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11. 16. 23:25
       사진을 어디서 퍼왔는지 메모를 안해놓아서, 출처를 못 밝혀서 지송. ^^

내가 낭만의 화신이라면, 딸은 타고난 실용감각의 귀재이다. 극단적인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 모녀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서로를 외계인 보듯 낯설어하는 장면도 더러 생기는데...  가령 이럴 때도 있었다. 2년 전인가 이맘때 들녘으로 산책을 나갔다. 추수가 끝난 한적한 들판에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두 어 그루 있었다. 나는  감나무를 보면 마냥 좋다. 감나무에서는 계절의 정취와 수확의 넉넉함과 까치밥의 동화가 느껴진다. 그 날, 아이는 낑낑거리며 감을 땄다.  막대기를 주워다가  제법 높은 곳에 달린 감을  스무 개 정도 따냈다. 결코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멀리서 꽃보듯이 감나무를 쳐다보며 산책을 했다. ^^

요즘 있었던 삽화 두 개.

하나 - 워낙 꽃을 좋아하는 엄마, 거리에서 예쁜 화분을 보았는데 주머니가 얇아서 사지 못하고 와서는 툴툴댄다.

엄마: 아~~ 요즘은 돈이 없어서 꽃도 못 사고... ㅠ.ㅜ
딸: 꽃을 왜 사?
엄마: ...... 


두울 - 낙엽이 카페트처럼 몇 겹으로 쌓인 공간에 들어선 두 사람, 엄마는 탄성을 지르기 바쁘다.

엄마: 와~~ 저 색깔좀 봐! 죽여준다!
딸: 어디 빗자루 좀 없나?
엄마: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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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치 저희 시어머님과 저를 보는 것 같아서 한참 웃었습니다. ㅎㅎㅎ

    봄에 들에서 일하다 마음에드는 들꽃이 있어서 마당에 심으려고 뿌리체 캐왔습니다.
    집에 와보니고 어머님이 마당에 풀을 뽑고 계셨어요. 풀 뽑아 놓으신 마당 한쪽에
    제가 그 들꽃을 심고 있으니 어머님 하시는 말씀.
    어머님:기껏 풀뽑아 놨더니 그건 뭐하러...
    저: 예쁘잔아요..
    어머님:예쁘기는 성가시게 뭐하러 풀을 갖다 심어.
    저:ㅎㅎㅎ
    결구 그 꽃이 다 펴서 지고난후 어머님이 어느날 뽑아 버리셨더라구요. -.-

    2008.11.17 0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저도 새댁 시절에 수차례 겪은 장면이네요.
      사소한 일 같아도, 그거 굉장히 열 받는데... ^^
      지금 딸과의 풍경은,
      나와 딸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지요.

      아, 참. 위의 사진 혹시 맑은물한동이님 블로그에서 퍼온 것일까봐 가서 뒤졌는데, 못 찾았어요.
      님의 사진이 아닌지요?

      2008.11.17 07:39 [ ADDR : EDIT/ DEL ]
  2.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딸 시집보내는 어머니가 사위를 앉혀놓고 이런 얘길 했어요.
    "남들이 장미꽃값 아껴서 콩나물 살 때, 얘는 콩나물값 아껴서 장미꽃 살 애라네..."
    ^^
    넘 재밌어서 꽤 오래됐는데도 잊지않고 있는 대삽니다.
    미탄님, 어느 반찬값이든.. 조금 더 힘내셔서 예쁜 화분 곁에 두고 잘 키워주시길...
    저는 그런 분들이 참 좋거든요. ^^

    2008.11.17 12: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우리 어머니가 애들 아빠 처음 보는 자리에서 하신 말씀은,
      "얘는 뭐가 되었든 다 남 퍼줄 애지, 뭐 하나라도 물고 들어올 인간은 못되네" 였지요.
      덕분에 옛날 생각 잠시 했습니다.
      그 대사도 정말 재미있네요.
      아주 잠깐 스치고 지나간 장면이나 대사가 선명하게 각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2008.11.17 14:08 [ ADDR : EDIT/ DEL ]
    • ㅎㅎ 미탄님 어머님말씀도 걸작인데요~~

      제가 어릴때(지금도 그래요^^;) 장미꽃 사는걸 참 좋아했거든요..
      친구도 주고, 엄마도 사다드리고(보통 뭔가 야단맞을 일을 했을때 엄마 화 좀 풀어드리려고 당장에는 굉장히 역효과났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그랬으니 참..^^;;)-
      이제는 엄마도 환갑이 지나시고.. 예전처럼 장미꽃 한송이 사들고가면 참 좋아하실것 같네요.
      괜히 얘기하다 친정가고 싶어졌어요. 흑..ㅠㅠ

      2008.11.17 19:0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