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마음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늘 출렁댑니다. 어떤 날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하지만, 또 어떤 날은 내가 너무 한심하고 초라해 보여서 가슴이 아픕니다. ‘나’의 실체는 그대로인데, ‘나’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극단을 오가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러니 생각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요, 그 생각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니 말입니다.


엊그제는 평소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커다랗게 보여서 또 괴로웠습니다. 머리로는 다른 사람의 개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속 마음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상대가 나보다 못한 것 같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 앞에서는 시새움과 자격지심에 쫄아 드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지요.


내가 은근히  우월감을 갖고 있던 사람을 재발견하는 일은 심란했습니다. 현실적인 적응력이나 인맥관리 면에서 나보다 훨씬 유능했던 겁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 된 거지요. 근거야 있든 없든 나보다 훨씬 하수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만큼 나는 급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은 점을 열심히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억지로 뒤져서 서 너 가지를 끄집어냈습니다. 다행이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인 것이 맞지? 하지만 뒤미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내가 조금 나을지 몰라도  다른 점에서는 분명히 그가 우월한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그것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짓이 얼마나 쓸 데 없는 일인지 알아차렸습니다.


도대체 내가 그 사람보다 나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 이렇게 생기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있고, 거기에 그렇게 생기고 그런 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기어이 비교하여, 서열을 정하던 버릇이 철퇴를 맞았습니다. 남몰래 우월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나, 공연히 웅크러드는 것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숲을 걷다보면 똑같은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이웃하고 자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 다를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뻗쳐나간 방향이며 두께며 색깔이 모두 다릅니다. 이렇게 다른 나무들이 모여서 고마운 숲이 됩니다. 


Not compete, complete!

어디선가 본 구절이 내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는 사람을 있는대로 보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 다른 점을 찾기보다 같은 점을 찾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나와 아주 다르다면 각별한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흠집 찾기에 시간을 쓰기보다 우리가 만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나무로 있는 것보다 숲이 되는 것이 훨씬 멋진 일일테니까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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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재동

    간만에 와봤는데 여전히 활동이 왕성하시어 일부의 포스팅만 읽어 봅니다.
    저도 가끔 경험합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타인에 대한 우월감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꼭꼭 숨겨두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저보다 나은 점을 발견할 때 그것을 받아 들이기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겪곤 합니다. 저마다 타고난 기질이나 개성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앞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가끔이나마 반복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이나마 성숙을 더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물론 제 경우를 말씀 드리는 것이구요.

    2008.09.21 08:5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이, 재디! ^^
      잘 지내지요?

      그 '다름'을 용납할 수 없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싶네요.
      속으로 우월감이나 자격지심을 갖고, 판단하느라 정작 그 사람을 받아들일 기회를 놓친 거지요. 그로 해서 내가 성장할 기회도 놓쳤구요.

      구소장님의 표현으로는,
      어느 날 자신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의 불완전함이 귀여워졌다고 하시구요,

      나는 마음 속으로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를 놓기 시작한 거지요.

      그로 해서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질지,
      앞으로 속속 보고하기로 하지요. ^^

      2008.09.21 10:2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