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은 ‘천 개의 공감’을 ‘중년에 도달하여 生의 목표를 수정하다’라는 꼭지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큰 비중을 할애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중년에 이른 작가 자신의 고심의 산물이 아닐는지요.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짧은 지면에 폭넓은 내용을 조합해 넣은 김형경의 내공도 놀랍지만, 나의 생각과 흡사한 것에도 놀랐습니다.  나의 고심과 지향점이 저자의 탐색과 일치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어떤 보편성이 있다는 것이고, 이런 것이 소위 ‘집단 무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요즘 골돌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의 개별성이 인간이라는 보편성 안에 귀속된다는 것,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나를 좀 더 개방적이게 해 줄 것입니다.


김형경은 중년기를 3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까지 폭넓게 잡고 있으며, 정체성 혼란과 生의 목표를 잃은 듯한 무력감으로 고통받기 시작한 시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년기와는 다른 정신적 정서적 태도와 삶의 기능을 확보해야 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다음 生이 축소될 수도 있고 확장될 수도 있다구요.


그녀가 제시하는 중년의 과제는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만 합니다.


첫째, 자기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우리 삶의 외양과 책임이 달라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도 변화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전의 그림을 생에 적용할 수 없다는 거지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서사쓰기’를 권합니다.


둘째, 삶의 목표를 수정하는 일

생애초기에 설정한 삶의 목표는 이제 어느 정도 충족되었거나 혹은 본질적으로 충족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 만큼, 새로운 정체성에 맞춰 삶의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녀의 예시가 명확합니다. 예전에는 사업을 해서 멋진 사옥을 짓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 사업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인 책임을 완수할 것인가 생각하라.


셋째, 천복을 기억하는 일

중년은 사회의 속도와 문명에 이끌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삶의 가장 밑바탕, 정신적 지주를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Follow your bliss. 조셉 켐벨의 표현이지요. 천복이란 이번 생에 타고난 소명, 그것을 완수할 역량과 자질, 운명에 내재된 비밀, 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뜻한다구요.


넷째, 공동체에 회귀하기

중년은 또한 회향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천복을 타고나는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구요, 김형경은 공동체에의 회귀야말로 우리 삶의 진정한 목표에 닿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지혜든 물질이든 우리가 가진 것을 세상에 되돌려주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구요.


다섯 째, 죽음을 기억하기

죽음을 기억하고 있으면 삶을 가볍고 단출하게 영위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몇 십 년 안에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모두 가지치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그녀는, 유서쓰기와 장례식장에서 듣고 싶은 추도사 써보기, 자녀와 이웃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를 권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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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년의 정의가 매우 맘에 듭니다. 30대중반~60대초반 ^^
    소개해 주신 중년의 과제를 읽으면서 소중한 중년의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꾸려갈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월요일 아침이 너무 좋습니다. 귀한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2008.09.22 10:0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 구획이 믿어지는데요,
      그 정도로 시대 자체가 젊어졌지요.
      아하~~ 원래 통계학적으로도 65세 부터 노인으로 지칭하기도 해 왔네요.
      그럼 그 전에는 중년이죠 뭐. ^^

      2008.09.22 19:37 [ ADDR : EDIT/ DEL ]
  2. 아이 유치원에서 부모 교육이 있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자신의 장례의례가 있었습니다.
    본인의 영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접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죽음을 생각해보게 되고 지금 내게 중요한 것과 그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지치기란 말이 참 좋으네요.

    좋은 밤 되세요~~

    2008.09.22 14: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여기저기 명상프로그램 같은 데서도 단골 꼭지인 것으로 아는데, 유치원 부모 교육에서도 하는군요.

      모임의 분위기가 진지하고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 충분히 몰입하면, 펑펑 우는 사람도 있고 평소의 생각을 심기일전하는 데 꽤 강력한 방법 같아요.

      문제는 한 번 각성한 것을 얼마나 끌고가느냐겠지요.

      2008.09.22 07:29 [ ADDR : EDIT/ DEL ]
  3. 미탄님 글이 예전보다 더 공감이 된다는 건 제가 중년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일까요? 그래도 김형경 님이 중년을 30대 중반부터로 잡으니까 조금 위안이 되긴 합니다만..ㅋㅋ

    2008.09.23 21:1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미리미리 공감해 두면 인생 2막에 대한 대비도 많이 할테니 나쁘지 않겠네요. ^^

      2008.09.23 23:21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