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들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주디 세인들린, 나라원 2004


창조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창조적인 글을 모방하라. 독창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온 당신은 조금 어리둥절하겠지만, 독창성이나 개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독창성이고 무엇이 개성인지 먼저 알아두어야 한다. 정말 독창적이고 개성있다고 생각하는 글을 찾아서, 꼭 빼닮도록 흉내를 내는 것으로 비로소 그 세계를 알고, 언어세계의 가능성을 체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에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진심으로 믿어진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은 허허벌판같은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정말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부모를 보며, 먹고 산다는 것의 지엄함과 고달픔을 배운다. 동시에 부모님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 다른 삶’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고서는, 강력한 변화를 추동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정말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면, 자극과 감화를 받아 지속적인 의욕을 충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역할모델의 힘이다. 물론 그 역할모델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자기로서 사는 삶의 향기를 맡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는 멈추지 않고 흐를 것이다.


주변에서 역할모델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행운아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책 속의 인물도 괜찮다. 모든 면에서 성이 차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으랴. 단 한 가지라도 감탄스럽거나 부러운 인물을 자주 접하다보면,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삶에 대한 주체성과 주도성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다소 촌스러운 제목의 이 책의 원제는 'Beauty fades, dumb is forever.'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곧 사라진다, 하지만 어리석음은 영원히 남는다.


저자인 주디 세인들린은 뉴욕 가정법원 판사출신으로 TV 법정쇼 ‘Judge Judy'를 주재하며 유명인사가 된 인물이다. 1999년 57세에 이 책을 썼고, 2004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제목이며 표지가 조금 구닥다리같아 보이지만, ‘진짜 성공한 삶’을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책 전반에 걸쳐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강조가 넘쳐난다.



1. 자신에게 정직하라

2. 지배하기 위한 섹스

3. 사랑도 진실을 막을 수 없다

4. 룰을 익힌 뒤 게임에 임하라

5. 자신을 위해 살아라

6. 황소를 춤추도록 할 수는 없다

7. 실패자는 인격자가 될 수 없다

8. 그냥 두어도 잘 자란다

9.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10.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당신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0개의 소제목 중, 6장 남자와 여자 간의 기질적 차이에 대한 부분을 빼고는 모조리 ‘독립한 여자’에 관한 내용이다. 2장은 섹스에 대한 여자의 환상을 질타하는 내용이고, 7장과 8장은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한 여자가 자녀를 키우기도 잘하고, 놓아줄 때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의 결론은 이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삶과 관계가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미혼여성에게는 ‘누군가 너를 사랑하기 전에는 너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사별한 여성에게는 부부라는 팀을 이루기 위해 상자에 넣어 두었던 꿈을 꺼내 다시 몰두할 것을 권한다.


"당신이 20대건 60대건, 혹은 독신이건 결혼했건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타인들은 주인공인 당신을 도와주는 조연일 뿐이다. 건전한 정신, 긍정적인 사고, 그리고 개인적 성취감과 자존심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좀 더 나은 배우자, 친구,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 아니라 최고가 되어 당신을 좌절시키려는 환경을 극복하고 당신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삶을 개척하라는 것이다."


성공한 유명인사의 책이다 보니, 저자의 생활 위주로 쓰여져서 아주 쉽고 일상적이다. 진지하고 무겁기보다 경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녀가 단호하고 강력하고 유머러스한 생활철학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저자는 153센치미터의 단신이라고 한다. 우리 관점으로 보아도 작은 키인데, 서구인의 체형에 비춰볼 때 적잖은 핸디캡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녀는 ‘TV에서보다 아주 작으시군요’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난 키가 커요. 하지만 실물로는 작다는 인상을 주나 보군요."
 

이 대단한 자신감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야말로 ‘작은 거인’에 값하는 자부심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이런 것이다.


