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 레슬리 패넛/ 5가지 친밀한 관계/이레서원 ,2004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인간관계가 참 서툴렀다. 내가 의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과도하게 열중하고, 함량미달이라고 생각되면 일말의 관심도 갖지않는 식이었다. 한 마디로 재수없는 인간형이었다. ^^ 변명을 해보자면 나도 할 수 없었다는 것. 나는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자기중심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로해서 참 줄기차게 혼자 놀았다. 학원을 운영할 때 동료 원장들이나, 동창들과의 의례적인 만남도 한 두 번이지, 곧바로 잘라내곤 했다. 사교적이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 힘들고 의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과 사업이라는 거대한 시행착오를 추스르다 보니, 세월이 다 가 버려서 믿을 수 없는 나이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글쟁이’로 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고, 다행히도 읽고 쓰는 것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나는 여전히 혼자 잘 놀지만 아주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 ‘관계’에 눈뜨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람은 섬이 아니다.”  존 돈.

우리의 내면에는 반드시 남들과의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해갈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모든 인간은 남들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상호의존관계에 있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새로운 학문인 ‘행복학’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은 만족스러운 대인관계, 그것도 아주 친밀한 대인관계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서로 관계하는 경험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친밀감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이를 증명하는 끔찍한 실험이 있다. 1700년대 중반 프러시아의 황제 프레드릭 2세가, 갓 태어난 신생아들에게 물과 음식만을 주고 전혀 돌보지 않아도 혼자 성장해 라틴어를 구사하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한 것이다. 그러나 황제는 그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전혀 사랑을 받지못한 아기들은, 말을 할 연령이 되기 전에 죽어버린 것이다. 유아기 때 대인관계나 사랑이라는 미묘한 역학관계를 이해할 리 만무하지만, 성장과 발육을 멈춤으로써 그 절박함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사망률은 보통 사람들의 2배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은 흡연, 고혈압, 콜레스테롤, 비만, 운동부족만큼이나 심각한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나는 경험에 의해 승복한다. 아무도 이 세상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을만큼 위대하고 강한 사람은 없다. 어딘가에 속한다는 귀속감은 단지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따뜻한 감정 차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사의 문제다.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내게 이 책은 최고였다. 나, 가족, 친구, 연인,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의미, 빠지기 쉬운 함정, 끝내 승리하기 위한 소중한 tip을 총망라하고 있다. 조그만 책에 촌철살인의 핵심만을 모아놓은 저자들의 내공이 감탄스럽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내가 ‘하나님’에 대한 부분 때문에 이 책을 놓쳤을 경우는 생각도 하기 싫다. 그 정도로 분명하고 자세하며 실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책이다.


저자들은 충실한 학문적 탐구 위에 풍부한 상담 경험, 게다가 따뜻한 인간애까지 겸비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책은 심리학자의 명료함과 카운슬러의 인간애를 갖춘 좋은 책이 되었다. 핵심을 찌르는 그들 부부의 문장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가령 관계에 대한 두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하나는 “이 사람만 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한 나의 자아는 완벽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치명적이고 잔인한 거짓말이다. ^^ 사랑은 그처럼 환상적이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다. “사랑만큼이나 엄청난 희망과 기대로 시작해서 줄기차게 무너지는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에리히 프롬


사랑은 동적이다. 마치 물같이 조류의 흐름이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언제나 같은 농도로 사랑하는 게 아니다”
앤 머로우 린드버그

한결같은 사랑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성숙한 사람들은 사랑이 물같이 자유롭게 흐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랑의 기복에 휩쓸리지 않는다.  이제 사랑하게 되었으니 “행복 시작, 불행 끝!” 이라는 미신에 팔려 방심하며 앉아 있지도 않는다. 단단한 자기중심을 가지고 똑똑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사랑에도 성공할 수 있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회피와 강박적 만남을 되풀이한다.


이 책에는 ‘관계’에 대해 시시콜콜한 조언이 모두 들어있다.  우리가 왜 특정한 유형을 선택하게 되는지, 애정지수가 높은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성급하게 성관계를 가지면 왜 안되는지, 심지어 헤어지고 나서 애도하는 방법까지 들어있다.


가족과 친구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은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학교로서, 우리는 가정에서 인간에 대한 상호작용을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하게 된다. 그 중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절대 체념할 필요는 없다

우리 자신은 양육의 산물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단지 부모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인내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친구에 대해 서술된 부분도 명확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장 오래 남는 친구는 가장 많이 용서하는 친구다. 진정한 우정은 무엇을 눈감아줄 것인지를 아는데서 생겨난다. 너무 사소한 잘못은 용서라기 보다 그냥 무시하고 잊어버려라!


진지하고 친밀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귀가 필요하다. 이것을 칼 로저스는 ‘성장을 촉진시키는 청취자’라고 불렀다.  진지하고 친밀한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관심, 간섭없는 수용, 상대의 입장에서 세상을 재해석하는 감정이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으로 이론적 실천적 무장을 하고 ‘관계’라는 전선에 도전한다. 글을 쓸 때도 두고두고 써먹을 부분이 많다. 그야말로 알짜배기를 건진 기분이 흠흠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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