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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볍게 콧바람을 쐬고 싶을 때는 '역마살 낀 성배씨'  http://blog.naver.com/ksb9087 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그의 블로그에는 하루나 반나절 정도 들여서 돌아볼 곳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전에 이 곳에서 보고 물향기 수목원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오늘은 안산 호수공원이 낙점이다. 내가 사는 수원에서 가까운 곳에 이만한 공원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랴. 게다가 그 곳에 해바라기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것을 어찌 알랴. 성배씨의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고마워요, 성배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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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해바라기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 밀식되어 있어서 그런지 살짝 빈약해 보이는 몸매지만 그래도 좋다. 해바라기의 열병을 받으며 이리저리 거닐어도 좋고, 군데군데 사진 찍기 좋으라고 만들어놓은 망루<?>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도 좋다.

해바라기는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 본다. 그래서 꽃말도 동경, 그리움이라지. 달덩이 같이 환한 얼굴로 모두 나를 쳐다볼 때는 괞찮은데, 어쩌다 뒷길로 접어들면 조금 난감하다. 수많은 해바라기 군단이 일사분란하게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꽃이라도 조금 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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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기가 일러서 그런가 해바라기 씨앗은 생기지도 않았다. 씨앗 자리에 작게 피어있는 것들도 모두 꽃이란다. 우리가 씨앗이라고 부르는 것은 해바라기의 열매라고 한다. 페루의 국화이며 미국 캔저스 주의 주화이고, 생긴 모습이 워낙 해와 비슷해서, 어느 나라에서나 '해님의 꽃'으로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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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군데로 나뉜 해바라기 단지를 돌고나면 메밀꽃이 한창 피기 시작한 언덕으로 간다. 가녀린 몸매에 소소한 꽃, 은은한 향기가 삼박자로 어울어진다. 봇짐 진 동이가 교교한 달빛 아래 흐드러진 메밀꽃을 보며 걷는 장면이 떠오를듯 하다. 주인공 이름이 동이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문학사의 명장면 하나는 마치 무의식처럼 내게 각인되어 있다. 그러니까 지금이 '메밀꽃 필 무렵'인가. 지 애비인 줄도 모르고 낯선 이와 같이 밤길을 걷는 동이처럼, 존재에 대한 추구와 그리움과 서러움을 안고 밤길을 걸어야 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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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은 참 정갈한 곳이다. 아직 나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그늘이 적은 것이 흠일 뿐, 구석구석 정성껏 가꾸는 흔적이 역력하다.  해바라기와 메밀꽃 단지 덕분에 마음이 풀려서인가.  휠체어와 자전거가 다니기에 손색이 없는 넓은 육교며 운동시설도 모두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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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은 아주 넓었다. 안내도에 의하면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2.4km란다. 우리는 산책로를 걷지는 않고 호숫가에 앉아 쉬었다. 호숫가의 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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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흐릿하고 서툰 사진이지만 가로등에 올라앉은 새를 보라.
자연산 솟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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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가 아까워 다시 해바라기를 보러 갔다. 아까보다 훨씬 진하게 느껴지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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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호수공원에서는 행사가 있었다. 제 9회 '사회복지의 날'이란다.  아동, 여성, 장애인, 다문화가족, 실버 등 영역별로 마련된 부스에서 활동소개나 미니 이벤트, 체험행사를 하고 있었다. 규모는 아주 조촐했지만, 이런 행사 자체가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시각장애체험이나 노화체험 등 꽤 진취적인 시도가 있었고, 장애인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였다. 고개를 힘겹게 돌려가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노라니, 눈물이 울컥 솟아 나왔다.

단 한 번이라도 저렇게 절박하게 살아본 적이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의 눈물이었다. 철부지 관념주의자의 현실인식이 깨져나가는 눈물이었다.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 독립성이라는 명목으로 유아독존의 세계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관념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

무심히 콧바람 쐬러 떠났다가 뜻밖의 성과가 있었다.  '사회복지'에 특별한 관심이 생긴 것. 나의 측은지심이나 사회의식을 가지고 낑겨들어볼 만한 영역이라는 직감이 왔다. 체험도 없고 별 이론도 안되는 글만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으로 나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나아가 노인복지 영역에 내가 직업화할 수 있는 일이 숨어 있을 것 같다.  필요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을 딸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딸애가 사복과이니 같은 학교로 편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내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하다고 집에 꿍치고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것이 훠얼 낫다. 호수공원에서 작은 행사에 접하며 새롭게 도전해볼 영역을 발견할 줄이야~~ . 이래저래 나는 호수공원이 좋다. 아니 안산시의 친환경, 복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좋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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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 메밀꽃 진짜 빨리 피네요? 제가 갔을 때 보다 눈에 띄게 컸어요. 조만간 다시 가야하나? ^^;

    2008.09.07 10:36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성배씨. 어서 오세요.
      나날이 발전하는 성배씨 블로그가 참 보기 좋아요.
      '출사와 나들이를 겸한 근거리' 라는 포지셔닝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 부러워요.
      가끔 노래도 들으러 간다우. ^^

      2008.09.07 18:30 신고 [ ADDR : EDIT/ DEL ]
  2. 어머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좋은 곳이....있었네요. 너무 멋진 사진 감사해요. 너무 멀어 가고 싶은 맴도 간절하지만 언젠가 꼭 안산 호수 공원에 가 볼꼐요. 그리고 가을과 함께 힘내세용. 우울은 싫엉~~아자!! 힘센 새댁이 힘 보내드려요, 빠샤!~~^^

    2008.09.07 2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하하, 가을과 함께 기운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 우울한 축에 낄 수 있겠어요? 가을은 모든 것에 질문을 하게 하고, 덮어두었던 모든 결핍을 아우성치게 만드는 계절이잖아요. ^^ 응원, 감사합니다.

      2008.09.07 22:38 신고 [ ADDR : EDIT/ DEL ]
  3. 제비꽃

    좋은 글을 읽습니다. 미탄님과 색깔은 다르지만 현실인식 면에서는 철부지에 불과한 저를 자성하게 하시네요.^^

    "단 한 번이라도 저렇게 절박하게 살아본 적이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의 눈물이었다. 철부지 관념주의자의 현실인식이 깨져나가는 눈물이었다.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 독립성이라는 명목으로 유아독존의 세계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관념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

    2008.09.07 23: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오랫동안 한 몸이 되어 살아온 경미한 자폐, 비현실, 낭만... 이런 것들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봄이 아니라 가을이 모든 것을 뒤엎는 계절이로군요.

      2008.09.08 07:54 [ ADDR : EDIT/ DEL ]
  4. @햇살

    해바라기 완전 좋아해요~ ^^

    2008.09.10 00:4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한 번 가서 그림을 그려도 좋겠네요.
      해바라기가 살짝 어리고 빈약해서,
      저 타오르는듯한 정염과 관록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2008.09.10 08:36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