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10. 23. 21:46



원작소설은 안읽었지만 박현욱의 데뷔작 '동정없는 세상'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있어 기본적인 호감을 갖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도발적인 타이틀만 듣고 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아주 진지한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이다.





이 영화는 소유관계로 전락한 결혼제도에  똥침을 날리고, '사랑'이 반드시 하나 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두 가지 질문을 위해 아내가 복수의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동원한다.

일부일처제에는 분명히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영화 포스터에 써 있듯이 어떻게 평생동안 한 사람만 사랑한단 말인가? 그리고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절대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결혼은 이 모호한 두 가지 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억압과 폭력의 소지를 감추고 있다.

오랜 세월 남자들이 결혼의 금기를  넘나드는 것은 용인되었다.  유사이래 가장 힘이 센 여성들이 등장했다는 현대에 이르러, 여자들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역사적인 불균형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남자가 복수의 결혼을 유지한다는 설정은 도무지 화제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래서 영화는 아니 소설은 아내가 복수의 결혼을 유지한다는 설정을 했을 것이다.

결혼의 기본은 남녀의 사랑이다. 이 점은 남녀의 합궁을 표현하는 낱말로 끝말잇기를 할 때, '사랑'으로 마무리하면서 분명히 강조된다. 사랑이 왜 배타적이어야 하는가? 사랑은 공유할 수 없는가?  영화는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이 질문은  본성에 역류하고 폐쇄적인 나머지 숨막힐 것 같은 결혼 제도 안에서 터져나온 비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결혼을 옹호하고 있다. 연애는 사람의 두드러진 면만 보이지만 결혼을 해 보니 사람의 전존재가 '포개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렇게 소중하고 필수적인 결혼제도가 소유와 억압으로 변질된 것에 대항하여 해 보는 상상놀이가 아닐지?




주제가 너무 무거웠나, 영화는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아직은 영상예술의 표현력이 문자예술의 상상력을 따라잡지 못하나보다. 베드신에서 뻘쭘해하는 배우들이라니! ^^   성적 환타지를 실현해주는 장면도 아주 미흡했다. 무한한 포용, 무한한 치유, 무한한 나눔으로서의 성에 대한 접근이었을 것 같은데?  이 장면에서는 얼핏 김기덕감독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당최 연기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손예진의 맹랑한 이미지와 조잘대는 입술이 적격이긴 하지만 그걸 연기라고 할 수는 없다. 하물며 두 남자는 스토리 배열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아내의 결혼을 용인하기까지 너무 시간을 들였나, 후반부에는 살짝 지루하기까지 하다.



이영화에서는 축구경기가 감칠맛나는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손예진이 축구매니아로서 FC바르셀로나 축구팀에 대한 것이라면 친선경기까지 꿰고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흔히 남성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는 축구에서 남성인 김주혁을 능가하는 상식을 갖고 재미를 누리는 것은 손예진의 독립적인 세계와 매력과 주도성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영화는 '사랑은 공유가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간다. 아내의 다른 남편인 한재경이 노덕훈에게 자꾸 '형님'이라고 부르며 우정을 키워 가는 장면, 급기야 바르셀로나로 같이 떠나 넷이  즐기는 모습은 가히 전위적이다.

그만한 주제의식과 재미를 갖춘 원작소설로는 좀 더 성숙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한재경이 피임을 해서 생물학적 아버지가 노덕훈이었다는 것을 '설명'한 부분은 사족이 아닐지?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밤은 깊었는데 잠이 오지 않네요.
    생각이 꼬리를 물어 놓지를 않아여..아잉 나빠요...
    내일은, 아니 오늘은 저희집 두 녀석 학예회 입니다.
    꼭 오라고 몇번이나 다짐을 받습니다.
    색깔은 달라도 사랑은 참 여러종류인가 봅니다
    근데 그 많은 사랑의 귀결점은 행복하는 것...
    그래서 미탄님 사랑하는 저는 행복하답니다.<--뭐 말로 필요할까남.^^

    좋은 하루 되세요~~

    2008.10.24 03: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낮에 바삐 움직이는 분이 이렇게 늦도록 안 주무시는군요. 신랑께서 특별히 사다주신 커피를 너무 많이 드신 건 아닌지요? ^^

      오늘 한창 바쁘시겠네요.
      저도 잠시 아이들 키우던 무렵을 떠올려봅니다.
      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맞아요.
      품안에 있을 때 맘껏 사랑해주시기를!!

      2008.10.24 07:19 신고 [ ADDR : EDIT/ DEL ]
  2. 안그래도 미탄님, 이 영화 보고 싶었더랬지요...ㅎ
    봐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어제 아니구나 그제군요 벌써.. 맘마미아 보고 너무 좋아, 리뷰해봐야겠다 생각했거든요.
    미탄님, 안녕히 주무셨나요??

    즐~거운 하루 되시라고!! 즐거운 기운 팍팍 내려놓고 갑니다요~~!!
    홧팅!!

    2008.10.24 06: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소문난 불면증의 주인공 명이님,
      설마 밤을 새운 건가요?
      벌써 일어난 건가요?

      명이님의 발걸음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원하는 형태로 잘 디자인하셔서
      원하는 고지에 입성하시기를 기원할게요.

      명이님도 오늘 행복한 하루~~ ^^

      2008.10.24 07:25 신고 [ ADDR : EDIT/ DEL ]
    • 하악, 제 불면증이 소문 났나요..ㅠ

      일어난거였답니다.
      새벽에 한번 깨면 절대 다시 잠을 못잔다는..ㅠ_ㅠ
      희안하게 일찍자면 새벽에 깨고, 늦게자면 또 깨고..뭐 그러는군요 ㅠ_ㅠ

      그래도, 즐거우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저도 제 발걸음이 어디로 갈지모르지만,
      틀리게 가지 않게 잘!! 지켜보고 지도편달 해주세요 미탄님!!!

      2008.10.24 07:37 신고 [ ADDR : EDIT/ DEL ]
  3. 이 영화 정말 기대되던데~~^^
    보셨네요.
    김주혁과 손예진의 만남이 기대 된답니다.

    2008.10.24 15:59 [ ADDR : EDIT/ DEL : REPLY ]
    • 안녕하세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예진이 조잘대는 것이 참 예뻐요.

      근데 더오픈님은 아버님이세요,
      어머님이세요? ^^

      2008.10.24 17:5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