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9. 2. 3. 08:56


내일 아들애가 제대를 합니다. 엊그제 입대한 것 같은데 정말 세월이 빠르군요.
물론 아들의 전역은 축하할 일이지만, 우리 생활에 중대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아들이 대학에 갔을 때는 내가 충청도에 살 때라 서울의 외가에서 2년간 대학에 다니다가
입대했거든요. 그러니 4년 만에 다시 한 집에 살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딸도 성인기에 진입했습니다. 무조건 엄마의 결정과 권위에 따르던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나는 스스로 합리적이고 자유방임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에게는 나름대로 억압과 차별의 기억이
있는지 치받고 올라오는 기운이 장난이 아닙니다.^^
워낙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내가 아이에게 책잡힐 일도 많이 하구요.
딸과 나의 기질의 차이는 거의 '적과의 동침'수준인데요,
이제 와서 내가 나를 바꿀 수도 없고, 딸애 시집살이를 할 수도 없고해서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들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봐야겠습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수용하며 자녀들과 도무지 '분리'가 되지 않았던 친정엄마 세대와
똑같을 수는 없겠다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관계의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우선 아이들을 독립된 성인으로 대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기질을 절묘하게 나누어 가졌지만,
분명히 독립적인 개체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의견이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 나에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또 아이들의 정면 반대에 부딪치더라도 나의 결정을 따라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세상이 점차 넓어지고, 언젠가는 자신의 가정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형편없이 축소된 내 세상에서 아이들이 돌아봐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더욱 가열차게^^  내 세계를 키워야겠다는 생각,
애착과 분리의 균형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야겠구나 하는 생각,
이제 절대육아기간은 끝났지만 사회적인 부모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께 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 기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어집니다.

우선 재미있는 구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서로 위해주고 위해받는 훈련을 충분히 해 보자는 생각입니다.
무조건 보살피고 희생하는 것만 해 왔을 뿐,
대접받는 것을 배우지 못한 친정엄마를 보면서 느낀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핵심도 give & take 라는 생각이 들구요,
막 자의식이 생겨서 주변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며  모조리 적으로 만들 기세인
딸에게도 필요하고,
누가 위해 준 사람도 없는데 다분히  유아적인 자기중심성을 갖고 있는  아들에게도 필요하고,
전통적인 엄마 자리에 새로운 엄마 상을 놓고 싶어하는 내게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귀족놀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는데요,
일 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한 사람을 최상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요리를 비롯한 모든 잡무에서 해방시켜주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훈련을 하는 거지요.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에게 행하고,
또 적절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자존감을 키우는 데 유용할 것 같지 않으세요?

그 밖에도 성장한 자녀들과의 생활을 무슨 프로젝트처럼 해 볼 생각입니다.
이 과정을 언제고 책으로 펴 낼 수 있을지 누가  압니까?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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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족놀이'... 재미있는 발상인 듯 합니다. 나중에 꼭 성과를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
    가끔 우리 아버님도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교육자로 한평생을 살아 오셨기에 아마도 상대적으로 친구들의 부모님들보다는 덜 하리라 짐작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게 생각만으로는 쉽지가 않은 법이지요. 머리가 커질 수록 함께 식사를 할 시간이 줄어들어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고. ^^
    온가족이 함께 하는 즐거운 저녁식사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

    2009.02.03 13:49 [ ADDR : EDIT/ DEL : REPLY ]
    • 한때 분신이었던 만큼 ^^ 독립된 개체임을 인정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거에요.
      또 자녀들이 늘 부모에게는 소홀하잖아요?
      무심함, 시쿤둥함, 면종복배, 무례함... 나도 그랬으면서도 - 아직 그러고 있으면서도 --
      막상 그런 대우를 받으면 망연자실해지지요.

      예, 제대날 포함 사흘동안은 왕자대접해 주기로
      했으니, 맛있는 것도 먹어 주어야겠지요. ^^

      2009.02.03 21:27 신고 [ ADDR : EDIT/ DEL ]
  2. 푸른퀴리

    오늘은 더 따뜻해졌어요.

    모든 이 (기억이....)를 사랑하되,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거든
    나의 (그)사랑하는 방법에 문제가 없는 가 늘 살펴보고, 되돌아보라!
    맹자님말씀이었던가,
    이 말에 꽂혀 맘에 품은 스무살시절무렵이 아련~합니다.

