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11. 17. 00:40



올 가을, 나는 사람에 관해 장애물 하나를 넘은 기분입니다.

관계에 관한 한 거의 유아적인 자기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뽀 전략을 쓰려고 합니다.

내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저 무방비로 들이대는 것입니다. ^^

어쩌면 이런 태도가 관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보다

건강할 것 같습니다.

‘소울메이트’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_ by 미탄







흰감자꽃 이야기



저는 그녀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습니다.

선배님에서 선생님으로, 선생님에서 언니로...

그녀와 저의 일방적인 조우는 나우사 게시판에서였지요.

생애 처음으로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 본

<내 안의 나>를 어쩌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

생면부지의 그녀가 박수를 치며 들이댔거든요.

더 가라고. 더 내치라고.

그렇게 가다보면 너의 왕국에서 여왕이 될 거라고...

다 쏟아내라고. 너의 쏟아냄을 내가 받아주겠다고.



그랬습니다.

진짜 선배도 아닌데, 진짜 형제도 아닌데 장담하며 들이대는 그녀가

참으로 신기했더랬어요.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책은 완전히 그녀 때문에 샀어요.

처음부터 형광펜을 들고 읽었지요.

끄덕 끄덕 또 끄덕 끄덕

네이버를 뒤지고, 나우사를 통털어 뒤지고

또 끄덕 끄덕



이제 고작 두 번 실제의 그녀를 만났습니다.

두 번...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두 번 쯤 생을 돌면서 만난 것처럼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로리나 맥케닛은 1957년 캐나다 출신의 솔로 보컬 뮤지션입니다.

그녀와 비슷한 연배여서만은 아닐 거예요.

그녀의 삶에는 로리나 맥케닛이 만들어내는

켈틱 사운드처럼 자연의 신비가 들어있어요.

<자연의 힘>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움직임이 크지 않아 얼핏보면 보이지 않는 재생의 힘.

자연이 가지고 있는 그것.

그것이 자꾸 그녀를 들이대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들이댐은 자연의 힘이며 <재생의 힘>이겠지요.

저는 그 힘의 수혜자입니다.

이 곡, Tango To Evora는 그녀를 닮았습니다.

바이올린은 애절해서

그녀가 지나온 쉽게 새 살이 돋을 것 같지 않은 상처 같아요.

어찌보면 데카당스하다고 느껴질 탱고의 리듬은

리듬에 몸을 맡겨 버리는 그녀의 몸짓을 닮은 것 같지요.

본래 탱고라는 것이 남미에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서로를 위무하기 위해 추었던 춤이잖아요.

위무... 지금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위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에보라... 아마도 세자리아 에보라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세자리아 에보라는 <나는 까보 베르데인입니다>라고 소리쳐 말하면서

노래를 시작하는 흑인 여자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나요?>라고 말하고

<세계적인 기근을 끝낼 수 있다면 죽어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에보라...

미탄, 그녀를 닮았습니다.









--------------------------------------------------------------------------------------------------

흰감자꽃님에게서 음악선물을 받았습니다.
제 사진을 살짝 매만지고,
제가 쓴 글을 한 토막 베혀낸 뒤에,
자신이 글을 쓰고 선곡을 해 준 것이지요.

원래 음악을 듣지 않고 살다가,
요즘 흰감자꽃님이 올려주는 음악들을 듣다보니,
음악이라는 것이
순식간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긴 하지만,
장르 자체가 너무 애조를 띤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아니군요.
흰감자꽃님이 나를 위해 골라준 위의 곡
Loreena Mckennitt의 The Visit- Tango to Evora만 보더라도
아주 건강한 애조가 느껴지거든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누이"의 춤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흰감자꽃님의 글 중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나요?>

하는 부분을 분명히 알아들은 거지요.

정말 신기하고 또 좋습니다.

덕분에 다시 한 번
그런 마음이 되어 봅니다.

이 때의 '어쩔 수 없다'는
순종이나 패배가 아니라 대긍정입니다.
내게 오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올 만해서 오는 것이고,
또 엄연한 내 것이니 달게 받겠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든,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고,
그 뒤에도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자세. ^^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흐린 가을 아침에...

    쑈올메이트를 찾아 헤매는 즐거움???

    그래서 토댁인 오늘 "그녀"를 감히 "언냐"라고 부르며 들이대어 보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아셨졍? 약속!!!~~~~~

    2008.11.17 09: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사람들이 의외로 '들이대는' 것을 좋아하나 보군요. ^^
      그래! 나 이런 사람이다! 하고 밝히고
      진솔하게 다가서면
      불필요하게 서로 재고 감추고 타진하는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군요.
      누구 말처럼,
      나이들고 나니 돈보다 더 아까운 것이 시간이니 좋은 일이겠지요.