저자는 12년 만에 첫 번 째 결혼을 청산하고,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다. 그리고 다시 이혼했다가 1년 후에 재결합한다. 남편과의 갈등이 자신의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던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재결합을 하는 의식을 치루는 자리에서, 누군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제리를 받아들이겠냐’고 물었다. 저자는 냉정하게 그의 말을 자르고 이렇게 말한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그를 받아들여요. 그게 아니면 차라리 제리를 잊겠어요.”


사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배우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여자의 몫이었다. 저자의 남편역시 화장실의 휴지 한 번을 갈아 끼우지 않는다. 자신의 취미인 보트 수리하는 일까지 아내에게 맡긴다. 자녀나 손주들에게 기분좋게 베푸는 역할만을 맡고, 정리정돈 같은 악역은 모조리 아내에게로 미룬다. 이혼이라는 시험을 거치며 재결합을 하게 된 마당에는, 그런 허울좋은 일방성을 단호하게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녀의 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화장실의 휴지 보충하기, 온 가족이 모인 후 뒷일 배분하기, 직장에서의 처신 등 시시콜콜한 부분에서 저자의 재치있는 대응이 유쾌하다. 아주 쉽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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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미탄언냐의 포스팅은 저를 위한 것이얌!! 이라면서 감동하고 있답니다..ㅎㅎ
    올해 이 토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꼭 필요한 말씀과 책이십니다.
    당장은 못 하더라도 올해 안에 이 책들을 꼭 읽어보겠습니다.
    며칠전 큰 아들이 티스토리 블러그를 하나 열었습니다. 초청장보내달라기에...
    열면서 매일 쓰더군요. 하긴 달랑 3개의 포스트지만....
    은근히 그 녀석의 생각과 표현 방법을 보고 싶어졌어요.
    우리 가족의 넘 생생 리얼 삶이 그대로 표현될 것을 생각하면 좀 걱정은 됩니다.
    부끄럽기도하구요.
    하지만, 이 애미가 부끄러운 것에 앞서 그 아이의시선과 생각으로 비춰지는 우리를 보고싶어집니다. 아~~~그래도 걱정은 되는군여...아이의 눈에 비춰질 제 삶의 방식이...

    오늘도 좋은 날되세요~~~

    2009.01.06 23: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내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니, 내가 더 감사해요.^^

      아이들이 대학에 딱 들어가니까 정말 성인이 된 것 맞습디다.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슬슬
      내 라이프스타일을 비판하는 거지요.
      그래서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친족^^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니까요.

      아직은 멀었어요. 그러나 세월이 빠른 것도 사실이구요.^^

      2009.01.07 07:27 [ ADDR : EDIT/ DEL ]
  2. 제비꽃

    미탄님, 연말연시를 분주히 지내고 이제 컬럼들을 읽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꾸우~벅)

    이 리뷰만으로도 이 책에, 인생에서 '있을 건 다 있다'에 동의합니다.
    목차를 읽으니, 이 분도 여러모로 심도있는 경험들을 많이 했을 거라는 추측을,
    그리고 이분의 남편은 이런 글을 이해하거나 쓸 만한 사람이 아닐 거라는 추측을...^^
    홀로 추는 춤을 오래도록 해 왔을 저자의 외로움과 가슴저밈이 왜 느껴지는지.
    결국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많은 경험들이 필요했을까요?
    결론은 명백하네요.
    "당신은 당신의 삶과 관계가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2009.01.07 01: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삶에 있을 건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자유의 맛과 귀함도 알고, 그러고도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것같은 갈급함이 있는 시점, 바로 지금이 제대로 한 번 살아볼 때라는 거지요.

      ㅎㅎ 제비꽃님의 추측이 다 맞았는데, 위 저자의 남푠은 자상함이나 가사일 분배 등에서는 보통남자와 똑같지만,

      저자의 성공으로 해서 더 쫄아들지는 않고, 그걸 유머로 활용할 줄 아는 자신감을 보여주더라구요.
      책의 후반에, 이제 저자가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내 저녁은 어디 있소?" 하는 남푠의 말에
      "길 건너에"
      하는 부분이 너무 부러웠어요.

