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써<1928-2000>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중에 유년을 보냈다. 곳곳에서 전투와 총격이 벌어지고, 빈 시내의 절반쯤이 부서진 어느 날, 그는 자연을 발견한다. 파괴된 길에 빗물이 고여 생긴 웅덩이에서 곤충의 애벌레를 보고 갈라진 아스팔트 틈바귀에서 자라나는 풀을 본 것이다. 어린 훈데르트바써는 이 광경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이 그를 사로잡았다.  가운데 그림은 '바둑판 자화상' 1950년 작품.


그는 평생을 이 때의 깨달음을 표현하며 살았다. 화가-건축가-환경주의자-선각자로서 그의 일생 전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그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신조 아래 나선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선은 그에게 삶과 자연의 상징이었다.




















독특하고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그의 그림.
그는 아주 천천히 꿈을 꾸듯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마치 그림이 눈에 띄지 않고 천천히 자라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그림 그리는 방식을 식물적 회화법이라고 불렀다. 가는 곳마다 부식토 화장실을 만들어 썼을 정도로 골수까지 자연주의자였던 그답다.



  

 

그는 그림 뿐만 아니라 집도 나선으로 지었다.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화를 낼 정도로 싫어한 그다운 일이었다. 그는 뭔가 특별한 것, 비범한 것, 유일무이한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옷과 신발을 직접 만들었고, 늘 양말을 짝짝이로 신었다.


“밖을 내다보면 모든 것이 불행으로 가득 차고 모두들 감옥에 갇혀 있는 듯이 보인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도 끔찍해서 나 자신마저 싫어진다. 만약 내가 어딘가를 내다볼 때 곳곳이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을 짓는 것이다.”





그가 설계한 집들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들이다.  


막 도화지에 그은 선처럼 삐뚤삐뚤한 선이 환상적인 건물이다. 상자처럼 볼품없는 벽돌이 아니라 부분부분 높이가 서로 달라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동화 속 세계처럼 아기자기한 그의 창문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창문을 에워싼 공간만큼은 스스로 만들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름하여 창문권!


그는 실제로 자신의 성, 자신의 세계를 만들며 살았다. 자기 이름도 수시로 바꾸었다. 원래 이름은 슈토바써였는데 스스로 이름을 훈데르트바써로 바꾸었다. ‘백개의 강’이라는 뜻이다. 전쟁 속의 웅덩이에서 많은 생명이 태어나던 것처럼 자기 자신이 끝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퍼져나가는 존재가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프리덴스라이히 레겐탁 둥켈분트 훈데르트바써’로 바꾸었다.  ‘평화의 나라 비오는 날 암다채 100개의 강’이라는 뜻이다. 암다채는 그가 좋아하는 색깔이다. 모든 이름은 끝없이 진화하는 정체성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 나도 이름을 바꾸고 싶어진다.  비오는 날을 정말 좋아해서 보트 이름도 레겐탁-비 오는 날-으로 붙인 그처럼, 나의 세계를 만들고 명명하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색이 빛난다. 그래서 흐린 날-비오는 날-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내가 일할 수 있는 날이다. 비가 오면 나는 행복하다. 비가 오면 나의 날이 시작되었음을 안다.”

 


그의 수첩. 그 밖에도 부식토 화장실 설계도나 엽서, 드로잉을 보면 입꼬리에 저절로 웃음이 머금어진다.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세계에 몰두하는 그가 귀엽다. 그리고 부럽다.


세상에서 특별한 장소를 찾던 훈데르트바써는 실제로 뉴질랜드에서 그곳을 발견했다. 뉴질랜드는 원주민의 말로 ‘아오 테아 로아’ 즉 하얀 구름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는 하얀 구름의 땅, 어느 꿈꾸던 작은 강 옆에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 속에 직접 집을 지었다.

거기서 그는 편안함을 느꼈고 그림을 그리고 사색하고 가장 살고 싶었던 모습대로 살 수 있었다. 그는 이 곳에 오는 사람은 다른 세계에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에는 행복하게 지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있는가 하면, 날마다 새로 찾아오는 아침이 있다. 나무와 비가 있고, 희망과 눈물이 있다. 기름진 땅과 산소가 있고, 동물과 온갖 색이 있고, 먼 나라와 자전거가 있으며, 태양과 그림자가 있다. 우리는 부자다. ”



** 참고도서 - 바바라 슈티프, 훈데르트 바써, 현암사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책이라 읽는 데 10분 걸렸다. 그런데 내게 10년 정도 무게의 영감을 주었다. 이것이 책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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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을 읽으며 비를 좋아하는 동석이가 생각나는군요.
    근데 이 책은 명석일 사 줘야겠네요..ㅋㅋ 동석인 책 보다는 비 맞이하러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해서요.ㅋㅋ
    지상에서 행복한 난 부자~~~~임을
    깨우쳐주시는 미탄님은 나의 ???<--퀄까요? 맞춰보삼. 오늘의 숙제임당..ㅋㅋ

    좋은 날 되세요~~

    2008.11.04 22: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새댁님 아들들과 이름도 비슷하지만 취향도 아주 비슷한데요, 나도 비 오면 맞고 돌아다니고 싶어하고, 책도 좋아하니 말이지요.

