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진짜 음치에 기계치에 길치입니다. 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다양한 평가는 요기에 나와 있습니다. ^^  일을 관두면서 차를 없앤 것이 세상 편할 정도로 기계가 부담스럽습니다. 지금도 딸애가 그렇게 권하는 자전거와 친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간감각도 평균이하입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잘하는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를 보살피는 일’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을 때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나는 살아있다!’ 고 되뇌어 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것 하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합니다. 죽으면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나는 살아있다! 이 한 마디로 어지간한 우울이나 슬럼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나의 만트라-mantra, 眞言-가 된 것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내가 ‘나’를 만난 것은 내 뜻이 아니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만, 나와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체이자 의미요,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나를 보살피고 나를 위로하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읽고 쓰는 것에 지칠 때면, 이미 성공한 작가로서 원고청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나는 유능한 작가인데 오늘따라 글이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섣불리 지치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계절과 시간을 느끼는 것이 작가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며 산책을 하곤 합니다.


늘 내게 무엇을 해줄까를 생각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숲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일, 산책을 마치고 좋아하는 빵집에 앉아 몽상을 즐기는 일, 혼자 음식점에 가서 처음 먹어보는 메뉴 시키기, 대중탕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는 일 등...  별 것 아닌 일일지라도 나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의미를 담뿍 담아 행합니다.


이처럼 나를 보살피며 살다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신경쓰기보다,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의 초점이 이동된 것입니다.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무조건 나를 발산하기보다, 나의 체험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사람이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곧 나의 기쁨이요 성장인 것을 알겠습니다. 아마 나를 찾고 나니, 더 이상 나에게 집중할 필요가 없어졌나 봅니다.


앨리스 D. 도마는 ‘자기보살핌’의 최종목표가 나의 이미지와 소명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소명을 완수하고 나의 운명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보살핌의 극치라는 거지요. 그 말에 공감하면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자기보살핌’의 목표는 사람을 더욱 더 뜨겁게 껴안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를 세운 다음에는 나를 버려라! 가 되는 거지요. 오랫동안 내 안에 갇혀있던 사람답게 이제는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 생각으로 넘쳐납니다.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웃음과 성장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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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겸씨

    우연히 지나가다 들렸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분 같으네요~ 자기 보살핌,,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필요한 키워드 인거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남도 챙길 수 있는 거겠죠 ^^

    2008.11.21 11:2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동감입니다.
      조금도 자기를 보살필 줄 모르고 자녀들에게 헌신적인 유형이 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던걸요.
      무플의 썰렁함에서 구제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8.11.21 15:28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