      길 거너 피자집 혹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에.

      2009.01.07 07:54 [ ADDR : EDIT/ DEL ]
  3. 위에 제비꽃님처럼 "당신은 당신의 삶과 관계가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부분이 인상깊어요. 당연한 것 같아 보이지만 쉽게 볼 수 없는 모습~. 멋지다는! +_+ /
    언제나 미탄님의 리뷰에 자극과 의욕을 얻어가요~. >_< /

    2009.01.07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정말 허수룩한 외양에 비해 여자의 삶에 대해 짚을 것 다 짚어주는 느낌이었어요.

      "멋지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것이 모여 나의 길을 가는 기준과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 될 것 같아요.

      2009.01.07 14:02 [ ADDR : EDIT/ DEL ]
  4. 웅, 저도 꼭 봐야 할 책이군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같이 살려고 하는게 맞겠죠?
    여자라면 이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냐? 이런 희생을 강요당할때마다 불끈 성질나던 기분이 막 떠오르기도..ㅎㅎ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보단, 이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 날 더 행복하게 해줄 그런 사람을 만나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좋아도, 같이 있어 행복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더라고요.. 후훗, 말에 어패가 있나? 암튼..그랬답니다. ㅎㅎ

    미탄님, 벌써 1월이 일주일이 갔어요. ㅎㅎ 어떻게, 오늘 하루는 행복하고 계신가요???

    2009.01.07 11: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좋아도 같이 있어 행복하지 않은 경우라니,
      공연히 내가 아까운데요~~ ^^

      젊은 날에는 이해 못하고 결벽증에 잘라버린 인연을 평생 동안 후회하는 경우도 보았거든요.
      이주향교수처럼.
      그 분의 상대는 소위 말하는 '양다리'였대요.
      여자가 발끈 하고 거의 파렴치로 몰아붙였을 것은
      환한 이치이지요. 그 때 남자가 한 말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깨닫는거지요.
      "그 쪽도 인연인데 무우자르듯 할 수 없었어"

      2009.01.07 14:07 [ ADDR : EDIT/ DEL ]
  5. 남편으로서 제 아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서평입니다. 매일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수고하는 아내를 보며, '아내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 꿈을 가족을 위해 변형하고 희생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경제를 책임지다 보니 저한테 아내가 맞추게 되지만, 그래도 아내의 꿈을 위해 내가 무엇이라도 해주기를 원합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한편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여성들이 필요이상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건 남자로서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이겠지요. 여자가 되보기 전에는 ^^ 알 수 없는 것이 있을테니까요.

    2009.01.08 0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주 성공적인 중산층의 주부들도
      이만하면 되었다 싶다가도 간헐적으로 찾아드는 공허와 허기를 주체못할 때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자기자신'이 아니라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할바꾸기'가 최고라고 봅니다.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한다든지 해서 서로 역할을 바꿔보면
      좀 더 이해가 깊어지리라고 생각해요.

      2009.01.08 12:10 [ ADDR : EDIT/ DEL ]
  6. 비밀댓글입니다

    2009.01.08 13:2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름이 참 이뻐요!
      다음 주 초에 보내고 문자 넣을게요.
      좋은 제안이에요.
      종종 방문해서 창의적인 교류를 시작해 보지요! ^^

      2009.01.09 09:45 [ ADDR : EDIT/ DEL ]
  7. 이쁜 것들은 사라진다. 바보들이여 영원하라!!! ㅋㅋ
    무한도전 멤버들의 좌우명으로 들리는 이유는..^^
    제가 빌려온 책을 아내가 읽다가 웃기에 이유를 물으니.
    남편이 아내에게 "밥 먹자." 하니 아내가 그랬답니다.
    "며칠 전에도 먹었잖아."

    2009.01.09 2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누가 쓴 책에 그런 대화가 나올까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에서는 박현욱 정도 밖에 떠오르지가 않네요.^^

      2009.01.10 08:5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