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9. 29. 06:41





아!  가을인가! ^^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가을은 심란한  계절이다.
겨울에는 추위에 대비한 각오도 하고,
확실하게 추우니 헷갈릴 것도 없는데
이 놈의 가을은 ^^
무언가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확연하게 준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아무런 성취도 없이 감동도 없이 설레임도 없이
또 하루가 간다.
세월이 간다.
내 삶이 지나간다.

게다가 나이먹을수록 시간이 좀 빠르냐.
휙휙~~  슉슉~~ 번쩍번쩍~~
맛만 보여주고, 아니 맛도 보기 전에
이렇게 도망가듯 내빼버리면
나는 어쩌라는거냐.

요즘 하늘이 장난이 아니다.
거대한 반구를 화폭삼아 갖고노는
마녀의 빗자루가 스윽 지나간듯
바다였다가 새털이었다가 솜사탕이었다가
종내는 그리움인 하늘을 따라
짧은 나들이를 떠나 본다.

단골 엠티 장소로
누구나 한 두 개의 추억을 가졌음직한 강촌,
멀리서 보면 그림같은데 - 비록 내 사진은 흐릿하지만 -
역 주변이 너무 초라해서 놀랐다.
어찌 생각하면 모조리 새 옷으로 갈아입는 요즘 세태에
그 소홀한 간이역같은 풍경이 소중하달수도 있겠다.
젊은이들로 꽉 찬 역전에서
잠시 옛 생각을 떠올린다.

단 한 마디도 참견할 수 없었던 첫 세미나,
남의 일을 가지고 그토록 진지한 사람들이 충격으로 다가왔었지.

여자들끼리 엠티를 갔을 때,
마침 남자들끼리 온 옆 방 녀석 하나가
부지런히 우리 신발을 세어 보던 귀여운 모습!

등선폭포는 강촌역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 길을 찾아가는데도 '역마살 낀 성배씨'의 블로그가 도움이 된다.
내 블로그도 누군가에게 그처럼
구체적인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조촐한 깍둑썰기의 송어회에 메밀꽃 동동주를 한 잔 하고
길을 오른다.
매운탕에 자존심을 걸었다는 젊은 주인의 말대로
정말 매운탕이 맛있었다.
무엇이든 자부심을 갖고 생산해낸다는 것,
그것이 생활의 백미이다.

등선폭포는 아담하지만
깎아지른 절벽과 함께 탄성을 자아냈다.
호리호리한 잡목이 어우러진 숲과
소탈한 계곡이 좋다.

기기묘묘한 모양의 바위와
언제나 내 발길을 붙잡는 들꽃과
바지런한 다람쥐와
뜻하지 않게 도마뱀까지 구경하며
잠시 자연에 젖어본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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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멋진 하루를 만나셨네요..^^
    새벽 가을비 갠 하늘은 "내가 언제~~" 비를 뿌렸냐며 화창하기 그지 없습니당.
    잠바입고 간 녀석이 또 한 투정하겠네요.
    싫다는 놈 기여이 입혀 보냈거든요...ㅋㅋ

    건강하세요~~

    2008.09.29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새벽에 비가 좀 왔으면 기온이 더 내려갔겠네요. 햇살은 청명해도 갑자기 기온이 너무 내려가서, 계절의 변환이 야속스러울 정도네요. 아이들에게 제일 손이 많이 가고, 제일 일이 많고, 또 그 중 행복한 인생의 정점을 통과하고 계시네요. 늘 밝고 활달한 모습이 보기 좋으세요.

      2008.09.29 18:2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