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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    사진 서승범



우연히 사진 한 장을 접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모양 똑같은 색깔이 없는, 잉크빛으로 번져가는 잡목숲이 참  좋습니다.

내가 지금 숲 속을 걸어가는듯한 환영에 빠집니다.
부실부실 안개비라고 해도 차츰 머리가 젖고 옷이 젖습니다.
처음에 비를 맞기가 어려운 것이지, 흠뻑 젖고 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집니다.
체면이나 위장을 벗어버린듯, 속엣마음이 드러납니다.
어쩐지 조금은 서럽고 서글픈 마음이 되어 눈물이 비직비직 솟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설움에 겨워 꺼이꺼이 느껴울게 됩니다.
울다보면 울음은 저절로 깊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울만큼 울어야 설움이 씻기기 때문입니다.
실컷 울고 나니 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의아해집니다.

느닷없는 통곡의 진원을 찾아 내 안을 들여다봅니다.
나는 살고 싶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은데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은 현실이 남루해서,
그저 그렇고 그런 몸짓들이 허망해서,
그러고도 어김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이 기가 막혀서
나온 눈물입니다.

내가 불쌍하고 시간이 아깝고
걸어보지 못한 길들이 그리워서
나온 통곡입니다.

한바탕 비에 씻기고, 눈물로 씻기고 나니
다시 돌아올 생각이 납니다.

비는 오고, 시간은 흐르고, 나는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삶입니다.
그리고 이 삶에서 내가 찾아 헤매는 것은
'살아있음의 경험'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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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얕게 찍혀도 깊게 읽히는 걸 보면
    이 사진, 복도 많지요.^^

    짐작하시겠지만, 배병우 씨 소나무 사진 좋아했어요.^^

    2008.07.08 07: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얕게 찍었다는 것은,
      커다란 기대치나 의도없이 무심히 찍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무심히' 행했을 때 기대하지 않은 '물건'이 나와주었다고 말하는 것 같지요?
      위 사진에서 촉발되어,
      내 썰렁한 디카질이라도 하고 싶어 용인 한택식물원에라도 다녀올라네요. ^^

      2008.07.08 08:2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