시간이 기다려주기를 기대할 수가 없다.  술도 담배도 파티도 멀리한 채 화사한 4월에도 어두운 골방에 앉아, 얼마나 더 들끓어야 할지를 고심한다.  이만한 개인의 각오가 사회적 가치, 즉 한 시대의 문화를 만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 한 복판에서 ‘와이앤케이’라는 브랜드로 성공했다.


‘나는 어차피 어드벤처가 없는 인생은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는 뮤지컬 제작자 박명성, 우리나라 뮤지컬의 50%가 그의 손에서 제작된다.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끈다는 오너답게 그는 모든 단원과 함께 인도여행만 세 번을 다녀왔다. 그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정신과 가치, 철학에 대한 생각이 반드시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의 언어는 하나같이 훌륭했다. 이들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되,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데 발군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 밤잠을 줄여 고심하고, 독서를 밥먹듯 하고, 절대고독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며 부단히 노력하여 감성산업의 선봉에 선 사람들, 이들의 메시지는 이 한 줄에 들어 있다.

반짝여라, 번뜩여라, 그러나 무엇보다 진실하라!

핼 스테빈스, -카피캡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음식과 아파트와 뮤지컬을 만든 사람들, 이들은 우리에게도 아티스트가 될 것을 주문한다. 말도 안된다는 소리라고 하지 말라. 현대의 패러다임은 직업군이 아닌 개인이다. 어떤 엔지니어,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남과는 다른 나의 차별점을 아는 자영업자가 성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결국 스토리가 있는 개인이 힘을 가지게 된다. 이는 특정한 직업에 한정된 말이 아니다. ‘창조성’은 인생을 보다 즐겁게 유연하게 조율해가며 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법의 열쇠다.

 


피 속에 창의적인 creative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사람들, 일과 놀이를 일치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작업스타일, 라이프스타일, 성공의 스타일이 부러워서, 좀처럼 게을러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재미있게 일하고, 그 일로 사회적 명성을 얻으며, 나아가 경제적 풍요도 일구었으며, 그 사람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사람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미학적인 의미까지 보탤 수 있는 사람들, 특별한 자본 없이 그러나 21세기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 이들이  바로 입체적인 부자들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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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냐~~
    며칠전 블러거님들이 다녀가셨어요..ㅎㅎ
    짧은 1박2일을 보냈는데 그리움이 자꾸 남습니다..^^

    언냐도 빨리 보고 시뽀용..

    2009.05.13 13:5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좋은 시간을 보냈군요.
      블로그를 통해서 만남이 확장되는 세상이 참 신기하고 소중하네요. 어딘가에는 내가 생각하는 배움과 성장과 친밀함을 함께 하는 관계망도 있다는 얘기라서 흥분되네요.^^

      2009.05.15 11:08 [ ADDR : EDIT/ DEL ]
  2. ^^
    토댁님 바로 아래 제가 댓글을 달게 됐네요~ 우리 맘이 통했나봅니다.
    토댁님 댁에 다녀왔거든요. 그리고 저도 미탄님이 보고싶었어요..
    그래서 아. 넘 오래 안뵜네.. 하고 이리로 달려왔고요.

    책은 잘 되가시지요? 번개 놓치지 말아야지~ 늘 생각합니다. ^^

    창조성! 스토리가 있는 개인의 힘... 여러모로 공감되요.
    그런 에너지를 내 안에서 끌어올릴 수 있게 될까..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열심히 담금질 해봐야겠습니다.

    2009.05.13 21: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상황되면 두 분 새댁님 일정에 맞추어서 시간 잡을게요.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어진 친교가 참 신기하네요. 똑순아빠도 좋아했지요?

      2009.05.15 11:10 [ ADDR : EDIT/ DEL ]
  3. 푸른 퀴리

    미타님, 안녕하세요?
    주근줄아셨나요,혹여....., 사라는 있었답니다.
    성큼, 더운 여름이 와버렸네요.
    이책을 서점에서 들고는 아, 미탄님! 했지요.
    그리곤 블로그방문해보니, 역시나!!!!!!!!!!!!!!!!!!
    일등으로 댓글달고도 싶었지만, 그런것말고 달려가 얼굴보고 얘기하고픈 맘이 커져
    누르느라...............눌렀는데 지나쳐지지가 않네요.
    키위쥬스 한잔 마시고, 또 담에 인사올께요.

    더운날, 향긋한 수박파티 여실것같네요. 오늘저녁 수원화성댁에선...

    2009.05.29 17:1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푸른 퀴리님,
      안그래도 잘 지내시는지 궁금했답니다.
      별 일 없으신지요?
      서점에서 이 책을 보시고 저를 떠올리셨다니
      영광입니다.^^
      아직은 인상적인 '나의 스토리'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아직은'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어느새 여름날씨가 되었네요.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 되시기 바랍니다.
      가끔 소식 주시구요~~

      2009.05.30 08:35 [ ADDR : EDIT/ DEL ]
  4. 푸른퀴리

    `이우학교, 정현이 서울대가다.`란 책을 읽고 있어요.
    대안학교에 관한 실상에 관심이 가서...
    학업에 스트레스받는 아이에게 시원한 청량제같은 방안이 뭐 없을까,하고^^

    그리고보니,
    지식공동체, 공동육아, 함께 공부하며 신나게 놀기...
    머릿속에서 맴돌며 춤을 추네요.
    일을 하라, 일을! 세상에 하나뿐인 일을!

    (비밀번호를 잊어<위>, 미타님이 되버렸지요. 수정을 못했어요. ㅋ ㅋ ㅋ)

    예!!!! 가끔 들르겠습니다. 상큼한 주말 지내세요,

    2009.05.30 17:5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이 진학 문제로 신경이 많이 쓰이시지요?
      본인이 좋아하면 대안학교도 괜찮을것 같은데요.

      ㅎㅎ 저도 좋아하는 것을 죽 나열해 주셨네요.
      왜 하자센터는 빼셨어요?^^
      그 곳은 정말 쉬지않고 일을 만들어내는 곳이라
      지금 청년 창업 제안대회 같은 것을 하던데,
      태평성대 같으면 가 보고 싶던데요~~

      2009.05.31 22:3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