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9. 1. 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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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벽에 사는 비둘기는
모조리 비만이다.
행인이 던져주는 과자에 취해
뒤뚱거리는 폼이
날기는커녕 걷기도 힘들어 보인다.

나는 어제도
핸폰카메라 연속컷 기능에 혹하여
그 놈들을 날게 하려고
애쓰다 애쓰다 말았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성벽망루 지붕 위에서
일제히 날아오른 놈들은
어제의 그 놈들이 아니다.

빠르기도 하지.
순식간에 까마득히 점점으로 박혔다가
날개를 뒤집으며 보여주는 현란한 비행.

아름답기도 하지.
진회색 날개와 흰색 앞가슴으로 펼치는 카드섹션.

영리하기도 하지.
한달내 연습한 춤사위처럼 일사불란한 동작.

날아갔다가 날아왔다가
절도있게 유턴하는 몸짓이 바람을 가르며,
놈들은 날개짓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세상은 아름다워'
이유없이 처지는 기분을 위로하는
한바탕 군무에 가슴이 뻐근하다.

아름다운 시절하나 지나간 것 처럼
가슴이 아리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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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첫 문장에 웃음 터졌습니다!

    2009.01.05 20:4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정말 심하게 뒤룩거리던 놈들이 날개짓으로 바람을 일으키는데 거의 경이로웠답니다.

      2009.01.05 23:16 [ ADDR : EDIT/ DEL ]
  2. 첫문장을 보고, 혜화동에 널려있는 닭둘기가 생각났습니다. ㅎㅎ
    그녀석들은 날지도 않아요..;;;;;

    2009.01.07 11:2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니까요.^^
      천상의 하모니란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지요.

      2009.01.07 14:0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