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기어리 지음 강주헌 역, 인생의 급소를 찌르다 , 갤리온 2006


이 책은 한 아포리즘광이 쓴, 아포리즘에 대한 역사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포리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전에는 이리저리 인용되며 떠도는, 아포리즘을 조금 경시했다고나 할까. 진득하게 책을 읽지 않고도 짧은 경구를 내세우는 태도가 가볍게 여겨지기도 했고, 널리 알려진 경구를 다시 인용하는 글은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포리즘에는 내가 알던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시중에 떠돌아 흔해진 것은 아포리즘의 탓이 아니라, 대중의 유행병 탓이다. 아포리즘은 노자, 부처, 공자, 예수를 포함한 모든 현자가 애용한 문학적 서사요, 교육수단으로 가장 역사깊은 수사방식이다. 따라서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해석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삶 전체 혹은 두꺼운 책 한 권과 필적할만한 깊이가 있는 아포리즘이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사랑이 커지지 않는 순간부터 사랑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지으려면 허물어야 한다.


그냥 즐겨라! 당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는가!


인생의 단면이나마 한 줄로 압축하려면 어지간한 체험과 성찰이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같은 세상을 살면서 개인에 따라 벌어지는 이 편차!
누군가에게는 “그만 생각하라! 행동하라”가 금과옥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생각하라! 그리고 행동하라!”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다음과 같이 신랄한 유머로 쓴웃음을 웃게 만들기도 한다. 짧은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고, 아포리즘은 당연히 간결하지만 단지 간결한 것만 갖고는 안되고, 패러독스와 순간적인 뒤집기를 통해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등: <명사>역경에 처한 당신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수 있는 친구의 뒷부분


진리의 횃불을 높이 들고 군중의 틈을 걷다보면
누군가의 수염을 태우게 마련이다.


신을 믿어라. 하지만 낙타는 꼭 매두도록 하라.




복잡하고 어려운 사상이나 시대풍조를 한 줄의 아포리즘으로 일갈한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은 개인사에 대한 성찰보다 놀랍도록 이지적이다. 완전히 대상의 속성을 파악해야만 나올 수 있는 단정적인 정의 - 너무 예리하고 신랄해서 위압적이기까지 한 이 경구들은 내게 아포리즘의 매력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그렇지, 묘비명!  나의 인생을 관통하면서도 살짝 비틀어 울면서 웃게 만드는 경구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눈사태가 났는데 눈송이가 책임감을 느끼겠는가!    - 집단주의


폭도들은 하나의 큰 입으로 떠들어대고,
1천 개의 작은 입으로 먹는다.  - 공산당


이제 창조자는 없다. 판매원만이 있을 뿐이다.  - 소비중심의 현대사회


이 책에는 아포리즘을 즐겨 생산한, 수많은 철학자와 문인이 소개되어 있다. 간략하고 빠르게 소개된 그 많은 현인들의 삶에 대해 읽다보니, 인생이 참 객관적이고 심상하게 보인다.
어느새 모든 것을 아포리즘으로 축약하는 버릇이 들어서일까. 인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스타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부담없이 하루에 5분씩 펼쳐보아도, 인생을 보는 간결하나 핵심적인 시선 한 가지 - 즉 아포리즘을 선사하는 좋은 책이다.


우리가 열망하는 것의 가치가 곧 우리의 몸값이다.


우리는 다름아닌 우리의 생각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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