    `프로그램` 이 단어 , 참 힘?있다 좋아?하는데....
    디테일할수록 생동감있을테고요....
    요즘 젊은 남성, 아빠, 들은 한달에 요리 1가지 마스터하기는 필수라던데요?
    1년이면 자랑할 레시피가 12가지!

    점점 세상은 부드러움을 요구한다죠, 섬세하구...
    미탄님! 아드님의 제대, 새로운 생활에 윤이 돋길 바랩니다.^^

    2009.02.03 15:58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다시 읽어보다가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를
      '프로젝트'와 '실험'이라는 단어 중 하나로 고치고 싶은 거에요. 결국 프로젝트 낙찰! 어느 쪽이든 명확한 계획과 책임의식, 최선의 진행, 냉정한 평가...가 필수라는 생각이네요.

      이제 와서 내가 깨닫는 것 하나는,
      나 정도로 데면데면하게 살아서 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요. 성장한 자녀와의 관계조차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고, 남 대하듯 인내하며 가지 않고는 쉽지 않으리라는 예감이에요.

      아들은 요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약속을 지키게 하는 방법이 더 문제일 거에요.

      정말 봄이 저만치 오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 죽일 놈의 빠른 세월 ㅜ.ㅜ
      푸른 퀴리님의 일상에도 풋풋함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2009.02.03 21:34 신고 [ ADDR : EDIT/ DEL ]
  3. 우와, 이런 마음이 멋지십니다. 미탄님...^^
    저도 저희엄마랑 적과의 동침수준입니다. ㅎㅎㅎㅎ
    같이 있음 내내 서로 싫은소리만 하지만..!! 떨어져있으면 또 죽고못살게 걱정하기도 하고요..(주로 엄마만..-_- 전 나쁜딸인듯..ㅠ)

    그나저나 아드님 전역 축하드려요~ 제 둘째동생도 올해말에 전역이지 말입니다. ㅎㅎ

    2009.02.03 19: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통적인 부모님들은 자녀와 완전히 한 몸이시니까,
      자녀의 일상을 자신의 문제보다 더 생생하게 걱정하시지요.
      내 친정어머니께서 같이 늙어가는 나를 다섯 살 배기 취급하시는 것처럼요.
      그 영원한 짝사랑, 돌봄으로 일관된 역할은 아니다 싶은데, 어느 정도의 거리와 배려를 해야할 지는 아직도 막막한 거에요. 그래서 은근 헷갈린답니다.
      명이님, 축하 고마워요. ^^

      2009.02.03 21:39 신고 [ ADDR : EDIT/ DEL ]
  4. 푸른퀴리

    프로그램, 프로젝트, 프로그램, 프로젝트.....Project, 좋아요!
    그렇네요! 이래서 뭐가 안된거군..음...했답니다. 너무 개성을 존중?하는 말랑하고 보드라운 힘<?>이라니, 군기가 빠졌군. ㅋ ㅋ
    임무완수하고 놀앗,하면 어릴땐 ~넵~하고 말도 잘 듣더니.....

    좋은 성과 내시리라 믿습니다. 봄이 왔잖아요.^^ 입춘이라네요.

    2009.02.04 16:3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친정어머니께서는 전형적인 희생파이시거든요.
      주는 것에 자동화가 되어 있을 정도이면서
      받지 못하는 것에도 자동화가 되어 있으니까,
      비교적 삶에 대해 생각하는 편인 나조차
      짜증이 나고, 불손하게 되고,
      이어서 죄책감을 갖게 하시거든요.

      여기에도 틈새가 있다 ~~ 싶어요.
      자녀를 떠나보내는 시기의 어머니들에게
      새롭게 다시 자기로 서는 훈련이 필요해요.

      도처에 기회이고 도처에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자신의 열정과 직관을 믿고 따라가며
      필요한 기술을 연마해 나간다면요.

      2009.02.05 09:38 [ ADDR : EDIT/ DEL ]
  5. 귀족 놀이라...저도 해보고 싶기는 한데,
    저희집의 귀족놀이는 당분간은 일방적이 될 것 같습니다. 누가 혜린이를 이기겠습니까..ㅎㅎ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 나에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가끔씩 그 조그만 아이에게도 화를 내려 하는 저에게 딱 필요한 충고네요 ^^;;

    2009.02.05 04:0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내 자존감의 근원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있지요.
      지금도 마음이 약해지려고 하면 마음 속으로 아버지에게 기도를 합니다. 이미 돌아가셨을지라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하리라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핑 돌면서 다시 새 마음이 되지요.

