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대한민국 30대 여자들에게, 시공사 2007

이젠 어떤 모임엘 가든 제일 연장자인 경우가 많다. 가령 어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그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대표보다 나이가 많다.  단순하고 천진하기까지 한지라 나이 때문에 심하게 위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사람을 판단하고 기대치를 설정하는 핵심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민망해진다.


처음에는 나이만 보고 나를 노땅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었다. 그리고 나잇값을 과도하게 주문하는 무언의 압력에도 반발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래 살다 보니<!> 젊은 사람들보다 직간접적인 경험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30대는 물론이고 40대 조차 어려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나잇값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잇값을 못하는 것이 잘못이로구나,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말할 자격’이 문제였다. 나이는 먹었으되 사회적인 성취가 전무했다. 인생체험과 독서력이 맞물려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없지 않으나, 이것을 펼쳐놓을 곳이 없었다. 사람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일구어낸 성취와 삶으로 말한다. 가령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초급자에게 좋은 책을 써서 시장의 인정을 받은 작가의 존재는 최고의 교과서가 아니겠는가.


어떻게 말할 자격을 갖출 것인가. 보통 사람도 자신의 책을 가짐으로써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또 작은 틈새프로그램이라도 수행한 횟수가 경력이 될 수도 있다. 새해에는 이 두 가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동선은 30대 여자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 그녀는 기자생활을 하며 29세에 첫 아이를 낳았다. 휴직을 하고 거의 2년간 육아에만 매달렸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멀고 남편도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자기실현의 욕구가 강한 여성이 2년간 사회에서 고립되어 맘마, 잼잼, 까꿍 만을 말하는 시기는 고달팠다. 그것은 육아의 보람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2년 뒤 신문사로 복귀했을 때 성인들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을 정도이니 말이다.


큰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둘째를 갖게 되었다. 아이가 둘 있는 30대 여자에게는 좀 더 한가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다. 그녀는 직업전환 준비에 돌입한다. 출산 후 3일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영어 문제집을 보았다. 둘째에게 모유를 먹이느라 도서관에서 자료조사를 하다가 허겁지겁 달려오면, 무명천으로 감싼 앞가슴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고 했다.


둘째가 두 돌 되었을 무렵, 그녀는 일본 국제대학원에서 1년간 연구할 기회를 얻는다. 장학금까지 딸린 좋은 기회였다. 우선 큰 아이만 데리고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2학기에는 세 돌이 안 된 둘째까지 합류했다. 유아원에 다닌다고 해도 손이 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작은 아이는 “조금만 더 읽고”하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저자의 팔을 잡아끌며 함께 놀아달라고 칭얼댔다. 참다못해 책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질러 버리고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엄마, 어떤 남자도 이런 유학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담담하게 말한다. 운명을 원하는 방법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어려움도 이겨내야만 했다고.


이 책은 저자가 마흔 두 살에 쓰여 졌다. 이제 그녀는 강의와 저술을 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고 한다. 직장생활과 절대육아기간, 직업의 전환까지 이루어낸 혹독한 30대가 지난 것이다. 그녀는 30대 여성들에게 말한다. 인생을 1년 안에 축약해 넣었을 때, 30대는 6월에 해당하는 싱그러운 계절이니 맘껏 살아보라고. 너무 겁내지 말고 엄마의 바다로 뛰어 들고, 내가 원하는 성공을 위해 올인 하라고.


개인으로서의 주체성 확립이나 성공론, 노후대비에 대한 책의 내용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또 문체가 지나치게 간결해서 건조할 정도이다. 이처럼 간결하고 분석적인 문체라면 좀 더 많은 자료와 풍성한 비전을 제시했어도 좋을 뻔했다. 그래도 저자는 충분히 말할 자격이 있다. 내 인생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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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하는 운명으로 이끌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30대는 6월이니 마음껏 살아라...... 제가 여자는 아니지만, 가슴에 시리도록 맺히는 말이네요. 사람이라는 것이 늘 눈앞에 존재하는 공포에 두려움을 느끼니까요..ㅎㅎ
    날이 쌀쌀하내요. 맛있는 저녁 드셨는지요? ^^

    2008.12.23 21:47 [ ADDR : EDIT/ DEL : REPLY ]
    • 나는 정말이지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스트레스 받으니까 뭐 먹고 싶네요. ^^

      2008.12.24 01:26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 저자가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너무 지금의 안온함에 머무르고 있는게 아닐까..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하고싶은 일들을 아무 계획없이 그저 미뤄둔채.. 아이가 주는 행복과 피곤과 소소한 일상들에 마냥 젖어있는것 같아요.
    흠... 새해에는 정말 조금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씩이라도 제 꿈을 향해 전진하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2008.12.26 12:33 [ ADDR : EDIT/ DEL : REPLY ]
    • 혼자서는 의구심이나 슬럼프에 빠질 때가 많은데요,
      내가 원하는 삶을 이미 멋지게 살고 있는 역할모델을 가까이에서 보면, 절대로 잊어버리지도 포기하게 되지도 않더라구요. ^^
      선의의 자극과 경쟁을 같이 하는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이구요.

      어차피 똑순이 키우면서도 책 읽고 글쓰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렇다면 좀 더 집약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코스를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한 번 권한 바 있는 bhgoo.com의 연구원 과정은 온라인 중심이라 똑순맘의 상황에 잘 맞지 싶어요.

      2008.12.26 18:0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