      음? '미탄님은 나의 000이다' 스펀지네요. ^^
      글쎄요. 블로그이웃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기분좋아지는 사람, 편한 사람'만 되어도 좋겠네요.

      2008.11.05 08:20 [ ADDR : EDIT/ DEL ]
  2. 우리는 부자다. 이 한마디가 마음에 남습니다. 미탄님^^
    전 마음이 부자니 이건 억만금을 주어도 쉽사리 가질 수 있는게 아닐테니 더욱 좋다 생각합니다.^^

    날씨가 제법 쌀랑해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편안한 밤!! 되세욤~*

    2008.11.04 23: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마음만 부자일 뿐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향해 상황을 만들어가는
      돌개바람같은 추진력에
      전형적인 미인형의 비주얼까지 갖추었으니
      명이님은 정말 부자 맞습니다요. ^^

      2008.11.05 08:22 [ ADDR : EDIT/ DEL ]
    • 하악, 미인의 비주얼은 그냥 헛소문일뿐....!! 절 보신 분들이 보시면 비웃으십니다요 엉엉/..ㅠ_ㅠ
      이럴줄 알았더라면 완전 신비스럽게(? 가능이나할까요? ㅋㅋ) 숨어있어볼껄...ㅋㅋ

      2008.11.05 08:47 신고 [ ADDR : EDIT/ DEL ]
    • 미탄

      위의 훈데르트바써는, 사람은 세 개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그것을 집중탐구했네요.
      바로 '몸, 옷과 집'이었어요.

      몸은 정신을 구현하는 무대잖아요.
      오히려 의식은 수시로 변절이 가능하지만,
      몸으로 익힌 것은 100% 내 것이라
      의식화가 아닌 '변태'를 해야 한다는
      정희진의 글도 설득력있었구요.

      각설하고~~
      카메라로 얼굴의 6분의 1을 가린 사진이었지만
      가녀린 선과 하얀 피부가 돋보였지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겠던데요!! ^^

      아, 근데
      외모는 시작할 때만 강력한 변수로 작용한답니다.
      연애의 경우지만 사업에도 비슷하겠지요.
      그 다음에는 아무래도 내면의 힘이 뿜어져나와야겠지요.
      명이씨는 생각도 깊고 대인관계 능력도 뛰어나니,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자질이 충분하다고 보여지는 거지요.

      내가 나이가 드느라고,
      슬슬 말이 많아지네요. ^^

      2008.11.05 09:17 [ ADDR : EDIT/ DEL ]
    • 헤헤~ 괜히 제가 위안을 받게 되는데욤?
      실은 아직 나이가 아주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30년쯤 살아오면서 이래깨지고 저래깨지고 그냥 질질 끌리듯 살아지다보니 너무너무 삶에의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

      블로깅을 시작하면서부터, 끌려댕기지말고 스스로 힘을 내서 끌고 가보자, 즐겁게 살자 라는 마음이 강해졌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힘들기도 하지만 만족스럽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혼자 칭찬해주기도 하고요..ㅎ
      (스스로 칭찬할땐 좀 서글프기도 ㅋㅋ)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을 대면할때 첫인상이 굉장히 큰 변수라는 점에는 동의한답니다.
      그래서 신경안쓰는 외모긴 하지만 (제가 지독히 꾸미는걸 못합니다요..;;), 한가지 철칙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 사람의 삶의 질이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에 묻어난다는거, 꼭 럭셔리하게 비싸게 사는게 좋은게 아니라 즐겁게 사는게 가장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이리라,
      그리 생각하면서 이미지메이킹을 한다고 해야할까요..ㅎㅎ
      아이고, 포스팅길이만큼 댓글이 되어버렸습니다. ㅎㅎ

      생각보다 까칠하고 더러는 싸가지없기도 하지만, 무개념은 되지 않을려고 노력중이에요 헤헤~

      2008.11.05 11:1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