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영화관에 갔을 때 찍은 벽면장식입니다. 아마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영화들인 것 같은데요, 무심히 둘러보다가 영화의 제목들이 분명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위에 보이는 영화들 말고도 ‘양들의 침묵’, ‘아메리칸 뷰티’, ‘쉰들러 리스트’ 등 거기에 진열된 모든 영화제목에서 엄청난 포스가 뿜어져 나왔거든요. 모두 성공한 영화들이라 충분히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좋은 네이밍은 절반은 따고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요.


조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은 ‘명료한 글은 명료한 생각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정하실 겁니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글이 잘 써집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분명하게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좋은 네이밍은 절반의 성공<half done>인 거지요.


그래서인지 네이밍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빠르게 지나가며 책 제목을 훑어봅니다. 첫 눈에 들어오는 타이틀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잘 지은 이름을 보면 확 끌립니다. ‘하자센터’ ‘공동육아’ ‘심산스쿨’ ‘인디고서원’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제가 좋아하는 네이밍들입니다.


톰 피터스는 ‘내 이름은 브랜드다’에서 언어화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만일 전화번호부에 광고를 싣는다면 자신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 35자 이내로 묘사해보라고 합니다.  거기에 나오는 에릭 한센이라는  사람의 예시는 참 명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글에서 한 사람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재미있고 불손하고 냉소적이며, 낙관적이고 스릴을 즐기는 쌍둥이이다. 현명한 사람들과 열심히 일하며 자랐다. 북해 어부 출신으로 금속 조각가, 유리 제조업자, 폭약 전문가, 세계 여행가로 활동하다가 이제 ‘분석필수 세부지향’ 프로젝트의 관리자이자 편집자가 되었다. 불평꾼들과 일하기는 싫다.

우리의 기본 모토1: 아무것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자

모토2: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 잘 먹자. 예술품을 사자.

모토3:전혀 즐겁지 않다면 당신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분명하게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성찰 지수가 높아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클 것입니다. 물론 한 번 규정해놓은 틀에 고착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나의 새로운 정체성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여울의 ‘행복한 글쟁이’, 이다혜의 ‘좌충우돌 독서가’,  김태우의 '풀타임 블로거' ,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의 모토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처럼 분명하게 규정짓고  나면,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네이미스트들은 아파트 이름 하나를 짓기 위해 무려 이천 개의 이름 중에서 선별한다고 하니, 나도 하루에 열 개씩 네이밍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자신에 대해 8단어 이하로 묘사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직 자신의 자리를 갖지 못한 것이다.

-제이 레빈슨, 세스 고딘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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