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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수원화성 길을 걸었습니다. 4월에 찍은 사진이지만 바로 저 길입니다. ^^
밝음과 어두움이 반씩 섞인, 길~~게 뻗은 길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조금은 숙연해지며 저절로 인생을 떠올리게 하던 걸요.

마냥 뛰어놀며 그저 존재하면 되었던 성장기,
조금씩 자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학창시절,
농활밖에 몰랐던 20대, 농민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보름치 식량을 짊어지고
서너시간 씩 걸어들어가던 평창군 미탄면의 신작로.
도대체 그런 시절이 내게 존재했었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나의 뼈와 살을 채워나가는 생성기였다고 할까요.

그런가하면 30대는 온통 육아에 매달려야 했지요.
육아기는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의미있는 프로젝트이지만
아이들이 내 키를 훌쩍 넘은 지금에 와서는 역시 추억으로 갈무리되는군요.
삶의 의무에 복무하는 시기였다는 생각도 들구요.

40대에는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학원을 확장했습니다.
책상이 모자랄 정도로 원생이 몰려든 적도 있었고,
학원을 관두기만 하면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힘들고 지겨운 때도 있었습니다.

아하! 바로 그 때였군요.
성장기, 생성기, 육아기를 거쳐, 비로소 삶다운 삶이 시작된 것은.
개인으로서의 내가 처음으로 결단하고, '내 일'을 갖고 사회적인 존재가 된 때였으니까요.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그 시기에 좀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기회를 맞이했을 때, 있는 힘을 다 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물적 인적 자원을 쟁여놓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자만과 나태와 낭비를 일삼은 내가 한 일은,
가히 '물 들어올 때 물을 빼는' 행태에 다름아니었던 겁니다. ㅠ.ㅜ

이제와 생각하니 40대초에 1차 도약을 시도했던 것이었군요.
지금처럼 삶 전체에 대한 성찰이나 중년에 대한 문제의식없이도
본능적으로 변화와 도약을 꾀했던 겁니다.
성공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기에 비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든 것을 관리했을 것입니다.
나처럼 늦되고 철들지 않은 사람은 또 한 번의 교훈이 필요했던 거구요.

지금 나는 여러모로 나아졌습니다.
삶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통찰력이 생겼고,
난생 처음 마음을 다해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고,
그 무엇보다 인내와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낸 체험을 총동원하여, 이제부터는
모든 발걸음을 '의도적으로' 주시하고 조직해야 하겠습니다.
그것만이 본게임에 임하는 선수의 자세입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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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면 늘 그런 후회를 하게 돼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저 역시 물 들어올때 노젓기는커녕 물빼고 있는 거나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08.07.05 16:08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야 정말 세상을 몰랐지만,
      산나님처럼 명민한 분들 중에는 기준이 너무 높아 완벽주의로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분도 없지 않더라는... ^^

      2008.07.05 22:36 신고 [ ADDR : EDIT/ DEL ]
  2. @햇살

    아~~~ 저 곳~~

    의도적으로 사는 삶
    행동과 생각은 항상 따로도는 요즘이지만
    핵심은 잃지 않을려고 노력해야 겠습니다.

    2008.07.05 16:51 [ ADDR : EDIT/ DEL : REPLY ]
    • 햇살님도 더러 산책나오는 곳인가 보군요. ^^
      스무 살 딸애가 내 현실감각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아, 햇살님도 잘 해 나가리라 여겨져요. 글에서 아주 성숙하고 깊은 생각을 하는 분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2008.07.05 22:40 신고 [ ADDR : EDIT/ DEL ]