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왜 마흔만 넘으면 인생이 똑같아지냐는 한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젊어서는 변혁적인 사회운동에 참여하거나, 나름대로 개성과 이상을 추구하다가도 마흔쯤 되면 모조리 안전제일 생활인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이런 풍조 속에서 조금 다르게 나이들고 싶은 사람들은 외롭기도 하고, 참고가 될만한 역할모델이 없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도 요즘에는 천편일률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대구시 범어동  '바우만 스테이크 하우스'의 사장 이원섭 씨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원섭 씨는 2003년에 20년 가까이 재직한 경북대 시각정보디자인과 교수직에서 명예퇴직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10년 전 심근경색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결단을 내렸습니다.


오랫동안 강단에 서다보니 감각이 떨어져 아날로그세대가 디지털세대를 가르치기가 버거웠고, 매너리즘에 빠져 인생 후반기를 보내느니 위험이 따르더라도 한 번 하고 싶은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국립대 교수직을 던지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모두 펄쩍 뛰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영영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을 벌였습니다. 65세에 정년퇴임한 후에는 새로 무슨 일을 하기가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직업전환을 위해 5년에 걸쳐 연구와 준비 작업을 했습니다. 서울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소문난 스테이크 전문점들을 찾아가 맛과 식당 분위기를 벤치마킹하고, 레스토랑 관련 서적도 수 십 권을 읽었습니다.  바우만이란 이름은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독어라고 하니, 식당 경영으로 인생을 재설계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상호인 셈이지요.


레스토랑을 차린 이후에도 그의 관심은 계속 확장됩니다.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발달한 도시락 문화를 우리 음식에 정립해 보고 싶어,  일본의 도시락 시장을 둘러보기도 했구요, 좀 더 나이가 들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작은 민박집겸 식당을 하는 것이 꿈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밥벌이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자기 일을 스스로 규정할 수 없는 분열감에 시달리고, 일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싶어 몸살을 앓습니다. 요즘은 평생직장은 물론 평생직업도 없어진 시대입니다. 누구나 몇 번씩 직업전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직업을 바꿀 때마다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다가가는 긴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년에는 나의기질과 재능을 충분히 알게 되었고, 그동안 해 온 일들이 연결되는 접점이 있으며, 한 번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절실함이 있으므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쉽지야 않겠지만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일이 새롭게 다가오니까요. 한 발 먼저 발걸음을 뗀 이원섭씨가 격려합니다. "인생이란 경외와 호기심의 대상이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자신있게 나서면 행복이 기다린다“구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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