      그러니 아낌없이 사랑해 줄 밖에요.

      "나는 언제까지, 항상 옳은가?"
      이 질문을 어디에선가 보았어요.
      그 후로는 내게 정면 반대하는 사람을 접해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되었지요.
      도가 트려나, 자꾸 넓어져서리...^^

      2009.02.05 09:42 [ ADDR : EDIT/ DEL ]
  6. 미탄님, 아드님의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군대라는 곳이.. 안가봤지만.. 참 무섭고 힘든 곳이잖아요..
    그런곳을 몸 건강히 무사히 잘 견디고 나왔으니..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그래도 마음에 혹 상처는 안남았는지 미탄님이 잘 살펴 혹여 있다면 함께 풀어가실줄 압니다.

    사진속에 오누이가 참 다정하고 예쁘네요^^
    어느새 저렇게 훌쩍 커서 멋진 어른들이 되었단 말이지요?
    다큰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맺기, 잘 되시길 빕니다.
    저는 똑순이가 크면 함께 여행을 많이 하고싶은데요... 자기가 가보고싶은 곳을 찾아서, 준비해서.. 함께 떠났다 돌아오면 각자 조금씩 더 성장해있는.. 그런 여행.
    과연 엄마랑 그렇게 친구처럼 다녀줄지 벌써 조금 걱정이지만요~^^;;

    2009.02.05 16: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중3된 아이에게 엄마가 외식 같이 하자고 사정하는 것을본 적이 있어요. ^^
      '부모팔아 친구산다'는 그런 시기도 있겠지요.

      그런가하면 언젠가 떠나게 되어있는 자녀들 자리를
      무엇인가로 채워야 하는 때도 있구요.
      이래저래 '공부'와 '성장'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언가를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몰입하는 기쁨을 누리고, 삶을 주도하는 강단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길어진 인생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이요.

      물론 똑순맘에게는 아직 아득한 이야기지요.
      십오년 정도 '품 안의 자식' 시기를 맘껏 즐기시기
      바래요~~ ^^

      2009.02.06 20:42 [ ADDR : EDIT/ DEL ]
  7. 축하드립니다. 이전과는 많이 다를텐데 앞으로 생활이 기대되시기도 하고 걱정되시기도 하고 그럴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 나에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이 말씀이 가슴에 확 와닿네요. 저희 큰 아이가 커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9.02.06 1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오오~~ 아직 자제분이 그다지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아버지들도 그런 갈등을 겪으시는군요. ^^
      한참 쉐아르님 힘들어 하실 때, 자제분 진학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잘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잘 마무리하셨겠지요.

      2009.02.06 20:45 [ ADDR : EDIT/ DEL ]
  8. 제비꽃

    조.......사진 속의 아드님, 참 귀여운 인상이예요.^^;;
    가끔 출현하는 사진 속의 따님도 톡 쏘는, 상큼한 레몬향이~
    미탄님과 자녀분들, 세 사람의 공동생활이 마치 영화처럼 기대됩니다.
    '위해주고 위해받기'라면 곧 '사랑하고 사랑받기' 겠지요?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다큐를 제작했으면....아니 제가 좀 부지런하다면 직접 찍고 싶네요. 청년기 자녀와 함께 하는 이런 발상이 얼마나 신선한 지요. 세상에 좀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예요.

    2009.02.06 18:4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다큐제작이라~~ 재미있는 발상을 했네요.
      하긴 가능할 것 같아요.
      책의 소재로 충분하다는 직감을 받았으니,
      영상물도 가능하겠지요.

      갈수록 부모자식관계를 포함해서 모든 인간관계에 좀 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생각하며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일치지 않고 깨달으면 더 좋으련만. ㅜ.ㅜ

      2009.02.06 20:53 [ ADDR : EDIT/ DEL ]
  9. 안녕하세요, 미탄님! 2008 올블로그 어워드 최종 후보에 선정되셨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정식 후보 등록 확인은 오는 16일 오후, 어워드 페이지에(http://award.allblog.net)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각 부문별 투표를 진행하는 별도의 페이지 이외에 투표 위젯을 배포할 예정입니다. 투표는 16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됩니다. 기타 궁금하신 사항은 올블로그 운영팀 메일(ace@blogcocktail.com)이나 운영팀 블로그(http://mindlog.kr/ace)로 문의해 주시면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8 올블로그 어워드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_ _)

    2009.02.13 16:3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수고많으십니다.
      방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02.19 00:51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