      예, 글은 좀 안 써져도
      딸애와 대화가 깊어지는 좋은 가을날 보내고 있습니다.
      토마토새댁님도 평화롭고 행복한 날 되세요~~

      2008.11.17 14:03 [ ADDR : EDIT/ DEL ]
    • 전 언제 "대화"를 함 해보나요?--;;
      잔소리는 1박2일 가능한데 영 ~~~대화는 한 5분을 제대로 이루어지지가 않는 것 같아염..
      이런! 엄마 맞아???<--퍽!!

      미탄언냐는 정말 좋은 엄마 같아염..
      나도 언냐처럼 쪼은 엄마 해야징~! 결심!!

      행복하소서~~~

      2008.11.18 10:04 신고 [ ADDR : EDIT/ DEL ]
  2. 앨리스

    사무실에서 잠시 짬이 났어요. 한선생님 홈피를 즐겨찾기 해 두었는데 그 당시 제목이 '책을 짚고 일어서다'였거든요. 그러다가 2nd Life였지요? 오늘은 오랜만에 들렸더니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이네요. 참 좋습니다. 이 제목도 저 제목도 모두 좋네요. '들이댄다'는 표현이 참 쉽고 딱 들어맞다는 생각입니다. 한선생님께는 '들이대는'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 같네요^^ 참, 일전에 '나는 학생이다'라는 책 소개 해 주셨었지요? 그 책이 강남 교보에는 품절이더라구요. 온라인으로 찾아봐야겠어요.
    즐겁고 가을의 마지막 낭만을 만끽하시는 한 주 되시길 바래요. 앗, 음악은 안타깝게도 사무실에서 들을 수가 없네요. 집에 가서 꼭 들어보도록 할께요. 너무 멋진 선물을 받으셨어요^^

    2008.11.17 15:3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앨리스님, 내 블로그 타이틀의 역사를 기억해주니 고맙네요. ^^ 나도 타이틀만 보면 '책을 짚고 일어서다'가 제일 좋았어요. 주제가 달라졌으니 할 수 없지만요.

      앨리스님이 '나는 학생이다'에 관심을 보이니까 살짝 어리둥절한데요? ㅎㅎ 웬지 공부보다는 화려한 분위기로 느껴졌거든요. ^^ 워낙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나도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네요.

      아직은 단풍이 참 좋습디다. 앨리스님도 늦가을의 정취를 듬뿍 맛보는 좋은 한 주 되기를!

      2008.11.17 18:51 [ ADDR : EDIT/ DEL ]
  3.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을 생각하며 (그에게 헌사하는) 노래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자신에게 소중한 누구에게 글을 써서 그 노래와 함께 선물하고...
    아름다워요.
    그래서 세상이 참 살아볼만한 것인것 같기도하고요..
    그런 존재들 덕분에 살 수 있는것도 같고요.
    가만히 음악들으며 내안의 나에게 저도 말을 걸어봅니다.

    2008.11.17 18: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나는 놀랍게도 그런 애틋함을 이제야 맛보고 있답니다.
      왜 그랬을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의지하는 것을 지나치게
      경계했던 것 같아요.
      자연히 멋대가리 없고, 저만 알고, 제 속에 갇혀 있었지요. 이제라도 제 껍데기에서 나와 사람을 들여놓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음악 좋지요?

      2008.11.17 18:58 [ ADDR : EDIT/ DEL ]
    • 똑순이 재우고 혼자 저녁밥 차려먹으며.. 블로그보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덕분에 실시간 댓글을 다네요..^^;

      요즘 저는 사람들에게 너무 의지해서 되려 문제인 것 같아요..
      순간순간 외로움을 너무 타고.. 물론 젖먹이아이랑 둘이만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라 그런것도 같지만요.
      조금더 의연하고, 조금더 단단한 내가 되었으면.. 바라게 됩니다.
      다른 이들을 애틋하게 마음에 품는건 좋은 일이지만,
      요즘 저는 저 자신만 너무 애틋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나 힘들어~' 하소연만 하고 있는것 같거든요..

      2008.11.17 19:13 신고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08.11.17 20:19 [ ADDR : EDIT/ DEL : REPLY ]
  5. 나빌레라

    전 첨에 제목을 "음식선물" 이렇게 읽었네요 ㅋㅋ
    요사이 제가 온통 음식만들어 선물하기에 꽂혀 있어 그런가봐요^^
    읽다보니 음식야기가 안 나와서 혼자 ㅎㅎ
    사진 그림 진짜 멋지네요~
    음악도 멋지고~ 그런저런 이야기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도 멋집니다^^

    2008.11.18 10:2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음, 나비님과도 언제고 같이 할 기회가 있겠지요.
      살아볼수록 관심사와 기질이 같은 사람이 소중해지네요.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귀하다는 걸 알게 된 거지요.
      이 일을 우선순위에 놓는다면,
      뭐 한 번 뭉치지 못할 일도 없지 않겠어요? ^^

      2008.11.18 17:0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