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멍, 나는 학생이다, 들녘 2004

이 책은 왕멍의 인생론이다. 평생에 걸쳐 배운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해 놓았다.  ‘결과를 내놓는 것이 최선이다’ ‘당신의 세계를 많이 만들어라’ ‘유희는 인류의 천성’ ‘무상과 유상’ 그의 소주제와 문장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고리타분한 사문이나 고매한 관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숨결이다. 덕분에 우리는 아주 시시콜콜하면서도 품격 있는 인생론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왕멍은 생활에 발을 딛고 생활너머를 바라보게 해 주는 좋은 철학교사이다.


두려움에 대한 그의 풀이를 보라. 천방지축 과잉 낙관주의에 빠져 있다가 요즘 처음으로 두려움을 알게 된 내게 주는 맞춤강의이다. 그의 어조는 구구절절 옳으면서도 격조가 있어 정곡을 찌르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감탄하며 승복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의 행태를 이처럼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두려움이란 바로 마음을 제약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 또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세상에는 자기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며 세상에는 자기의 욕망 말고도 다른 사람의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자기의 방향과는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즉 세상의 상황은 당신의 일방적인 생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매사에 심사숙고하게 되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게 되고 충분히 여유롭게 자신을 조절하게 된다. 두려움이란 인간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아주 미미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두려움은 또한 자기의 지식이 부족한 것을 아는 것이며 아직도 너무 많은 블랙박스가 자기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그러므로 당신은 언제 어느 때나 독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며 유아독존의 아집을 부리지 않으며 자기 무덤을 파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처지에 처하든 갖춰야 할 미덕으로 그가 소개하는 것들은 모조리 금과옥조이다. 머리맡에 붙여놓고 아침저녁으로 쳐다보며 내면화해야 할 인생수칙들이다. '달관 또는 대범함'에 해당되는 조항들을 인용해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1. 불쾌한 것은 모조리 잊는다.

2. 자그마한 좌절은 괘념치 않는다.

3. 좌절을 통해 더 총명해진다.

4. 언제나 희망을 보고 가능성을 발견한다.

5. 자기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없다면 내일은 있을 것이다.

6. 내게 반대했던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당신을 못살게 군 사람도 내일은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임을 믿는다.

7. 시간을 믿는다. 시간은 선량함에 유리하다. 시간은 지혜와 광명에 유리한 것이며, 음모나 어두움에는 불리하다.

8. 아무리 큰 파도가 몰아쳐도 자기를 잘 조절하여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9.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내일 반드시 해결한다. 시간은 하나의 방법이며 역사에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재난도 역사 앞에서는 깨알만큼 작은 것이다.

10. 언제나 한 가지 해결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선택의 가능성, 가능성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러나 때로는 흐지브지하게 될 가능성도 믿는다. 언제나 자유롭게 생각한다.

11. 얼마든지 의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한숨을 쉬면서 탄식하거나 남을 원망하면서 고통을 반추하고 분규에 말려들 시간은 없다.

12. 좌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여기에서 좌절당하지 않으면 저기에서 좌절당한다. 그러나 득실은 대체로 평형을 이룬다. 여기에서 잃지 않으면 저기에서 잃게 된다. 여기에서는 잃었지만 저기에서는 얻게 되고, 여기에서 얻게 되면 저기에서 잃게 된다. 이곳의 좌절은 저곳에서의 더 큰 위험을 방비하도록 깨우친다. 중국 속담에 ‘재물을 잃게 되면 재앙을 피한다’는 말이 있다. 작은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큰 병을 예방한다. 이곳의 작은 상실은 저곳의 큰 소득을 준비하는 것이다. 저곳의 상실은 또 이곳의 소득을 준비하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끈질기게 추구하되, 흐지브지하게 될 가능성 조차 열어놓는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고도의 유연함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가능성을 믿되 언제든지 그 믿음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있는 유연함.


역경과 좌절에 대한 접근도 참 마음에 든다. 아무리 큰 재난도 역사 앞에서는 깨알만큼 작다거나 , 여기에서 잃지 않으면 저기에서 잃게 된다는 사고방식은, 우리를 의연하게 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과장된 두려움에 빠지지 않게 한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 문제에 함몰되지 않게 된다.


이런 미덕을 갖춘 사람은 큰 경지와 작은 기쁨을 지니게 된다. 큰 경지란 철저한 낙관주의와 초탈로 무장하고 무슨 일을 함에 있어 거슬림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작은 기쁨이란 작은 일도 거절하지 않고 인생의 기쁨을 만끽한다는 뜻이다. 궁극적 목표와 원대한 이상이 구체적이고 소소한 생활과 상충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도 없고 위대한 사람도 없으며, 작은 일을 행하는 데에도 큰 일을 도모하는 듯한 조심성이 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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