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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밍에 관심이 많은 나는, 책이든 프로그램이든 잘 지은 이름을 보면 대번 혹한다.

‘하자센터’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하자’! 이 얼마나 쉽고 명쾌하고도 힘찬 이름인가!

하자센터는 연세대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학습공간으로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IMF 직후 인문학적 성찰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 경영 마인드를 갖춘 문화작업자를 길러내어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적아래 시작되었으며, 5개 작업장<대중음악 ,영상, 생활디자인, 웹, 시민문화>에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1년 9월에는 창의적인 학교 부적응자를 위해 작은 대안학교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작업장에서 자기 전공 작업을 하면서 학교의 안팎에서 인문학과 외국어 등을 학습하고, 자치 활동 프로젝트, 인턴십 프로젝트 등을 한다. 작업과 네트워크를 통한 학습을 도입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셈이다.


하자센터에서 시도되는 실험들은 모두 독창적이고 신바람나는 일이지만 - 가령 신입생들은 영등포의 센터에서 양양 낙산해수욕장까지 10일간 '걸어서 바다까지' 간다 - 최근에는 ‘하자커리어위크’가 돋보인다. 청소년들이 특정 직업인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그가 하는 일의 특성과 자질을 직접체험하는 ‘잡섀도잉’(job shadowing) 프로그램이다. 방송국, 종합병원, 게임회사, 국제공항 등 도시자원을 100% 활용하여, 진로선택에 구체적인 정보를 준다.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성찰, 현장성이 종합되어 ‘하고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자’ 는 모토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처럼 당연한 일이 왜 이제야 이루어지는지, 반가우면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어쩌다 사이트에 가 보면, 구성원들의 닉네임과 프로그램이 어찌나 기발하고 다양한지 정신이 없었다. 신입생은 '길찾기', 선배그룹은 '죽돌이', 디빌리지, 길드하자... 그들은 대안문화를 꿈꾸는 사람들답게 모든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 쓰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험하는듯 했다. 너무 세련되고 유능하고 서구지향적인 인상을 받아서, 대중적인 파급력은 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하자센터의 교장인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에 대한 인상도 한 몫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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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자센터의 작업장 로고들, 이것만 봐도 개성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하자센터에서 출범시킨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을 접하고 이런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노리단’을 보고서야 ‘하자센터’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노리단’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공동체를 구현하고 축제성을 되살리면서 실용성까지 갖춘 완벽한 사회기업모델이었다.


‘노리단’http://noridan.haja.net 은 하자센터의 빅프로젝트에서 독립한 문화예술기업이다.

그들은 자신의 몸과 페트병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공연하며, 각종 재활용품을 악기로 디자인해내는 설치미술을 한다. 학교운동장, 놀이터, 빌딩 옥상, 기업연수원 어느 곳에든 파이프와 알루미늄, 자동차휠과 타이어 등을 재활용한 악기를 설치한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지역아동센터 연계 주민참여형 마을공동체미술 소집단 공모에 선정되어 경기도 내 4개 권역을 대상으로 지역 쉼터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는 등 실적도 좋다. 호주의 '허법'을 벤치마킹했다.


무엇이든 두드리면 음악이 되고, 무엇이든 상상하면 악기가 되며, 언제 어디서 누구든 함께 어울려 음악을 공연하며 공동체적 감성을 일깨우는 그들의 방식에 나는 매료되었다. 하자센터가 단일색깔의 폭력적인 학교현실에 대안문화가 되었듯이, ‘노리단’은 획일적인 놀이터에 색깔을 입힌다. '노리단'은 하자센터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화해나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는 종종 서드에이지를 위한 ‘하자센터’ 같은 공간을 꿈꾼다. 서드에이지 또한 청소년기 못지않은 변화와 재조직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가치관을 재정비하고, 전직에 대해 체험하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모든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서드에이지는 청소년보다 더 소외되어 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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